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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10. 2023

번은 어떤 때 띄어 쓰고 어떤 때 붙여 쓰나?

내가 쓰는 맞춤법 오류 분석

<관계라는 가장 중요한 우주적 현상>을 쓰면서 다음 문장에서 '한 번'을 쓸 때 띄어쓰기 오류를 범했습니다.

무위의 힘을 또 한 번 깨닫다


의존 명사 번(番)

일단 <의존 명사 앞에 띄어쓰기>부터 번(番)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번(番)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 김에 한자 '차례 번'도 찾아봅니다.[1]

한자 구성원리도 보았는데, '밭 전'자가 차례를 뜻하는데 잘 어울리는 듯도 합니다. 釆(분별할 변)은 음의 파생했을 듯하였으나 '회의'자라고 하니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한-번(番) / 지난-번(番) / 다음-번(番)

몇 차례 틀린 적이 있는 한번, 지난번, 다음번은 관용적으로 굳어져 낱말이 된 듯합니다. 이전 글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한-번(番)'은 낱말인데, ''이 의존 명사인 것으로 오인했다. '한번'은 명사와 부사 낱말이다. 내가 오류를 범한 경우는 부사였다. 4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만 살펴보자.

「1」 ((주로 ‘-어 보다’ 구성과 함께 쓰여)) 어떤 일을 시험 삼아 시도함을 나타내는 말.

용례를 보자.

한번 해 보다.

한번 해 보다.

제가 일단 한번 해 보겠습니다.

(2023년 7월 4일 추가) 반면에 '한 번에' 같은 형태로 쓰려면 '번'이 의존 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합니다.


(2023년 6월 6일 추가) 비슷한 지난-번(지난番)도 추가합니다.

지난번에 한 부탁 잊지 마.

지난번 바둑은 내가 졌지만 이번엔 꼭 이기겠다.


(2023년 7월 20일 추가) 비슷한 다음-번(番)도 추가합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또 다음번을 기다리겠나?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 vs 한번

사실 위에 옮겨온 '한번'과 '무위의 힘을 또 한 번 깨닫다'에 사용한 '한 번'이 다시 헷갈린 사건이 이 글을 쓰는 동기가 된 것입니다. '한-번(한番)'은 다음 문자에서처럼 명사로도 쓰이지만, 일단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부사입니다.

한 번은 그런 일도 있었지.

언젠가 한 번은 길에서 그 사람과 우연히 마주친 일이 있었어.

반면 띄어 쓰는 '한 번'은 관형사 ''과 의존 명사'번(番)'이 나란히 쓰인 경우죠.


주석

[1] 음이 같아서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 주로 나오는 '번'도 같은 것인가 해서 찾아봤는데 아니었습니다. 일단 한자가 울타리 번(藩)이었고,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사용했던 제후국을 부르는 일종의 단위 개념이었습니다.



지난 내가 쓰는 맞춤법 오류 분석 연재

1. 속은 어떤 때에 띄어 쓰고 어떤 때에 붙여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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