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 천주교라니!

고시원입실자 이야기

by 그로우루샤

그날은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각에 울린 전화였다.


'띠링띠링'


"방 있나요?"


"지금 몇 신데 방 구하는 전화를 하셨죠?"


"죄송합니다 근데 저는 빨리 방을 구해야 해서요"


"일단 알겠고요, 날 밝으면 다시 전화 주세요"

"남들 다 자는 늦은 시간에 전화하는 건 예의가 아니죠?"


... 아. 그런가요?


이 남자분은 처음 전화할 때부터 심상치 않은 말투와

상대방에 대한 예의조차도 없어 보이는 듯 보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그 남자는 내 고시원에 입실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 남자한테 뭔가 이상한 점이 보였다.


입실 후 거의 매일매일 수시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자신의 가슴아픈 이야기와 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원장님, 저는 스페인계 미군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데요...


울 엄마랑 누나, 형까지 다 돌아가시고 저만 혼자 남았어요

그래서 저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어요.


저는 현재 무당인데 법당을 차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배달일을 하려고 고시원에 들어왔어요.


솔직히 무당이 안되겠다고 신내림을 거부하려고

베트남까지 1년간 도망갔었는데 결국 신내림을 받게 됐어요.


이러는 거다.


뭔가 특이하지만 안쓰러운 맘도 느껴지긴 했지만,

그의 전화통을 매번 받자니 일이 안 되는 거다.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전화가 나를 너무 힘들게 했고

그의 안타까움을 계속 받아줄 수만은 없었다.


결국 퇴실해 줄 것을 요청하니 그때부터 원장의 할 일

그러니까 청소, 쓰레기분리수거 등 고시원의 일을 총무처럼

열정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원장님, 옥상에 담배꽁초가 이곳저곳 널브러져 있는데

내가 한 시간 이상 뙤약볕에서 땀 흘려가며 치웠어요.

"원장님, 쓰레기 개판으로 버려놓은 거 분리수거 확실히

해놨어요.


"원장님, 어떤 분이 방 보러 왔는데 내가 방 보여주고

원장님 전화번호 알려줬어요"


이렇게 원장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나는 일단 고맙기도 해서 전화만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주의만 주고 그분을 퇴실시키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화의 전화를 받았다.


"띠리링~"


"여보세요?"


"이 원장님인가요?"


"네, 그런데요"


"ㅇㅇㅇ씨가 그 고시원에 사는 분인가요?"


"네, 맞는데요"


"저는 경찰이고요.


ㅇㅇㅇ씨가 한강에서 자살하려던 거

어떤 분이 못하게 막으셔서 연락드렸어요"


아니 이런... 자살시도를 했다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니 그 전화를 받으니

무섭기까지 했다.


내가 그분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니

그냥 "죽고 싶어요" 이러는 거다.


그래서 나는 대뜸 그분에게,


"하느님을 믿어보는 건 어때요?"


"...


"나는 천주교인인데요, 하느님을 믿고 사니

어려운 상황에도 기도하면서 잘 이겨내고 있거든요.


ㅇㅇㅇ씨도 죽고 싶은 마음이 자꾸 올라온다면

하느님을 믿으면 분명 좋아질 거예요"

내가 100% 자신해요.


"어때요?"


처음엔 무슨 말도 안 되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이었지만 여러 차례 강단 있게 말하는 내 눈빛과

말투에 뭔가 모를 확신이 차 있어 보였는지 한번 믿어볼까

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ㅇㅇㅇ씨가 나에게 큰 소리로,


"정말 내가 하느님 믿으면 살 수 있어요? 원장님?"


"적어도 지금처럼 죽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한번 나 믿고 성당 가서 세례 받아봐요."


그러고 나서 ㅇㅇㅇ씨는 고시원 근처 성당에 가서

세례절차를 문의해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


밤낮으로 나에게 전화해서는...


"원장님, 나 하느님 못 믿겠어. 몸에 이상한게 올라와요.

온몸에 붉은색의 뾰루지 같은게 올라오니 밖을 나갈 수가

없어요. 나 왜 이런거에요?"


나는 대뜸


"하느님을 믿으려하니 악신이 난리치는거에요."

그러니 좀 견뎌야해요. 뭐든 큰것을 얻으려면 고통은

감내해야해요."


이렇게 여러차례 설득을 하였다.


또 한번은 배달일을 하다가 큰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있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ㅇㅇㅇ씨가 울면서,


"원장님 나 죽일 작정이야? 내가 이렇게 사고까지 났는데

계속 하느님을 믿어야겠어?"


눈물을 흘리며 우는 그 사람의 말을 들으니

"그만해야하나? 내가 잘못 가르쳐준건가?"하는

의심이 들었다.


처음엔 개종시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라 생각치 않았다.


그런데 무당이 천주교로 개종하는 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어쩌란 말인가?


ㅇㅇㅇ씨가 천주교인으로 된다고 나에게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난 무엇을 위해 힘든 개종을 굳이 시키려고 하는걸까? 마음 속에서

여러 잡생각이 올라왔다.


종교인으로서의 양심이랄까? 아니 신앙인으로서의 양심이 맞겠다.


너무 힘들면 그만두라고 할까? 아니다...


하루하루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다시 무당으로 돌아간다고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며칠이 흐르니 그에게 전화가 왔다.


"나 그만하기로했어요. 더 이상은 못하겠네요."


그래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일까? 아니다.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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