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어때야 하는가?

인공지능 길들이기

by 안영회 습작

<듀얼 브레인> 5장(章)[1] <교사로서의 AI>를 읽고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담습니다.


교육과 지식 증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다음 문장을 읽을 때는 직접 관련은 없지만 '지식 증류'가 떠올랐습니다.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에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하고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브라우저 이력에 지난 5월에 읽었던 <'지식 증류 (Knowledge Distillation)'의 모든 것>의 기록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개념을 만드는 과정은 복합적인 인지 과정

부정행위는 아니지만, 비슷한 기능으로 저도 논문을 훑어봅니다.

AI가 나오면서 부정행위는 별것 아닌 일이 됐다. AI의 핵심 기능은 부정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일반적인 종류의 과제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과제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하거나 보고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과제는 학생들이 읽은 내용을 흡수하고, 일종의 지적 투쟁에 몰입할 것을 기대하면서 내준 것이다. 그런데 AI는 정보를 요약하고 적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며, 이제는 PDF 파일도 읽는다. 심지어 책 전체를 읽을 수도 있다. 학생들은 당연히 AI에게 요약을 부탁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과정을 뛰어넘는 일이 묘사되니 방금 전에 읽은 페친 님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은 컴퓨터와 달리 기억의 장소가 따로 없다. 인간의 기억은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어떤 패턴을 형성하면서 기억의 장소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사전기억이라고 말한다. 사전기억이 형성되면 그 장소에 새로운 기억이 붙을 수 있다. 언어학에서는 이를 '범주화(Categorization)'라고 말한다. 사전기억이 없으면 경험은 기억되지 않는다. 스쳐가며 증발된다. 다시 말해 경험의 범주화가 일어나는 장소가 바로 사전기억인 셈이고, 사전기억이 있어야만 경험의 범주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박문호 박사님이 범주화 과정에 대한 설명한 내용을 기억해 내는 대신에 퍼플렉시티에게 물었습니다.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시험 위주의 교육이 개념에 하는 노력을 피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지름길을 택하면 학생이 읽은 내용을 해석하는 데 관심이 낮아질 수 있고, 이는 수업 중 토론의 지적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묘한 인연이 오늘 훑어본 <수학의 숲을 걷다>에서도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기에 옮겨 왔습니다.

세상의 대다수의 지식이 그렇듯이 수학 지식도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개념의 이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하는 정도가 점차 증대하게 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이해의 제1단계는 '아, 알겠다' 정도의 이해이고 제2단계는 좀 더 확연한 이해이며 제3단계는 개념에 대한 진정한 이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더 있는데 그것은 그 개념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해서 앞으로 절대 잊어버릴 수가 없고 그것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마치 <지식의 체화는 무의식적 유능을 쌓는 일입니다>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듯한데, '무의식적 유능(Unconscious Competence)'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도 시험 중심 교육의 폐단이 있는데, 거기에 더하여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과정이 더 무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다는 저자의 지적입니다.

1970년대 중반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와 일반인의 72퍼센트가 중학교 1학년 학생의 계산기 사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그로부터 한두 해 뒤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84퍼센트의 교사가 교실에서의 계산기 사용을 원했다.

이어서 다음 글을 읽다 보니 작년 8월에 사고 아직 책꽂이에 있던 책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지금 준비해야 할 문해력의 미래>를 읽어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졌습니다.

계산기가 나왔다고 수학 공부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았듯이, AI가 나왔다고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를 배울 필요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합의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우리는 적절한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 와서 지니를 다시 램프 속에 넣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새로운 불일치와 소프트웨어 3.0

이어서 다음은 5장(章) <AI에 대한 교육>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쓴 글입니다.

우리가 AI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면, AI는 대체로 그 지시를 따른다. '대체로'라고 한 이유는 AI의 답변에 무작위성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일관된 결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대체로'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니 제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행사에서 Object–relational impedance mismatch를 본떠서 새로운 불일치(mismatch)라고 명명했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소프트웨어 3.0 혹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썼던 내용이 다음 내용과 연결됩니다.

LLM을 '프로그래밍'하는 최고의 방법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기본적으로는 AI에게 단계별 지침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접근법으로 '생각의 사슬CoT, chain-of-though'이라는 기법이 있는데, AI가 어떻게 추론하기를 원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더 확실한 효과를 내려면 단계별 지침을 제공하되,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각 단계에서 AI가 답변을 확인하고, 그에 맞게 프롬프트를 작성할 수 있어, AI의 답변이 더 정확해지는 경향이 있다.

저도 제 나름으로는 <인공지능 시대의 소프트웨어 공학>을 통해 LLM을 프로그래밍 활용하는 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AI 교사에 대한 비유와 학습 여정의 안내자

AI 교사에 대한 좋은 비유를 하나 알려 줘.

