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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Nov 05. 2019

아름다운 병원 닉뽀안, 시엠립

화려했던 앙코르 제국


  자야바르만 7세는 죽은 아버지를 위해 쁘레아칸 사원을 세우고 사원 동쪽에 거대한 인공 저수지 자야타타카를 조성했다. 이는 쁘레아칸과 연결된 강력한 권력의 과시며 종교적 신성함의 표현이었다. 자야타타카 저수지는 크기가 900×3700m로 너무 커서 인공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한가운데에 닉뽀안 사원이 있다. 앙코르 유적에서 가장 특이한 건축물 중 하나다. 이 사원은 인간을 구제하고 병을 치유하는 목적으로 지어진 사원이다. ''은 뱀(또는 용)을 뜻한다. 원형의 기단을 나가(뱀)가 감싸고 있어 사원 이름도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건기의 자야타타카 저수지

  닉뽀안 사원은 우기에 가야 아름답다. 커다란 저수지 한가운데 인공섬을 조성하고 인공섬의 한가운데 연못이 있고 그 연못 한가운데 사원이 있다. 건기에는 자야타타카 저수지가 마르듯이 닉뽀안 사원의 연못도 메마른 땅을 드러낸다.

  우기의 막바지에 나는 닉뽀안 사원으로 향했다. 연못에 핀 연꽃이 하늘을 향해 아름답게 펼쳐진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자야타타카 저수지가 메말랐을 때 나무들도 힘겹게 서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닉뽀안 사원은 앙코르톰에서 그다지 멀지 않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이 많은 편이다.


  닉뽀안 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저수지를 건너야 한다. 나무다리가 놓여 있어 접근이 쉽다. 저수지 바닥에 닿을 듯 놓여 있는 나무다리 위를 걷는데 흠뻑 물을 머금은 저수지가 건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황홀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우기의 자야타타카 저수지
나무들의 향연

  깊이는 깊지 않다. 수초가 많아 작은 물고기 떼가 무리 지어 다닌다. 건기에 메말랐던 나무가 우기에 춤을 추듯 서로 엉켜있는 모습이 물 위의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닉뽀안 사원이 눈에 보인다.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닉뽀안 사원은 한 면이 70m인 정사각형 연못의 중앙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서있다. 물에 비친 닉뽀안 사원을 보니 한 폭의 그림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모든 색의 물감을 사용하여 그려도 똑같이 그리지 못할 것 같다. 숲을 배경으로 천연색의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사원 탑연못에 비쳐 대칭을 이루며 물 표면 또 하나의 닉뽀안을 만든다.

수로를 연결하는 고푸라

  중앙 연못의 사면에는 네 개의 작은 연못이 수로로 연결되어 있다. 네 개의 작은 연못은 물, 흙, 불, 바람을 의미한다. 수로에는 불교 조각으로 가득한 탑이 있다. 물의 입구를 말하는 고푸라 같다. 여기서 흐르는 물은 치유의 뜻을 가졌기에 드나드는 문도 필요한 했으리라. 고푸라의 벽돌과 조각이 아담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이다.

  

  보면 볼수록 너무 아름다워 넋이 나간다. 원형의 기단을 감싸고 있는 두 마리의 나가는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지만 여러 개의 계단이 원형으로 기단을 형성하고 있고 기단 맨 위쪽에는 꽃무늬가 보이는데 섬세함의 극치다. 원형 기단 위에 10m 높이의 성소탑이 세워져 있다. 성소탑에는 아름다운 조각이 빼곡히 들어차 자야바르만 7세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각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원형 기단과 성소탑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연출은 닉뽀안 사원을 가장 아름다운 앙코르 유적 중 하나로 손꼽게 한다.

닉뽀안 사원

  닉뽀안 사원은 신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불쌍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대 사람들은 목욕 조에 들어가면 병이 치유된다고 믿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이 연못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내 눈에는 이 사원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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