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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19. 2023

사람은 사고언어로 사고한다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에서 배우기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 3장 '정신어MENTALESE'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인용하고, 영감을 받아 떠올린 생각을 기록합니다.


Mentalese 혹은 Language of thought hypothesis

정신어로 번역된 저자의 표현 'Mentalese'를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Language of thought hypothesis로 인도하였습니다.

The language of thought hypothesis (LOTH), sometimes known as thought ordered mental expression (TOME), is a view in linguistics, philosophy of mind and cognitive science, forwarded by American philosopher Jerry Fodor. It describes the nature of thought as possessing "language-like" or compositional structure (sometimes known as mentalese).

노트북 화면 기준으로 2페이지 반 정도의 분량을 보면 관련 연구가 아주 적지는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직접적인 연관 관계는 없을 듯하지만 최봉영 선생님의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추구하는 일과 공통적인 점이 있어 보입니다.


언어에 대한 오해와 일반의미론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저자는 언어를 둘러싼 비과학적 현상을 제시합니다.[1]

많은 사회적, 정치적 담화에서 사람들은 말이 사고를 결정한다고 쉽게 가정한다. <중략> 철학자들은 동물에게는 언어가 없으므로 의식도 없고, 따라서 의식 있는 존재가 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1933년부터 시작된 '일반의미론'이라는 배경 지식을 선사합니다.

일반의미론은 인간의 어리석음의 이유를 언어구조가 인간의 사고에 저지른 교활한 '의미 손상' 탓으로 돌린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십 대에 저지른 도둑질을 이유로 이제 마흔이 된 사람을 구속하는 것은 40세의 존과 19세의 존을 '동일인'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만약 이들을 '존'이라 통징하지 않고 각각 '존1972'와 '존1994'로 지칭한다면 이런 황당한 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지적인데, 공교롭게 이런 생각을 <거만한 바보를 벗어나기>에서 소개한 박문호 박사님과 함께 한 유시민 작가님의 대담에서 몇 차례 들어서 익숙했습니다.


지각한 사실에 단어를 붙이는 일

시각과 인지 작용을 세밀하게 다뤄 굉장한 인사이트를 주는 설명입니다.

스펙트럼에 금을 긋는 것은 언어다. 줄리어스 시저는 회색과 갈색을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언어가 아무리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어가 망막에까지 손을 뼏쳐 신경절세포를 재배선한다는 것은 생리학자들로서는 황당할 뿐이다. <중략> 우리가 색깔을 보는 방식이 우리가 그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를 익히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몇 가지 머릿속에 담고 있던 생각들과 상승 작용을 합니다. 첫 번째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인데, 제가 한 동네에 살면서 놀라울 정도로 보고 싶은 것만 장기간 봤다는 사실을 아내가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경험적으로 저자가 한 말에 대한 감각적 공감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최근에 소프트웨어 설계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입자를 인식하거나 정의한다는 일은 결국 경계를 짓는 일이란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인용문의 '금은 긋는 것'이 바로 언어이고,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요소를 정의하는 일도 결국 언어 작용과 같은 패턴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지과학의 기초는 물리적 상징체계 가설

자자는 표준어 논리와 유사한 문화적 우월주의의 폐해를 소개합니다.

식견을 넓혀 주는 듯한 이러한 일화들이 인기를 끈 것은 다른 문화의 심리현상들을 자국의 그것들에 비해 기묘하고 이국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온정적 우월주의에 호소한 덕분이었다.

저자는 다양한 언어연구의 오류를 지적한 후에 앨런 튜링의 가상 기계장치인 튜링기계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핵심 개념은 표상을 설명합니다.

표상이란 그 부분들과 배열이 어떤 개념들 혹은 사실들의 집합에 일대일로 조응하는 물리적 대상이다.

그리고 튜링기계의 추론 과정을 설명합니다.

이것이 바로 '물리적 상징체계 가설' 또는 마음에 관한 '연산' 혹은 '표상' 이론으로 불리는 사고이론의 핵심이다. 세포론이 생물학의 기초이고 판구조이론이 지질학의 기초이듯이 이 사고이론은 인지과학의 기초다. <중략> 우리가 마음속에 가정하는 표상은 상징의 배열이어야 하고, 프로세서는 고정된 한 묶음의 반사작용들을 수행하는 장치여야 한다.

'가정'이나 '배열' 같은 단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시작할 때 찾았던 Language of thought hypothesis 페이지와 정의가 떠오릅니다.

The language of thought hypothesis (LOTH), sometimes known as thought ordered mental expression (TOME), is a view in linguistics, philosophy of mind and cognitive science, forwarded by American philosopher Jerry Fodor. It describes the nature of thought as possessing "language-like" or compositional structure (sometimes known as mentalese).

아마 'hypothesis' 그리고 'ordered' 같은 표현 탓이겠죠.


사람은 영어나 한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는 영어 단어로 생각할 수 없다는 근거로 '다의성'을 제시합니다.

한 개의 단어에 조응하는 생각이 두 개일 수 있다면, 생각은 단어일 리가 없다.

또한, 영어의 두 번째 문제는 논리적 명시성의 부재라고 합니다.

영어 문장은 이 상식을 수행하기 위해 프로세서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구현하지 못한다.

저자가 다양한 근거로 주장하는 바를 드러낸 문단입니다.

사람들은 영어나 중국어나 아파치어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고언어로 사고한다. <중략> 사고언어는 개념을 나타내는 상징을 가지고 있고, 또 앞서의 페인트칠하기 표상에서처럼,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했는가 하는 것에 조응하는 상징의 배열을 가지고 있다.


주석

[1] 이렇게 느끼는 기저에는 <내가 과학을 공부하는 진짜 이유>에서 쓴 대로 과학적 태도를 추종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어제 보았던 <유시민 X 김상욱> 두 분이 출연한 북토크 영상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습니다.


지난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에서 배우기 연재

1. 언어는 본능이다

2. 재잘거림과 언어논리는 두뇌에 깃든 선천적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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