재미 삼아 인공지능 서비스에 물어보니 퍼플렉시티는 '등산 안내 지도 앱'으로, 제미나이는 '개인 맞춤형 내비게이션'으로 은유합니다.[2]

AI 교사에 대한 좋은 비유를 알려 줘. 단, 이것을 단계별로 생각해 줘. 첫 번째, 비유로 사용할 수 있는 후보들을 나열해 줘. 두 번째, 나열한 것들을 비평하고, 세 가지 비유를 더 추가해 줘. 그런 다음 각각의 장단점을 나열하는 표를 만들어 줘. 마지막으로 그중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줘.

책을 읽을수록 앞으로의 교사는 다음 장에 나오는 '코치'와 비슷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AI 교사는 학생이 학업이라는 지형을 탐색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생의 진도에 따라 공부 내용을 조정하며, 필요한 경우 대체 과정을 제시한다. 이 비유는 도구가 안내를 제공하지만, 실제로 여정을 주도하는 것은 사용자(또는 학생)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해, AI를 통한 학습의 협업적 특성을 강조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언어 모델 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여전히 과학이라기보다 기예에 가깝고, AI는 여전히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인간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미스터리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연구에서, 구글의 최신 AI 모델은 프롬프트 첫머리에 숨을 깊게 쉬고, 이 문제를 단계별로 해결해 줘!"라고 시작할 때 가장 좋은 답을 내놓았다. <중략> 이런 문구가 AI를 원하는 대로 작동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구로 시작한 프롬프트가 가장 논리적이었던 프롬프트보다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5장 <AI에 대한 교육> 중에서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과 AI교사>를 읽고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담습니다.

챗GPT가 출시된 지 불과 몇 달 후, 내 수업에서 학생들이 기본적인 내용을 질문하는 경우가 급격히 줄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한 학생이 "챗GPT한테 물어볼 수 있는데, 왜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하겠어요?"라고 대답했다.

강의식 수업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진단은 충분하 납득할 만합니다.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은 강의의 중요성을 줄이고, 학생들이 문제 해결, 그룹 활동, 실습 등을 통해 학습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조만간 대학생들 대상으로 강의할 일이 있는데, 한번 실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입니다.

능동적 학습을 더 많이 도입하는 한 가지 해결책은 교실을 '거꾸로 뒤집는flipping' 것이다. 학생들은 집에서 동영상이나 다른 디지털 자료를 통해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교실에서는 협업 활동, 토론,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며 학습한 내용을 적용한다. 거꾸로 교실의 기본 발상은 수업 시간을 능동적 학습과 비판적 사고를 위해 최대한 활용하면서, 교과 내용은 각자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거꾸로 교실'이라니 이름부터 마음에 드네요.


주석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글 장()의 구성원리를 한자사전에서 찾아봅니다.

[2] LMArena에 물어보니 'AI 교사는 맞춤형 개인 트레이너와 같다'와 '스마트한 개인 교사'로 답했습니다.


<듀얼 브레인>을 읽고 쓰는 글

1. AI 시대의 실용적 생존 가이드

2. AI알못 입장에서 이해한 RAG와 RLHF 효용성

3. 외계 지성의 위한 인공 윤리 준수와 통제의 필요성

4. 인공지능을 공동지능으로 길들이는 네 가지 원칙

5. 자신의 역량을 증강시키는 도구를 만들어 온 인류

6. AI는 저장된 기억을 검색하지 않고 패턴에 의존한다

7. AI의 환각을 일종의 수평적 사고로 보자

8. 모든 브레인스토밍은 항상 AI를 활용한다

9. 인공지능은 새로운 표현 방식과 언어를 제공한다

10. 다양한 수준에서 AI에 따른 직업의 변화를 면밀히 보자

11. 인공지능의 들쭉날쭉함을 포용하기

12. 인공지능은 허구적 믿음을 이식받은 놀라운 기계

13. 인력을 유지하면서 AI를 이용해 생산량을 늘리자

14. 인공지능은 사회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지난 인공지능 길들이기 연재

(20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20. 인공지능은 언어적 일관성에 의존하는 새로운 지능이다

21. 모든 브레인스토밍은 항상 AI를 활용한다

22.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은 먼저 온 미래였다

23. 포토샵 대신 나노바나나로 갈아타는 첫 발을 떼다

24. 페르소나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재주를 모방하기

25. 다음에 나오는 단어를 예측하는 일이 이렇게 중요한가?

26. 인공지능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있을까?

27. 인공지능은 새로운 표현 방식과 언어를 제공한다

28. 다양한 수준에서 AI에 따른 직업의 변화를 면밀히 보자

29. 인공지능의 들쭉날쭉함을 포용하기

30. 인공지능과 공존을 강요 당할 창작의 미래

31. 인공지능은 허구적 믿음을 이식받은 놀라운 기계

32. 프로 기사의 긍지와 자신감 상실 그리고 AI 동반자화

33. 제비와 비둘기의 비유: 피할 수 없는 AI-환경

34. 인력을 유지하면서 AI를 이용해 생산량을 늘리자

35. 인공지능은 사회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공지능은 사회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