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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Jun 26. 2023

정답기도 하여라.

끼룩끼룩

동쪽으로 쭉 뻗은 출근길을 가다보면 저 앞으로 그들이 줄지어 한강으로 간다. 아침 먹으러 가나보다. 일을 마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서쪽 집으로 들어오다 보면 그들도 하루 잘 보냈는지 ‘끼룩끼룩’ 거리며 산으로 향한다. 이들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저 북쪽 시베리아에 잘 있다가 또 왔다고, 반갑다고 인사하는 듯하다. 그러면 나도 우리도 잘 지냈었다고 별일 없었다고 손 흔들며 화답해준다.


그들을 볼 때마다 고은 시인의 ‘선제리 아낙네들’이 생각난다. 빈 배 요기도 못하고 장에 갔다 돌아오는 선제리 아낙네들의 말소리와 밤기러기 소리가 남이 아니라고 한다. 그 먼길을 오고 가는 고된 길을 혼자 하는게 아니라 끼리끼리 나누는 고생이라 의좋다고 한다.


그 춥고 먼 북쪽 땅을 향해 얼마나 많은 밤을 쉴 새 없이 날개를 저었을까. 아름다운 선을 이루는 도열을 유지하며 어떤 약속으로 어떤 신뢰로 서로를 의지하고 정답게 그 긴 시간을 함께하는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다. 뒤처지는 친구 다독이며, 칭얼대는 친구 달래가며. 함께 가자고, 가야한다고 얼마나 많은 정다움이 그 시간들을 채웠을까.


혼자서는 다다를 수 없다. 혼자서는 행복하지도 않다. 설정이라도 한 듯 오차없이 도착한 그곳에서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 기쁨을 나눌 수 없다.



먹밤중 한밤중 새터 중뜸 개들이 시끌짝하게 짖어댄다

이 개짖으니 저 개도 짖어

들 건너 갈뫼 개까지 덩달아 짖어댄다

이런 개짖는 소리 사이로

언뜻언뜻 까 여 다 여 따위 말끝이 들린다

밤기러기 드높게 날며

추운 땅으로 떨어뜨리는 소리하고

남이 아니다

콩밭 김칫거리

아쉬울 때 마늘 한 접 이고 가서

군산 묵은 장 가서 팔고 오는 선제리 아낙네들

팔다 못해 파장 떨이로 넘기고 오는 아낙네들

시오릿길 한밤중이니

십릿길 더 가야지

빈 광주리야 가볍지만

빈 배 요기도 못하고 오죽이나 가벼울까

그래도 이 고생 혼자 하는게 아니라

못난 백성

못난 아낙네 끼리끼리 나누는 고생이라

얼마나 의좋은 한세상이더냐

그들의 말소리에 익숙한지

어느새 개짖는 소리 뜸해지고

밤은 내가 밤이다 하고 말하려는듯

어둠이 눈을 멀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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