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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May 04. 2018

여전히 '어린이'인 당신을 위해

어른이 될 필요 없어요. 5월은 '어린이날' 이니깐요.


5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날은 5월 5일 '어린이날' 이다. 지금은 내 아이의 날을 챙기기 바쁘지만, 어린이날이 되면 여전히 내가 어린이가 된듯하고, 이날 만큼은 내가 갖고 싶었던걸 사도 용서가 되는 듯 하다. 왜냐하면, 어린이날이니깐. 그래서 나는 음식이든, 피규어든 작은 거라도 기념으로 무언갈 하나씩 사고는 하는데 그 작은 것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어린이 처럼.


영화도 그렇다. 어렸을 적 두근두근 거리며 봤던 영화들인데, 지금 봐도 여전히 신기하고 모험을 떠나는 듯 하다. 다음 장면도 대사도 결말도 다 아는 영화이지만, 다시 내가 어린이로 돌아간 것마냥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고 두손 꼭 쥐고 보게 만든다. 이게 바로 스토리의 힘이겠지.


5월은 어린이날다. 어버이날도, 스승의 날도 있지만, 나에게만큼은 '어린이날'의 달이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나의 '어린이'를 깨워줄 영화 6편!



Edited by Movie Saver.

#어린이날 #어른이를위한 #영화추천 #영화 #무비세이버 #moviesaver




1.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초콜릿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초콜릿을 보는건 좋아한다. 진득진득하게 흘러내리는 초콜릿이나, 초콜릿에서 풍겨오는 냄새들, 그리고 예쁘게 장식된 초콜릿. 그리고 한입 베어물면 장난기가 발동이 되거나, 아니면 때로는 굉장히 우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도 든다. 그렇게 초콜릿은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쌉싸름한 어른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매력 때문에,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초콜릿을 좋아하는게 아닐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그런 이중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린이들의 초콜릿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강요와 배신으로 쓴 맛을 맛본 윌리 웡카의 초콜릿. 그리고 마냥 초콜릿을 즐길수만은 없는, 가난으로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찰리의 초콜릿.


영화는 온통 달콤하고 달콤한 초콜릿으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있다. 우습게도 단맛은 어른인 윌리웡카가 알려주지만, 인생에는 단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다 큰 어린이, 찰리가 알려준다. 그래서 그 둘은 누구보다 더 잘 맞는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었나보다.


기본적으로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기에 보고만 있어도 어린이가 된 기분이다. 아니, 어린이가 되고 싶은 기분이다. 초코릿 한상자를 옆에 두고 보자. 초콜릿이 저절로 당기게 하는 영화다.


살찌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자. 어린이날은 그래도 된다.




2. 토이스토리3 (Toy Story 3, 2010)


어렸을 적, 나는 유난히도 '미미'인형을 좋아했다. 쥬쥬는 좀 더 예쁘게(바비 스럽게) 생겼지만 머릿결이 너무 안좋았고, 미미는 어딘가 친근하게(좀 더 순한 얼굴이다) 생겼으면서도 머릿결이 좋았다. 하지만 옷은 쥬쥬가 더 예뻤다.

인형을 너무 좋아했던 터라, 어렸을 적 모든 기념일의 선물은 '미미' 인형이었고, 엄마아빠가 어디 놀러라도 다녀 오실 때면 기다리고 있는 나를 달래주신다고 '미미'를 가지고 오셨다. 어느 날엔가는 내가 갖고 싶었던 미미 인형이 있었는데,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 미미를 받게 되어 너무 기뻤다. (그리고 사실 알면서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라고 믿었다.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이제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서 나의 인형들과 이별을 해야할 수 밖에 없었고, 수많은 미미와 미미의 남자친구는 내 사촌동생에게 주게 되었다. 정말 아끼는 인형 한두개만 빼놓고.

나의 미미들을 보고 싶어 사촌동생 집에 놀러갔을 땐 그야말로 충이었다. 나의 미미들이 머리가 잘려져 있었고, 낙서가 되어 있었고, 나와 함께 했던 미미들은 온데간데 사라졌었다. 그날 나는 정말 슬펐다.


토이스토리3를 보면, 어렸을 적 내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들이 없어도, 미미들만 있으면 한시간은 거뜬히 놀 수 있었는데. 대학생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우디와 버즈, 그리고 다른 친구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앤디의 상황과 마음에 공감이 갔다. 그리고 우디와 버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미미도 저렇게 슬펐을거라 생각하니 더더욱 미안해졌다.


토이스토리3를 보고 나서 눈물이 났다. 이제는 정말 안녕할 때이구나. 이제 토이스토리도 끝이 나는구나 하고.

