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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an 02. 2023

새로운 제조업 이론이 나를 이끌다

디지털 코어의 시작

피터 드러커의 <새로운 제조업 이론>은 무려 1988년 HBR 9월호에 실렸던 것이 번역되어 2022년 11, 12월호 한글 판에 실린 것이다. 30여 년의 격차가 있음을 고려하며 골자만 취하자면 마치 일론 머스크가 구축한 기가 팩토리와 같은 방식을 무려 30여 년 전에 모든 제조업이 가야 할 길로 설명한 듯 강한 인상을 받았다.


놀라움과 감탄에 머물지 않고 행동 변화로 이어가기 위해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Statistical process control

일단, 두 가지 핵심 개념이 등장하는데 모르는 것이라 간결한 조사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통계적 품질 관리(SQC)인데 직관적으로 한글 구글링 결과를 무시하고, 영문 위키피디아를 본다. 위키피디아는 Statistical process control 페이지로 안내되었다.

Statistical process control (SPC) or statistical quality control (SQC) is the application of statistical methods to monitor and control the quality of a production process. This helps to ensure that the process operates efficiently, producing more specification-conforming products with less waste (rework or scrap). SPC can be applied to any process where the "conforming product" (product meeting specifications) output can be measured. Key tools used in SPC include run charts, control charts, a focus on continuous improvement, and the design of experiments. An example of a process where SPC is applied is manufacturing lines.

배경 지식을 찾다가 내가 이전부터 쫓던 무언가를 찾은 듯했다.


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20여 년 종사했고,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공장(?)이라는 개념을 실제 활용하고 조직으로 만들어내는 꿈을 갖고 있다. 해당 배경을 다룬 글로 이미 <소프트웨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길> 이 있고, <프로젝트에서 제품으로>라는 책을 읽으며 실천에 대한 영감을 찾고 있었다.  

독자들의 기준으로는 전혀 무관한 내용을 연결해서 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에 이 문제를 마음에 두고 오랜 궁리를 하는 내가 <새로운 제조업 이론>을 읽을 때 너무나도 놀랐던 점은 소프트웨어 가시화를 다룬 <프로젝트에서 제품으로>라는 책보다 도리어 소프트웨어 공장에 대한 영감을 더 많이 준다는 사실이다. 일단, 직감이 대강 들어맞았다는 점만 확인했다.


새로운 제조 회계

기사에서 처음 본 두 번째 개념은 '새로운 제조 회계'이다. 이건 어떻게 검색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공헌이익과는 다른 디지털화 이야기> 편에서 '공헌이익'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동기와 관련이 있다는 강한 직감만 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지인 찬스를 써야 할 듯하다.


역시 기대대로 자문을 받는 최정우 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단서를 찾았다. (정우님, 짱!) 메모나 녹취를 하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내가 단서를 찾은 부분은 바로 여기다.

변동비와 고정비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대표님들이 더 잘 안다


부연하자면 회계 기술적 해석이 아니라 업의 형태에서 드러나는 원가 발생 형식에 대한 설명이다. 나는 대번에 알아듣고 '아하'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이어 나는 최정우 님이 묻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정우님께는 TMI 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단서가 드러커가 말한 새로운 제조 회계와 무슨 관계인가?' 하는 질문을 머릿속으로 하고 말로 푸는 과정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공수에 적용하는 드러커식 회계

내가 단서를 얻기 직전에 마침 정우님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원가를 시간으로 나누어 산정하는 방식의 예로  Man-Month 산정을 들었다. 마치 내가 머릿속으로 드러커 문제를 푸는 일을 돕기 위해 보기로 주어진 듯했다. 나는 그걸 기준으로 설명했다.


만일 개발자 A가 하루 종일 일한 것이 매출을 일으키지 않거나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아무도 쓰지 않았다면 나는 그에게 회사가 지불하는 비용을 고정비로 취급하고 싶다. 반면에 그가 어떤 이익(매출이나 사용자 클릭)을 만들었다면 그걸 측정하여 원가로 나타내고 싶다.[1]


나는 드러커 기사에서 그가 아래와 같은 쓴 문구가 내가 지향하는 방식과 매우 닮은꼴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새로운 비용 개념은 비용과 편익이 실제로 무엇인지를 재정의해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원가 회계 시스템에서는 완제품 재고가 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노동을 전혀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완제품 재고는 '자산'으로 취급된다. 새로운 제조 회계에서는 완제품 재고가 '매몰 비용'(회계 용어가 아닌 경제학 용어다)으로 간주된다. 재고로 쌓여 있는 물건으로는 어떤 수익도 거두지 못한다. 비싼 돈을 묶어 놓고 시간을 잡아먹는 셈이다. 그 결과 높은 시간비용이 발생한다.

