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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l 04. 2023

반드시 해야 할 존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

<제로 투 원>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지난 글에 이어 <제로 투 원>을 5장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를 읽고 배울 수 있는 내용을 씁니다.


존속 가능성

독점기업도 미래까지 살아남았을 때만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

기업 가치가 주로 미래의 기대 수익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오늘의 기업 가치는 그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돈의 총합이다.

미래 기대 수익은 대체제가 없을 때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유사한 기업들이 있다면 이윤은 곧 경쟁을 통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개념이 (창조적 독점과 더불어) '존속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성장은 측정하기가 쉽지만 '존속 가능성'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속 가능성'은 측정하기 어려워 직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공감합니다.

미래의 이익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사항은 아니다. 어느 기업이 가치가 있으려면 앞으로 성장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회사가 존속해야' 한다. <중략> 하지만 결국 징가는 할리우드의 모든 스튜디오가 겪는 것과 똑같은 문제에 부딪히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변덕스러운 관객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그리고 '존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제시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성장하는 데 목숨을 건다면,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이 회사가 존속할 것인가?' 숫자만으로는 결코 그 답을 알 수 없다. 답을 알고 싶다면 내가 하는 사업의 질적 특성을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알듯 말듯한 이러한 조언은 장의 마지막 문장들을 읽을 때 비로소 명확해지는 듯합니다.

작은 틈새시장을 장악한 다음, 거기서부터 규모를 확장하고 야심 찬 장기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중략>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마지막 수를 연구하라."


10배 이상의 개선

저자는 독점 기업의 특징으로 네 가지를 내세웁니다. 첫 번째는 독자 기술입니다.

독자 기술이야말로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이점이다. <중략> 유용한 경험칙 하나를 제시하자면, 독자 기술은 가장 가까운 대체 기술보다 중요한 부분에서 '10배'는 더 뛰어나야 진정한 독점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보다 못한 개선은 지엽적인 개선으로 인식돼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중략> 10배의 개선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해 내는 것이다. <중략> 페이팔은 이베이eBay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방법을 10배는 편하게 만들었다. 우편으로 수표를 보내면 도착하는 데 7일에서 10일이 걸렸지만, 페이팔은 경매가 끝나자마자 구매자가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판매자들은 대금을 즉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표와는 달리 상대편 자금에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마존이 처음으로 10배의 개선을 이룬 것 역시 눈에 띄는 일이었던 것이다. 다른 온라인 서점들에 비해 아마존은 10배 이상 많은 책을 선보였던 것이다.

이상의 텍스트는 확실하게 써먹을 수 있는 한 가지 경험칙을 알려 줍니다.

우리가 만든 제품/서비스가 사용자를 10배는 편하게 해 주는가?


뒤이어 '통합 디자인'에 대해서도 강조합니다.

10배의 개선을 이루는 방법 중에는 우월한 통합 디자인을 하는 방법도 있다. <중략> 통합 디자인을 얼마나 개선했는지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어찌 되었든 아이패드가 이전의 제품들보다 적어도 10배 이상의 개선을 이룬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태블릿 PC는 쓸 수 없던 것에서 쓸모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통합 디자인’에 대한 설명은 <프로덕트 관리의 역할과 기원은 무엇인가?>편에서 다룬 생각을 소환합니다. 프로덕트 관리 업무 영역에 UX가 있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Martin Eriksson, 2011

물론, '통합 디자인'이 꼭 UX만을 언급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뉘앙스는 '디자인 싱킹 Design Thinking'과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저 역시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 '모던 UX'란 말을 썼었는데, 저자가 말하는 '통합 디자인'도 비슷한 어감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를 위한 강력한 초기 사용자 만족

두 번째 독점 기업의 특징은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강력한 것이지만, 그 효과를 누리려면 초창기의 사용자들에게 해당 제품이 가치가 있어야 한다. <중략> 역설적이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한 사업들은 특히나 더 작업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처음에는 겨우 하버드 대학생들 사이에서만 사용되었다.

초기 사용자가 누구인지 분명해야 한다는 교훈은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과 같은 다른 책에서도 배운 내용입니다. 동질성을 지닌 집단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가 또 의사결정을 늦출 수 있습니다. 또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처음 적용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도 단박에 알게 됩니다. 사실은 이 역시 단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점은 MBA 출신들이 왜 좀처럼 성공적인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지도 설명해 준다. 초기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사업 기회로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대기업에서 훈련받은 사람들도 MBA 출신과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듯한데,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듯도 합니다. 대기업은 자신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 직원을 훈련할 테니까요. 여기까지 쓰고 보니 공교롭게 최근에 제가 고객사에 '점진적 출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권도균 님의 최근 포스트를 인용했던 사건이 생각납니다.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

세 번째 독점 기업의 특징은 '규모의 경제'입니다. 다음 문장은 질문을 부르는 문장이기도 했습니다.

서비스 회사는 독점기업이 되기 어렵다.

