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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28. 2022

검은 동맥과 블랙 벨트

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6

검은 동맥

아래 구절의 바로 위에는 단락의 제목으로 '검은 동맥'이라는 멋진 비유가 쓰여 있다.

석유는 현대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연료일 뿐만 아니라, 기계에 윤활유를 공급하고, 도로를 포장하고, 플라스틱과 의약품의 원료로 쓰이고, 식량 생산에 도움을 주는 인공 비료와 살충제와 제초제 생산에 쓰인다. 전 세계 석유 공급 중 절반 이상은 해상 운송망을 따라 유조선이 실어 나른다.

그리고 독자들이 역사적 시각으로 운송에 대해 돌아보도록 유도한다.

철도와 자동차와 항공 여행이 도래하기 이전에 장거리 교역을 촉진한 것은 바다였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의 교역 화물 중 90%는 선박을 통해 운반된다.

많을 것이라 짐작할 수는 있지만, 90%라는 비중은 의외였다. 지난 글 <금융시스템의 발전과 해양지리학>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블랙 벨트

미국을 섬으로 보는 관점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지구적 스케일 그리고 지리적 특성으로 보는 섬나라>라는 제목을 붙였던 글과 글로 표현한 느낌이 다시 떠오른다.

이렇게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둘러싸임으로써 미국은 사실상 섬나라가 되었는데, 그러면서 한쪽으로는 유럽과 반대쪽으로는 아시아와 해상 교역을 쉽게 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리게 되었다. 미국이 경제적 성공과 함께 자유의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지리적 환경이 제공한 조건 덕분이었다.

뒤이어 저자는 검은 동맥과는 달리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 현상을 설명한다.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에 농촌을 떠난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다수는 처음에 인구 밀도가 가장 높았던 지역들에 그대로 남았다-비옥한 토양의 역사적인 '블랙 벨트'에

여기까지는 쉽게 납득이 간다. 사람이 아니라 '노예'로서, 자신들의 선택이 아니라 '말'처럼 배에 실려서 구대륙의 지배자들이 미국으로 데려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대공황 이후 '블랙 벨트'를 만들었다.

오늘날에도 미국 내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구 밀도가 높은 카운티들은 거의 다 남동부 지역의 이 띠를 따라 분포한다. <중략> 이 인구 집단은 경제적 조수에 수백만 명이 다른 곳으로 휩쓸려간 뒤에도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는 침전 잔존물과 같다.

여기까지도 모르던 이야기라 흥미진진하게 따라왔다.

출처: 흐름출판 네이버 포스트

내가 명쾌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래 내용에 뒤따르는 질문이었다.

2016년 11월에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 결과를 나타내는 지도는 민주당에 투표한 북동부와 서해안 지역의 주들과 함께 콜로라도주, 뉴멕시코주, 미네소타주, 일리노이주를 파란색으로 표시한 반면, 가운데 부분의 광대한 지역은 공화당을 나타내는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그 선거에서 공화당 쪽으로 기울어진 플로리다주를 포함해 동남부 주들도 전반적으로 공화당에 투표했다.

나는 당시 미국에 사는 한국인 개발자에 의해 미국의 분열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남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중부지역에 사는 '레드넥'이라는 마치 한국의 '이대남'같은 특정 층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정도의 식견만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블랙 벨트와 트럼트 당선이 어떤 관계인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출처: 흐름출판 네이버 포스트


'블랙벨트와 트럼프 당선'을 키워드로 구글링 해보면 <오리진> 출판사인 흐름출판의 포스트 외에는 연관 페이지를 찾기 쉽지 않다. 블랙벨트의 흑인들과 트럼프 당선을 직접 연결할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흐름 출판의 포스트를 보면서, 책의 아래 내용으로 다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오늘날의 정치와 사회경제적 조건을 역사적 농업 시스템에 내재하는 그 뿌리와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우리 발밑의 땅속에 숨어 있는 지질학적 구조와 연결하는 인과론적 사슬이 분명히 존재한다.

급격한 미국의 발전이 '노예'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특정 지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누수(?)를 만들었고, 이는 미국이 분열되는 문제를 낳은 듯하다.


지난 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연재

1. 우리는 판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다

2. 지구적 스케일 그리고 지리적 특성으로 보는 섬나라

3. 돌아올 수 없는 다리, 농업 혁명과 생식 혁명

4. 대륙의 배열과 빙하에 따른 인류의 발전 양상

5. 금융시스템의 발전과 해양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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