다시 읽어도 짜릿한 문장이다.


소프트웨어 힘을 기업 생산력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

한동안 머릿속에 가득해서 글로나마 풀어왔던 생각들이 모두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짜릿했다. 그렇다. 공헌 이익기술 부채에 대해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구축 사업을 구분하여 '사업관리'를 하면 필연적으로 기술 부채를 생산하여 반복적인 차세대 프로젝트를 피할 수 없다.


내가 단 한 장면으로 머스크의 방식에 매료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 하는 공급자의 기준이 아니라 고객과 소비자를 포괄한 사회적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나는 내가 방금 찾은 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여 보았다. 소프트웨어 힘을 기업 생산력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 기업마다 현재와 미래가 다르기에 소프트웨어를 다르게 써야 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르고 또 미래로 어떻게 갈 것인지가 달라 실현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그 일을 하기 위한 기준 즉,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평가할 방법이 필요하다. 어쩌면 <린 분석>과 같은 새로운 방식 역시 지향하는 바가 같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발전하는 지식 체계라 나에게 꼭 맞는 것은 내가 만들 필요가 있다.


내 안의 거인에게 한발 다가선 것일까?

오랫동안 생각한 문제지만 즉흥적으로 글로 표현하니 모호한 이야기나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내가 프레임워크를 만들 때, 향후 이 프레임워크를 책임지게 될 분이 나에게 너무나 이상적이라고 말을 했다.[2] 또한 최근에는 지인이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3] 이런 사건들은 내 행동 패턴이 짧게 보면 무리한 일을 하는 듯보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8년에 쓰인 드리커의 기사는 나에게 분명한 기시감을 느끼게 해주는 문장이 있다.

원가 회계의 강점은 측정 가능한 것에 집중하면서 객관적인 답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나에게 앞선 조언을 해주신 분들은 아마 드러커에게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2017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6권> 초반에 인용한 글귀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관계'를 설명하는 구절이 나를 강하게 자극한 일이 있다. 그때 나는 '내 안에 거인'을 끌어내기 위해 '다윗'이 되기로 결심했다.[4]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에는 내가 그랬었다는 사실도 잊었다. 그러던 중에 평소처럼 꾸역꾸역 살다가 거인의 발자국 소리를 얼핏 들은 듯하다.


맺음말

아마도 긴 행적이 될 듯하다. 그리고 연재는 '소프트웨어 힘을 기업 생산력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그대로 다루지는 못할 듯하다. 그건 학자들의 몫이고, 나는 우리 회사에서 이미 만들기 시작한 '디지털 코어'라는 제품에 이러한 방법을 담아낼 것이다. 하나의 예시로 끝날 수도 있고, 끝내 제품으로 만들어 상품화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처럼 꾸역꾸역 하는 일이다.


디지털 코어에 담을 내용에 대해 드러커 기사를 인용해 설명한다.

시스템 설계에서는 제조 전체가 자재를 상품, 즉 경제적 만족으로 전환하는 통합 프로세스로 간주된다.

드러커 식으로 말하면 시스템 설계이고, 내가 그걸 담아서 실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디지털 코어라 부른다. 이미 만들고 회사 내부에서 쓰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피터 드러커 기사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자재를 경제적 만족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곧 제조라고 정의 내리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제품이 공장을 떠날 때 생산활동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석

[1] 정확하게 말하면, 자산을 만들었는지에 따라 매출을 일으키지 않아도 원가로 잡아 변동비로 측정하고 싶다. 글에서는 요점을 드러내기 위해 간소화한 내용이다.

[2] 그는 아마 기억하고 잊지 못할 듯하다.

[3] 그 역시 아마 기억하고 잊지 못할 듯하다.

[4] 그리고 올해 초에 <다윗과 골리앗>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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