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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Oct 30. 2023

관계라는 가장 중요한 우주적 현상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우기

지난 글에 이어서 박문호 박사님 영상에서 배운 내용을 씁니다. 관계의 설명 뒤에 다음과 같은 철학적인 혹은 불교적인 냄새가 나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관계를 위해 나만 잘하자?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 무아(無我), 연기(緣起), 점수(漸修) 같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겐 무관한 것이라 여겼던 단어들이지만 최근에는 조금 익숙해진 이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식인 XP 그리고 자주 인용한 페벗님 문구가 자연스럽게 함께 연상됩니다.


현상적이라는 것은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관계를 확장하면, 현상에 대해서는 알 수 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표현이 이런 때 쓰는 것이구나 싶습니다.

영상을 계속 보기 전에 잠시 멈추고 현상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먼저 아이들과 함께 보는 보리 국어사전부터 찾았습니다.

현상(現象) 직접 보거나 느껴 알 수 있는 모습이나 상태

맞춤법 오류를 잡다가 친해진 표준국어사전도 찾아보았습니다.

현상(現象)
「1」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사물의 모양과 상태.
「2」 『철학』 본질이나 객체의 외면에 나타나는 상.

박문호 박사님이 하이데거의 현상론을 언급한 탓인지 두 번째 정의가 눈에 들어옵니다.[1]


우주적 현상이 바로 관계

관계에 대한 이런 엄청난 정의는 처음 들어봅니다. 앞서 설명한 현상 중에서 우주적이며 가장 중요한 현상이 바로 '관계'라고 합니다.

갑자기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뜻을 바로 느낀 듯한 느낌마저 들고, 동시에 관계形 데이터베이스가 정보 관리를 위해 주류가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란 생각도 듭니다. 지나친 비약을 막기 위해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보았습니다.

나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자연

무위 대신에 무아(無我)로 제 브런치 글을 검색해 보니 무려 114 개가 등장합니다. <스틸니스>에서도 배웠던 'It's enough'의 뜻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한 듯합니다. 늘 이미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나를 벗어난 존재의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박문호 박사님 설명 덕분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시골 농부의 깨달음 수업>을 읽으며 배우는 과정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2%를 채운 듯하여 묘하단 생각도 듭니다.[2]


무위의 힘을 또 한 번 깨닫다

하지만, 그대로 무관하기만 하다면 자연은 나에게 가치가 없습니다. 관계라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내가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닙니다. 이제 '빔에 그 쓰임이 있다'는 말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계는 비어 있어야 비로소 제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관계를 나를 채우고 시작하면 꼰대질로 전락합니다. 숙련과 성숙함에서 오는 효과적인 행동 역시 바탕(여집합)이 되는 '무위의 힘'에 힘입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수백만 달러를 받으면서 배트는 좀체 휘두르지 않은 채 수백만 명의 사람들 앞에 서 있어야 한다. 완벽한 공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선수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기다리는 힘, 정밀함의 힘, 공의 힘이다. 이것이 진정한 프로를 만드는 요소다. 그저 스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대단한 타자라면 빠른 손놀림과 강력한 엉덩이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 무위의 힘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주석

[1] 현상에 대해 더 찾아본 기록이 있는데 주제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이후 별도 글로 나눕니다.

[2] <시골 농부의 깨달음 수업>이라는 책을 읽으며 작년 4월 <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부터 올해 1월 <살림살이와 나도 알 수 없는 마음>까지 30 편의 글을 쓰며 공부했습니다.


지난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우기 연재

1. 우연하게 만난 수학의 필연성과 논리적 추론

2. 집합적 사고의 필요성으로 나아가는 길

3. 집합론적 사고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4. 지식을 배타적 공간에 보관하게 돕는 집합적 사고

5. 박문호 박사님의 집합론적 사고 설명이 주는 영감

6. 맞고 틀림을 명확하게 해 주는 것이 집합론적 사고

7. 조건이 만들어 가는 지식의 경계

8. 관계는 나로 인해 생겨나지만 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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