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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29. 2022

도시의 풍경을 결정지은 재료

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7

<오리진> 5장 도시의 풍경을 결정지은 재료 도입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대피라미드를 짓는 데에는 하나의 평균 무게가 2.5톤인 석회암 블록이 250만 개나 쓰였다. 이 블록들을 210층으로 차곡차곡 쌓아 그 웅장한 구조물을 만들었다.

나는 건축물을 소개한 아동용 책을 보고 감탄하는 8살 큰 아이가 피라미드를 이야기할 때 노예를 부리는 왕의 잔인함에 대해 말한 일이 있다. 돌아보면 '선진'이나 '권력'을 추구하도록 우리를 훈련해온 듯한 기성의 문화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고,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알려주고 싶은 개입일 수도 있다. (사실 나도 즉흥적으로 한 말이니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아무튼 그런 이력이 있어서 내가 했던 이야기에 개당 2.5톤이라는 무게까지 얹으면 대단하게 다가올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해양 동물 뼈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대피라미드에 쓰인 암석은 유공충이라는 단세포 생물이 만든 석회암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돌 표면에서 유공충이라는 해양 동물의 화석을 볼 수 있다. 껍데기 폭이 최대 수 센티미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것을 만든 생물이 단세포 생물이라는 점이다. <중략> 파라오의 무덤들은 커다란 단세포 해양 동물의 골격이 수많이 모여서 생긴 암석으로 만들어졌다.

유공충에 대해 구글링을 해보았다.

유공충(有孔蟲)이란 이름도 구멍이 있는 벌레라는 뜻에서 왔다. 영어 이름(foraminifera)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공충은 아메바처럼 세포질을 구멍 밖으로 내밀어 박테리아나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유공충은 아메바처럼 몸이 두 개로 나뉘어 번식하는 이분법 무성생식과 2개의 편모를 가진 배우자가 유성생식을 되풀이하면서 번식한다.

그리고 위키백과를 보면 유공충이 석회암이 되는 과정을 간략히 기록하고 있다.

유공충이 죽은 후 껍질이 쌓여 된 진흙인 유공충니는 그대로 육지가 된 것은 백악이 되고, 그대로 다져진 것은 석회가 된다. 석회가 된 유공충니는 해저의 약 30%를 덮으며, 석회석분필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생식은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되풀이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구글링 하다 발견한 <피라미드는 뼈로 만들었다>는 글이 있는데, 관련하여 상세하고 쉽게 기록하고 있는 듯하다.


점토가 가져다준 혁신

토기를 혁신으로 묘사하는 글을 처음에는 신선하다가 반복해서 읽을수록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깨닫는다.

점토를 구워 토기를 만드는 혁신은 우리에게 새로운 능력을 가져다주었다. 도자기는 음식을 끊이거나 튀길 수 있는 용기를 제공했다. 조리는 예컨대 감자와 카사바에 들어 있는 특정 식물 독소를 비활성화시켜 더 많은 식품을 우리가 먹을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복잡한 분자를 분해함으로써 더 많은 영양분을 우리 몸에 흡수하게 해 준다. 요컨대 도자기는 식품 가공을 도와 우리가 소화하기 쉽게 해 주었다. 뚜껑이 있는 점토 용기는 해충과 벌레의 접근을 막아 식품 저장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여행과 교역을 떠날 때 식품을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해 주었다.

이미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손질된 채로 마트에서 고르는 시대에 태어나면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한 데이터 수집 과정에 대한 감이 사라진다. 그래서 책을 통해 선조들이 쌓아온 혁신의 이력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자연을 파내 도시를 건설하다

아래 문장의 묘사는 '우와~' 하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도시를 단지 자연 '안에서' 짓는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사용해' 짓는다. <중략> 문명의 이야기는 인류가 발밑의 지구를 파내 그것을 쌓아 도시를 건설한 이야기다.

어쩌면 이렇게 짧은 문장 안에 혁신의 의미를 적절하게 담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감탄한다. 뒤이어 도시 건설에 가장 중요한 발밑 지구에 해당하는 물질인 암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지구에 존재하는 기본 암석은 세 종류가 있는데, 역사를 통해 우리는 세 종류의 암석을 모두 사용해 문명과 도시를 건설했다. 퇴적암은 더 오래된 암석에서 침식된 물질이나 생물학적으로 생긴 물질이 퇴적된 뒤 교결 작용을 통해 엉겨 붙어 생겨난다. <중략> 화성암은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나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식으면서 굳어져 만들어진다. 그리고 퇴적암이나 화성암이 고온과 고압의 환경에 놓이면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변성되어 대리암이나 점판암으로 변하는데, 이런 암석을 변성암이라고 한다.

구글링 하다 암석의 순환 과정을 간단하게 묘사한 그림을 찾아 첨부한다.

출처: 티칭 백과

또한 이에 상응하는 내용이 책 203쪽에 등장한다.

해양 지각은 해저 확장 열곡에서 분출된 새로운 마그마가 굳어서 생긴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화강암은 판들이 서로 충돌하는 수렴 경계에서 만들어진다. <중략> 화강암은 판들의 격렬한 활동이 낳은 산물이다. 지각이 이렇게 다시 녹아 화학적으로 처리되는 과정 때문에 화강암은 현무암보다 밀도가 낮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판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화강암은 더 무거운 해양 현무암 위에 떠서 섭입되지 않는다. 화강암은 살아남아서 서로 뭉쳐 대륙 지각의 기반층을 이룬다.

강인한 화강암도 자연의 혹독한 작용에 의해 변화한다.

화강암은 물과 천천히 반응하여 화학적으로 썩으면서 거의 마법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난다. 석영 결정이 모래 알갱이가 되어 떨어져 나오고, 화강암의 또 다른 광물 성분인 장석은 화학적 변화를 통해 점토의 한 종류인 고령토로 변한다.

그리고 이러한 마법과 연관된 인류의 산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영국의 도공들은 자기를 모방하려고 시도하다가 도축장에서 나온 뼈를 태운 재를 자기에 집어넣었는데, 이 본차이나bone china는 흰색을 재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자기에 비해 질이 떨어졌다. 그러다가 결국 그들은 비밀 성분이 고령토라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영국 최초의 성공적인 상업 제품 생산은 18세기 말에 스토크온트렌트에서 시작되었다. <중략> 판의 활동이 초래한 높은 압력과 열에 녹았던 마그마가 천천히 식으면서 생겨난 화강암은 그 견고성으로 기념비적 건축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동시에 가장 섬세하고 연약한 물질 중 하나-자기-로 변한다.


지난 오리진Origins을 읽고 생각 기록하기 연재

1. 우리는 판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다

2. 지구적 스케일 그리고 지리적 특성으로 보는 섬나라

3. 돌아올 수 없는 다리, 농업 혁명과 생식 혁명

4. 대륙의 배열과 빙하에 따른 인류의 발전 양상

5. 금융시스템의 발전과 해양지리학

6. 검은 동맥과 블랙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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