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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Sep 30. 2015

왠지 모르게 낯선 게 필요했다


자주 지나가던 길을 걸어가다 보면 말이야.

왠지 모르게  그 식당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가 간다.

또렷하게 이유도 없이 그 안을 바라다 본다.


그 안에 사람들을 보면서 

아마 그때의 나와 너가 생각났나 보다.

저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맛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별 것 아닌 것에도 웃고 또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

그 모습이 문득 생각났나 보다.


별거 아닌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그리움에 사무치는 날이었나 보다.

어쩐지 많이 지치고 더 힘들었던 날이었나 보다.


그래서 더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래서 더 아쉽고 생각나고 간절했나 보다.


뒤늦게서야 왠지 알 것 같다.

그때의 이별의 이유를 불현듯 알 것 같다.

느닷없이 한 이별이었지만

이유가 없는 이별은 아니었다.


모든 것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듯

우리의 이별에도 이유와 변명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 이별의 이유를 제대로 몰라 답답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미움의 감정이 조금 더 커졌고

나의 실수를 덮을 만큼 너의 마음이 크지 않았고

나 또한 너의 마음보다 나의 마음을 더 소중히 했을 것이다.

몹시 아끼고 아꼈을 테지만 그 마음을  시들해져 갔을 것이다.

이유 없이 좋아하는 일보다, 서로를 억지로 이해하려는 마음에 지쳤을 것이다.

열렬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을 것이다.


그렇게 왠지 모르게 떠올랐다.

익숙한 길을 걸어가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길은 두렵고 겁나기 때문이다.

익숙한 식당을 가는 것도, 우리는 다른 식당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익숙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나를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편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서투르지 않게 살아간다는 것.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하지만 익숙함은 곧 고마움과 신선함을 무뎌지게 한다.


낯선 길을 걸어가는 것, 낯선 관경을 보고 식당을 가고, 낯선 사람을 만나보는 것.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왔다는 뜻. 

어쩌면 익숙한 것을 잊어야 한다는 뜻.

어쩌면 새로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거나 새로운 곳을 가는 것.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감정.

왠지 모르게 낯선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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