그럼, '서비스 회사는 운영하지 말라는 뜻인가?' 마침 지난 글에서 페벗 님이 올린 댓글이 생각났습니다.

페벗 님의 주장과 피터 틸의 주장을 모두 수용하면 '인본주의 관점'은 독점을 저해하는 요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1]


아래 문장 역시 자본가들이 투자 가치를 지닌 기업에 대해 설명하는 듯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하듯이 재능 있는 사람들 몇몇 이서 수백만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는 없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반복해서 떠오르는 질문은 그래서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입니다. 유리한 길에 호도되어 맞는 길을 찾지 못하면 엉뚱한 일에 시간을 쓴다는 사실을 배운 덕분입니다.


브랜드로 강화한 애플의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독점 기업의 네 번째 특징은 '브랜드 전략'입니다.

애플은 하드웨어(뛰어난 터치스크린 소재)와 소프트웨어(특정 소재에 맞춤형으로 디자인된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 양쪽에서 보유하고 있는 독자 기술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완전체를 이루고 있다. 또한 애플은 자신들이 구입하는 자재에 대해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대량으로 제품을 제조한다. 그리고 자체 콘텐츠로 형성된 생태계를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린다.

피터 틸에게 애플은 '브랜드에 대한 교과서'라고 느끼게 하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브랜드 전략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애플의 브랜드 전략이 독점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것은 그 바탕에 이런 우위 요소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이 아닌 브랜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중략>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단지 일하기 쿨한 곳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제품 라인을 과감히 쳐내고 10배의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소수의 제품에 집중했다. 그 어느 기술 기업도 브랜드 전략 하나만으로 일어설 수는 없다.


독점기업 세우기

피터 틸은 가장 먼저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라'라고 조언합니다.

곳곳에 흩여져 있는 수백만 명의 주의를 끌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정말로 우리 제품이 필요한 기천 명에게 접근하는 편이 훨씬 쉬웠다.

그리고 가능하면 경쟁이 없는 곳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치열한 경쟁은 곧 이윤이 0이 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다음으로 '몸집 키우기' 단계입니다.

틈새시장을 만들어내 지배하게 되었다면, 관련 있는 좀 더 넓은 시장으로 서서히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그 방법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아마존'이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아마존을 세울 당시, 그의 비전은 온라인 소매점을 모두 먹어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용의주도하게도 책에서부터 그 작업을 시작했다.

글로 읽으면 당연한 듯이 보이지만 실천을 위해서는 용의주도함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마존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책 읽는 사람의 수를 늘리든지, 아니면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했다. 후자를 선택한 아마존은 가장 비슷한 시장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CD, 비디오, 소프트웨어 같은 것들 말이다.

현장에 존재하는(밖에 볼 때) 모순 혹은 '비논리적 논리'가 용의주도함을 필요로 하는 듯합니다.

오히려 별 볼일 없는 취미생활 애호가들에게 서비스를 계속하면서 아이템에 관계없이 이베이가 사람들이 온라인 거래를 하기에 가장 믿을 만한 사이트가 되기를 기다렸다.

피터 틸의 주장이 맞다면, '아직 충분한 인식이 형성되지 못해서' 기회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 확장 순서를 제대로 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인식이 형성되지 못했지만,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원칙이 필요하다.

그의 말대로 MBA들은 이 정도로 시장 확장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 상황일 테니까요.


혁신이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다음 조언은 '파괴하지 마라'입니다.

실리콘밸리는 '파괴disruption'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다.

이런 견해는 피터 틸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혁신이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는 과거 '블루오션'을 제안했던 두 명의 교수가 '비파괴적 창조'를 주장하는 HBR 기사를 보고 쓴 글입니다.

다만, 피터 틸이 '파괴적 혁신'에 비판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잖아 보이는 이 새로운 유행어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가들 스스로 경쟁 시장을 당연시하게끔 기업가들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은 기존 회사들에 대한 위협을 묘사하려고 만든 말이다. 그런데 신생기업들이 파괴에 집착한다면, 이는 구식 회사들의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보겠다는 뜻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자신의 노하우도 제공합니다.

페이팔이 인터넷 결제를 보급하면서 비자Visa가 하던 업무의 일부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중략> 하지만 우리는 결제 시장 전체를 확장시킴으로써 우리가 비자에서 가져온 것보다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비자에게 돌려주었다. 전체를 놓고 보면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다음 문장을 보면 피터 틸이 말하는 '파괴하지 마라'는 '몸집 키우기' 과정에서 유의할 내용인 듯합니다.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 시장을 파괴하지 마라. 할 수 있다면 경쟁은 피할수록 좋다.


주석

[1] 대기업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콜센터에 맡기고 외주로 돌리는 일이 하나의 패턴처럼 되어 있습니다. 서비스 업종에서 '인본주의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싶은데, 사실 그쪽은 업을 잘 모르니 추가적인 언급은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제로 투 원>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1.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다

2. 경쟁하지 말고, 독점을 창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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