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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Aug 23. 2016

7. 내 꿈은 누가 찾아줄까


지난 주말 이틀간 소규모 모임에서 에니어그램 검사를 이용한 성격 유형 탐색 워크숍을 진행했다.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로써, 본인과 모임 동기들이 9가지 유형 중에서 어느 유형에 속하고 성장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를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다른 성격 유형검사와 달리 에니어그램은 9가지 유형이 모두 자신 안에 있다는 가정 아래에서 검사를 시행한다. 그중에 평소에 가장 자주 나타나고, 내 삶의 모습을 가장 크게 구분 짓는 한 가지 유형을 더 집중하여 다룬다. 수십 개의 설문을 보고 자신에게 얼마나 가까운지 점수를 매겨 결과를 분석한다. 결과를 정리하여 각 유형별 특징에 따라 장점과 단점을 알려드리자 모두들 어쩜 그렇게 잘 맞추느냐는 피드백을 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MBTI를 비롯하여 성격유형 검사의 인기가 높은 이유다. 나도 평소의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 성격이나 장단점을 잘 모르니, 무엇을 잘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한다. 그것도 잘 모르는 상태로 그냥 조직이나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꾸역꾸역 해내고 있다. 물론 지금 하는 일이 아주 적성에 맞는다며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다.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적성이라는 것조차 타인의 인정이나 칭찬과 헷갈릴 수도 있다. 사실은 자신조차 모르게 싫어하는 일인데, 주변에서 잘 한다고 응원을 해주니 내가 원래 이런 일을 좋아하나 보다 생각하기도 한다. 문제는 어쩌다 실수를 하거나, 일이 잘못되어 안 좋은 결과에 대한 비난을 받으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자괴감에 빠진다는 점이다.


잘하는 일이 중요할까, 하고 싶은 일이 중요할까? 당장은 잘하는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기에, 하고 싶은 일은 여유가 생길 때 준비하는 것으로 미뤄둔다. 지금 잘 하는 일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면 꿈을 이룬 사람이다. 그렇더라도 하고 싶은 모든 일을 전부 잘할 수는 없다. 아니면 나의 꿈이 정말 소박해서 한 두 가지라면 모를까. 그래서, 사람들은 내 꿈을 찾아 방황한다.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지 궁금하고, 심지어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혼자서 이러한 것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내 꿈 찾기에는 좋은 길잡이와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상담이나 컨설팅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가장 보편적인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찾기도 한다.


산의 정상에 오르려면, 훌륭한 셰르파의 길잡이가 필요하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나도 나를 잘 모르겠으니 찾아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라면 나를 요리조리 분석해서 내가 갈 길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내 꿈을 찾아 달라는 것인데, 이것은 내 인생을 결정해 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성인의 삶이 학창 시절을 그렇게 교육받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적성이 무엇인지 몰라 거의 모든 예능을 시키고 있다. 싫다는 아이에게도 억지로 몇 달 만이라도 시켜보고 싶은 욕심이 앞선다. 나도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적성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과 수많은 일 중에서 재능을 찾는 것은 차이가 있다. 사회에서도 명예와 부에 따라서 일의 등급이 매겨지는 시대여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좇는다.


그렇게 남들에게 보기 좋은 일에 열중하다가, 어느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눈을 뜨게 된다. 대개 그 보기 좋은 일을 더 이상 하게 될 수 없거나, 부나 명예가 싫증이 날 때다. 지금도 내 꿈보다는 주어진 일에 묵묵히 열중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안타까운 것은 당장 꿈을 시작하지는 않더라도, 꿈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벅찬데, 그럴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하리라는 확신은 불투명하다. 꿈을 위해서라면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경제적 걱정 없이 배움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그때 시작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빚 없이 살기도 힘든 요즘 시대에 거액의 유산이나 복권 당첨 없이 내 꿈에 투자를 할 여력은 많지 않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벅찬 요즘, 누군가 내 고민을 대신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해 본다. 하물며 앞으로의 내 인생을 족집게처럼 맞춰 정리해 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골라, 이런 것에 앞으로 자기계발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조언을 준다면 정말 행복할 텐데. 하지만, 그런 마법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누군가 그런 조언을 준다고 할지라도, 그 행복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고민하고 준비한 만큼 행복감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준비과정에서 자기탐색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인생의 길잡이가 될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언젠가는 해야지 미루는 순간, 그 일들은 영원히 하지 못할 미지의 신세계가 되고 만다. 작은 시도라 할지라도, 내 꿈을 찾으려는 노력은 지금 바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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