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출근 알람은 보통 저 혼자 듣습니다. 같은 방에서 아내와 딸이 자고 있지만 두 사람에게 알람은 '무음'처리된 것 같지요. 사실 최초 알람 후에 9분이 지나서 다시 울리는데도 미녀들의 아침잠을 깨우는 데는 어렵습니다.
오늘 아침도 알람을 해제하고 잠시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방귀 신호가 오는 겁니다. 그래서 '뽀오~옹'하고 방귀를 시원하게 뀌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가 일어나더니 "아빠 방구 소리는 귀업네~"하는 겁니다. 그 옆에서 누워있던 아내가 눈을 뜨더니 제게 "좋겠수. 방구 소리도 귀엽다고 해서."라고 하더군요.
사실 저희 부부는 아직도 방귀를 트지 않았습니다. 결혼식 올리자마자 '여보', '아내'라고 부를 만큼 얼굴이 두꺼운 남편인데도 방귀만큼은 조금 부끄럽더군요. 결혼 초기엔 TV도 없이 살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시간도 많았는데 '방귀를 틀지 말지'는 서로 이야기를 안 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지내다 보니 어느덧 7년이 지났습니다.
사실 결혼 전부터 배우자의 방귀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굿 윌 헌팅>(1997)에서 심리치료사 숀(로빈 윌리엄스 분)과 윌(맷 데이먼 분)이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되는 장면인데요. 숀이 "내 아내는 긴장하면 방귀를 뀌곤 했어"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쨌든 어느 날 밤에는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개까지 깼지.
아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당신이 그랬어?" 하길래 차마 용기가 안 나서 "응"하고 말았다니까!
...
아내가 세상 떠난 지 2년이나 됐는데 그런 기억만 생생해. 멋진 추억이지.
그런 사소한 일들이 말이야. 제일 그리운 것도 그런 것들이야.
나만이 알고 있는 아내의 그런 사소한 버릇들.. 그게 바로 내 아내니까.
대학시절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가장 기다렸던 장면이었습니다. '나중에 결혼하면 잠든 아내의 방귀 소리를 꼭 듣고 싶다'는 요상한 상상도 했었지요. 비록 아내의 방귀 소리는 아직 못 들었지만 아내의 사소한 버릇을 하나씩 마음에 새겨 둡니다. 나만 알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1MRSYLNupV4
Small things of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