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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Nov 07. 2019

앙코르 제국의 뿌리 바꽁, 시엠립

화려했던 앙코르 제국


  앙코르 유적을 다니다 보면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크게 감동을 받는 경우가 있다. 바꽁 사원이 그렇다. 시엠립 시내에서 10km 떨어져 있어 투어 코스에서도 빠져있고 사원의 내력을 알지 못하면 선뜩 가지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나는 바꽁 사원을 앙코르왓만큼이나 추천한다. 바꽁 사원은 프놈바켕을 중심으로 한 수도 '야소다라뿌라'가 건설되기 이전의 수도인 '하리하라라야'에서 앙코르 제국 초기를 대표하는 사원이다. 앙코르 제국이 탄생한 지 80년이 지난 후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인드라바르만 1세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바꽁 사원은 지금도 규모가 크지만 2중의 외부 해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서너 배는 됐을 거다. 그 정도로 크고 웅장하다. 해자를 건너 보이는 중앙성소탑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앙코르왓의 중앙성소탑? 프놈펜 독립기념탑? 맞다. 바꽁 사원의 중앙성소탑은 앙코르 제국의 가장 화려한 양식을 보여주는 시작이다. 높은 기단 위에 세워진 중앙성소탑은 우러러 쳐다봐야 더 잘 보인다.  

바꽁 사원
무너진 라이브러리

 나는 라이브러리를 끼고 사원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처음 가는 유적지에서는 늘 하던 버릇이다. 사원이 커서 꽤나 많이 걷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첫눈에 주변을 걷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한 발 두발 내디디자 사암으로 조성된 웅장한 건물이 눈앞에 펼쳐지며 나는 앙코르 제국 초기 시대로 빠져들어간다. 사람이 적어 주변이 조용하니 깊은 사색을 한다. 입구 양쪽에 있는 라이브러리는 무너져 기단만 남았다. 이곳에 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무너졌다는 거, 텅 비어 있다는 건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그래서 무덤덤한 이 돌덩이 기단이 신비롭게 보인다.



  바꽁 사원은 4단의 피라미드식 기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맨 위에 중앙성소탑이 있다. 기단에서부터 성소탑 끝까지 하면 높이가 25m를 넘는다. 그런 높이에 연꽃 봉오리 탑을 세웠으니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2층 기단을 오르다 나는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교의 영어과 교수로 가이드 일을 병행하고 있는 친구다. 캄보디아는 국립대학교 교수라 해도 월급이 적어(대략 350달러/월) 투잡을 하는 게 현실이다. 나는 이 친구를 앙코르왓에서 두 번 봤다. 이곳에서 볼 줄은 꿈에도 생각질 못했다. 그만큼 가이드가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앙코르 유적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린 교무실에서 앙코르 유적에 대해 얘기 나누곤 했다.

  기단을 하나씩 오르며 중앙성소탑에 가까이 갔다. 화려한 연꽃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 계단 양쪽에 서있는 사자는 앙코르 제국의 기상을 호령하고. 다가가 보니 중앙성소탑 연꽃 봉오리는 만개하여 활짝 웃고 있다.

중앙성소탑

  중앙성소에 올라서니 마치 세상이 앙코르 제국의 발아래 있다는 듯이 사방이 한눈에 보인다. 사원을 둘러싸고 조성된 8개의 탑은 붉은색을 분출하며 높이 솟아 있다. 중앙성소를 중심으로 한 면에 두 개씩 정확히 서있다. 하지만 무슨 용도로 만든 건지 알 수가 없다. 용도가 무엇이던 8개의 탑은 균형 있게 바꽁 사원을 지키고 있다. 그 모습이 무척 근엄해 보인다.


중앙성소에서 바라본 광경, 사자의 호령

  바꽁 사원에서의 느낌이 남다른 것은 꾸밈이 없는데도 섬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성이 뛰어난 것이다. 날것이지만 거칠지 않고, 웅장하지만 안정된 느낌이다. 나도 바꽁 사원을 닮고 싶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다. 중앙성소탑을 봤을 때의 강열한 인상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바꽁 사원 인근에는 쁘레아코 사원과 최초의 수상 사원인 롤레이 사원이 있다. 모두 인드라바르만 1세가 강한 제국을 만들기 위해 세운 것이다.

  앙코르 유적을 보면서 각각의 것이 주는 의미가 다 다르다. 초기 앙코르 제국의 수도, 이곳은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앙코르 제국의 역사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쌓아 올린 돌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중앙성소에서 그들이 그렸을 꿈을 생각해 봤다. 바꽁 사원은 한국의 마니산 천제단 같은 곳이다. 캄보디아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나는 바꽁 사원에 다시 한번 오려고 한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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