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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23. 2022

장난감 방을 청소할때 보이는 내 모습

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 3

시골농부님의 글에 용기를 얻어 지인에게 나는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번에 인용한 글에 의거해 나는 꾸준히 깨달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원관리를 해야 한다.

수행을 통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무의식(자기 해체 알고리즘)은 나의 의식과 상관은 있지만 독립적이어서 의식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습니다. 무의식은 외부의 자극에 의하여 스스로 변형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새로 만들어진 무의식의 틀(깨달음의 무의식적인 영역)은 의식의 힘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기준으로 어제 실제로 정원관리를 했다. 그리고 오늘 청소를 하는데 맑은 날씨를 즐기려고 창을 열었더니 제비가 찾아와 반갑기도 했지만, 반기지 않는 파리도 찾아왔다. 그렇다. 깨달음에도 잡초가 끼고, 파리가 날아든다.


청소가 깨달음에 도움을 준다

<청소하면 보이는 나, 그러면서 배우는 바>편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오늘 아이들 방을 청소하며 내면을 들여보니는데 깨달음에 도움을 줬다.

먼저 아주 오래된 느낌이지만, 필요 이상(?) 많은 장난감에 그냥 화가 났던 때가 있다. 가난하게 자란 탓에 절약이 몸에 배어 있고 장난감도 아주 작은 숫자만 갖아 보았다. 물론, 아주 어릴 적 이야기다. 하지만, 그 경험이 나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 방의 장난감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어머니가 이제 좀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여유롭게 사시길 바라지만, 소비 자체가 어머니에게는 고통과 연결되는 듯하다. 그렇게 우리가 살아온 과거는 나를 지배한다. 깨달음은 그 자유로움을 획득한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방에 들어갈 때 장난감이 많아 스트레스 받는 일은 이제 겪지 않는다. 반면에 사진은 잘 정리된 모습이지만, 많은 경우 발을 디딜 수 없이 어지러진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장면을 적어도 나보다 몇 배를 더 겪는다. 가지런히 된 경우는 아내가 그런 경험을 이겨내고 정리를 한 이후다. 나는 그걸 눈으로 보지 않고 깨닫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상대에 대한 근거없는 덧씌우기를 벗어나면

나라는 우물에 갇혀서 상대를 판단하면, 놀랍게도 가족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비난을 하기 쉽다. 그걸 벗어나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볼 수 있다면 다른 것이 보인다.


내 경우도 수많은 장난감을 감정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본 후부터 감정 대신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합리적 소비를 하느라 번거로워도 중국 쇼핑몰을 이용하는 아내

당근이나 북경의 지인들에게 장난감을 얻는 아내의 부지런함

굳이 새 것을 사지 않아도 되는 아내의 실용적 가치관

알뜰하게 재사용하는데 합의간 된 우리 부부

처가에서 조카에게 물건으로 사랑을 표현한 흔적들


나아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

한편, 지난 편에서 호흡(?)덕분에 전과 다르게 아이가 보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너무 어려운 책을 보면 다른 것을 권해주거나 책을 거꾸로 읽으면 '그거 틀렸어'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던 모습이 있었다. 오늘은 6살 아이가 형이 보는 책을 이렇게 저렇게 보는데 물끄러니 기다려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물었다.

아빠 이거 아홉개야?


고맙다. 우리 아들 덕분에 나를 내려놓고 아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도 가능해졌다. 부디 깨달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 연재

1. 청소하면 보이는 나, 그러면서 배우는 바

2. 시골농부의 깨달음과 나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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