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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Mar 09. 2016

가짜와 진짜


처음으로 꽃시장을 찾아갔다.

정말로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즐비했다.

꽃들이 풍기는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과연 정말로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지나가다 보니 이번엔 조화가 있다.

조화도 역시나 아름답고 예쁘게 앉아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조화는 탐나지 않았다.


가짜에는 향기가 없고, 진짜에는 향기가 있다.
가짜는 영원할지 모르지만, 진짜는 순간 피었다가 사라진다.
그래서 진짜의 가치가 더 귀한 것이다.
피었다가 시들어가는 것은 모두 소중하다.
그래서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소중한 거야.
모든 것이 영원하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성숙해진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장난감이 아닌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전혀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모가 되면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듯, 나이가 제공하는 경험은 그렇게 삶의 영양분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이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우리의 만남도 가짜는 아니었다. 꽤나 아프고 슬펐기 때문이다. 가짜였다면 후회와 미련은 남기지 않았을 테니까. 다행이겠지. 그런데 문득, 나에게는 진짜였는데, 당신에게는 가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조금은 요란했고, 소란스러웠다고 해도 진짜였고 앞으로도 진짜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지나간 시간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경험이나 추억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진짜와 가짜의 가치. 생긴 것은 별반 차이가 없을지는 몰라도 그의 가치는 하늘과 땅의 차이보다 심하다.

물론 가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가짜를 진짜로 남기고 싶은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진짜의 가시에 찔렸던 사람. 상처받고 아팠던 사람.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진짜를 사랑했으면 해.

왜냐면 당신도 진짜니까. 다치면 치료하고 다음부터는 다치지 않게 조금만 조심하면 될 거야. 누구나 날카로운 부분을 가지고 있고, 숨기고 있으니까. 마음을 전달하면 곧 활짝 웃을 테니까.


그렇게 웃으면, 나도 더 환하고 편하게 웃을 수 있을 거 같아. 같이 웃자. 미친 듯이 진실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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