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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26. 2022

대륙의 배열과 빙하에 따른 인류의 발전 양상

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4

저자는 우리는 판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다 라는 주장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펼쳐낸다.


대륙의 배열이 차이를 만들어낸 농업혁명 결과

판의 활동과 대륙의 이동이 낳은 구세계와 신세계의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적 차이는 역사를 통해 유라시아의 문명들이 발달하는 데 큰 이점이 되었다.

구세계는 유라시아 대륙을 말하는데 어떤 이점을 누렸을까?

기후형과 계절의 길이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는 위도이기 때문에, 유라시아의 한 지역에서 순화된 작물은 같은 대륙의 다른 곳으로 옮겨 심더라도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데 그다지 큰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 예컨대 밀 재배는 터키 고지대에서 메소포타미아를 지나 유럽과 인도까지 곧장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지난 글에서 다룬 농업혁명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그리고, 유라시아에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분화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세계는 그렇지 못했다. 왜 일까?

두 쌍둥이 대륙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카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록 파나마 지협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남북 방향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한 지역에서 길들인 작물이 다른 곳으로 확산되려면 다른 생장 조건에 재적응하는 훨씬 힘든 과정이 필요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횡 배열과 두 아메리카 대륙의 종배열이 이런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배운다.


흑해-카스피해 지역과 우크라이나

밀 재배 이야기가 나오니까 책 뒷부분(295쪽)에 읽은 내용이 떠올랐다.

이렇게 팽창한 러시아 제국은 흑해와 카스피해 북쪽의 흑해-카스피해 스텝 지역을 점차 황금빛 밀밭으로 바꾸어놓았다.

<태극기도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기도 그리기> 편에서 인용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페친님의 글이 떠올랐다.

흑해와 카스피해가 어디 있나 찾아보았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몽골 제국의 몰락 이후에 러시아 제국의 팽창이 이어지는데 그 배경을 책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이전에 몽골 제국이 지배하던 스텝 지역으로 영토를 크게 확장함으로써 거대한 초강대국으로 성장했는데, 가축과 말을 키우기 위한 목초지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광대한 지역에 묻혀 있는 풍부한 광물 자원을 활용하고, 수천 년 동안 이곳에 자란 풀에서 영양분을 추가로 얻은 비옥한 황토 토양을 활용해 초원을 생산성이 높은 농경지로 바꾸기 위해서 영토를 확장했다.


초원의 가축들이 만들어준 번성

한편, 초원이 발달한 유라시아는 교역에 있어서도 신대륙과 차이가 있었다.

당나귀와 말과 낙타는 유라시아와 아라비아와 아프리카의 스텝과 사막, 산길을 지나가는 여행로와 무역로에서 매우 중요하게 쓰이면서 구세계에서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사람과 자원과 사상과 기술의 전달을 용이하게 했다. 반면에 아메리카는 생물학적으로 빈곤하여 이러한 혁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신대륙에 말이 건너온 것은 결국 유라시아가 강성해진 이후 구대륙의 정복자와 함께 온 것이다.

말은 16세기 초에 에스파냐인 정복자들이 아메리카에 발을 디뎠을 때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16세기에 두 세계 사이의 접촉이 재개되었을 때, 아메리카의 문화를 지배한 것은 축적된 유라시아의 풍요를 물려받은 유럽 국가들이었다.


농업혁명에서 강의 의미

또한, 129쪽의 내용은 농업혁명에 있어서 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잘 설명해준다.

강은 농업과 최초의 도시들에 생명의 피를 공급했고, 관계용수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정치 권력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농업의 성공은 전세계를 순환하는 민물을 확보하는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강의 농업적 측면을 완전히 무시했던 실정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있다. 부패한 MB정권이 만들었던 '녹조라떼'가 낙동강 인근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위협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다시 책으로 돌아서 티베트 정부와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자치를 불허하는 이유를 저자는 물에서 찾는 듯하다.

티베트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넓은 고원이며, 이곳에 있는 수만 개의 빙하에는 북극 지방과 남극 대륙을 제외하고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빙하 얼음과 영구 동토층이 있다. 그래서 이 높은 고원은 지구의 세 번째 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빙하와 눈에서 녹은 물은 황허강, 양쯔강, 메콩강, 인더스강, 브라마푸르트강, 살윈강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전체로 부챗살처럼 뻗어가는 큰 강 10개의 원류가 된다. 이 큰 강들은 모두 산에서 침식된 엄청난 양의 퇴적물도 실어가 주변의 범람원과 논을 기름지게 만든다. 따라서 티베트 고원은 전체 대륙 지역의 급수탑 역할을 하는데, 소중한 자원을 저장하고 이 강들을 따라 그것을 분배하면서 2억 명 이상의 사람에게 식수와 관개용수, 수력 발전 용수를 공급한다.

한편, 빙기가 남긴 지형인 북아메리카 5 대호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5 대호가 운하로 연결되자, 이 광범위한 수로는 장거리 철도가 건설되기 전까지 대서양 연안에서 내륙으로 물자를 운송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덕분에 뉴욕, 버펄로,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시카고가 주요 상업 중심지로 발전했다.


지난 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연재

1. 우리는 판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다

2. 지구적 스케일 그리고 지리적 특성으로 보는 섬나라

3. 돌아올 수 없는 다리, 농업 혁명과 생식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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