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남은자들 20화

무게 (1)

단편 소설

by 포도씨

한강의 물결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조용히 흐르고 일렁이고 다시 이어졌다. 물비린내가 섞인 봄바람이 강둑을 스쳤다. 진흙 냄새와 젖은 풀잎의 향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자가 스마트폰 삼각대를 펼치고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할 수 있어. 느낌이 와.”


그는 웃으며 말하곤, 핸드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어 번 터치했다. 붉은 녹화 아이콘이 깜빡였고, 그는 카메라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길가에서 조깅하던 한 여자가 멈춰섰다. 개를 산책시키던 노인이 잠깐 시선을 돌렸다. 하늘은 흐렸고, 구름은 천천히 내려앉는 듯했다. 그의 뒤꿈치가 들렸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가 까치발을 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릎, 허리, 어깨까지 천천히 약 30cm 가량 솟구치자 근처에 있던 몇 명이 탄성을 질렀다.


“헉… 야, 저 사람 떠오르는데?”

“마술 아니야? 아님 드론이야?”


그는 두 팔을 벌리고 허공에 머물렀다. 자신의 발아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됐어…! 이건 진짜라고…!”


카메라는 바닥에서 떠오른 그를 찍고 있었다. 한강 다리 밑으로 여러대의 자전거가 지나가고 있었고, 강물 위로 약간 떠오른 남자의 그림자가 비췄다. 그리고 그 영상은 그날 밤 유튜브 채널 <너와나의미스터리>를 통해 업로드되었다.


제목: “인간이… 진짜 떠오릅니다 (실화, 절대 합성 아님)”

댓글이 쏟아졌다.

- 와 이거 뭐야 ㄷㄷㄷ

- 신내림인가요?

- 드디어 초전도체인가!

- 정부가 뭐 숨기고 있는 거 아님?


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영상은 각종 뉴스 채널과 커뮤니티에서 퍼져나갔다. 누군가는 농담처럼 말했다.


“조잡한 합성이네. 요즘 저런 영상 너무 많아. 진짜.”


며칠 뒤, 그는 한 종편 뉴스 아침 생방송에 초대되었다.


“초능력자 등장, 이 남자의 정체는?”


스크린 하단엔 자극적인 자막이 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떠 있었다. 방송국 야외 무대로 올라갔다. 정확히는 주변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그는 마치 풍선처럼 약간씩 흔들리며 떠 있었다. 앵커는 신기한 듯, 또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내려오실 수는 없나요?”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엔 그냥 장난처럼 해봤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안 내려와져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 3번 카메라를 들고 있던 촬영감독의 몸이 휘청했다.


“어… 어?”


그의 신발 밑창이 바닥을 살짝 떠났고, 동료 스태프들이 다가가려는 순간, 그의 몸이 천천히 15cm쯤 떠올랐다. 카메라가 흔들렸다. 화면엔 스태프들의 소란, 앵커의 당황한 표정, 그리고 허공에 붕 뜬 두 사람의 모습이 동시에 비쳐졌다.


“이건… 생방송 맞죠?”


방송국의 기술감독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무대 끝자락에서 조명 장비를 고정하던 또 다른 스태프의 발끝이 들렸다. 천천히, 미세하게. 마치 중력이 물러나기라도 한 것처럼. 이후의 사건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뉴스 타이틀을 덮었고, 몇 시간 안에 CNN, BBC, NHK, CCTV 등 전 세계 방송사가 이 장면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또다시 공중부양 현상 발생.”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가 시작되었다.”

“이건 단순한 개인의 사건이 아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 둘씩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계속)

2부는 https://brunch.co.kr/@grapeseed/185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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