하지만! 토이스토리4가 내년에 개봉한다고 하니, 슬퍼할 이유가 없어졌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이처럼 신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2010)


'앨리스' 라는 이름을 들으면 설렌다. 토끼를 따라 들어간 이상한 나라, 어딘가 이상한 모자장수와 티타임, 그리고 괴상한 여왕까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앨리스를 따라가며 대리만족같은 걸 느끼게 된다. 그녀의 호기심과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결코 쉽게 읽히는 동화는 아니다. 단순하게는 비현실적인 곳에서 이것저것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앨리스의 성장 동화, 혹은 판타지 동화이지만, '문학' 관점에서 분석하면 굉장히 많은 의미들이 내포 되어 있어 앨리스를 '연구'하고 '공부' 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어려운 것들은 생각하지 말자. 앨리스의 이상한 상상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깐. 그녀가 마주치는 온갖 새로운 것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앨리스처럼 굉장히 '훌륭한' 이상한 소녀가 되어 있을 것이다.


+) 3D 영화는 많이 보진 않았지만, 당시만 해도 3D로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퀄리티가 좋았다. 이전에는 그냥 눈만 아프고 정신 없었는데, 정말 앨리스를 따라 어딘가로 떨어지고 커지고 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따라 이상한 나라를 살펴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4.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2007)


자자, 장난감은 뭐니뭐니 해도 때려 부수고 노는 것 아닐까. (우디, 버즈 미안!)

내 아들을 보니 장난감은 그렇게 갖고 노는 게 맞는 것 같다. 자동차끼리 서로 부딪히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였는데 어느순간 허공에서 자동차랑 부딪히고 놀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서로 뽀뽀해준다. 친구가 되었다가 다시 싸웠다가 논다. 어른의 눈에는 맥락도 없고, 이해도 되지 않는 스토리이지만, 그게 중요한가. 자동차가 하늘도 날고, 기찻길도 달리고 하는 '트랜스 폼'이 중요하지.


'트랜스포머1'은 스토리가 굉장히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박진감 하나만큼은 따라올 영화가 없을 거다. 보이는 건 다 때려부수는 영화라서 스트레스 풀기에도 좋다. 보고 있으면 계속 '우아 우아' 소리가 나오게 된다.


영화 볼때 정말 그랬다. 내가 정말 로봇 세계에 있어서 이 로봇들과 함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모든 자동차들이 갑자기 움직일 것만 같았다. 오오 나에게 주인이 되어달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도 했다. (당시 스무살은 넘었었는데 말이다.)


트랜스포머는 2편, 3편도 그냥저냥 볼만 했지만 역시 1편이다. 2, 3편에 비해 스토리도 있는 편이고 음악도 좋고, 몰입감도 젤 좋다. 나름 감동도 있다. (마지막엔 눈물 찔끔 흘렸다)

어린이날이 그저 그런 따분한 날이라면, 오랜만에 트랜스포머1편을 보자. 이왕이면 친구들을 불러 과자 파티를 하며 보기에 딱 좋다.




5.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아이가 12살이 되면 꼭 함께 보고 싶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


온갖 감정들이 뒤죽박죽인 12살 소녀, 라일리를 보며 나의 기억을 되짚어 봤다. 라일리가 빙봉을 잊혀가듯, 나에게도 굉장히 소중한 존재였지만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있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초단위가 치즈처럼 늘어난 것 마냥 굉장히 오랜 시간 있었던 일 처럼 기억하고 있는 것도 있다.

또 어떨때는 너무 좋은데 되려 눈물이 나기도 하고, 너무 슬픈데 어이없게도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이렇듯,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고 있음을, 여전히 나는 성장 중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나 뿐만이 아니다. 내 아이가 나중에 어떤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나는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내일도 단 한번이라도 좋은 기억으로 가질 수 있길 바란다. 물론 소리치고 화를 낼때도 있지만, 일어나서 그리고 잠들때, 행복한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사랑한다는 말과 뽀뽀를 잊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아이가 되길 바라며,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고, 슬프면 눈물도 흘릴 수 있도록 알려주려 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누구보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고, 타인의 감정도 소중하게 다룰줄 알테니깐.


그렇게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에게, 기쁠 땐 슬픔이도 함께 하고 슬플 땐 기쁨이도 함께 하고, 화날 땐 소심이가 제어를 하기도 하는 복잡한 우리의 감정이 당연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왜냐면 우리는 아직도 성장 중이니깐.




6. 해리포터 시리즈 (Harry Potter Series, 2001~2011)


아, 나의 10대를 함께한 해리포터.

해리포터 소설이 나온 순간부터,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는 마법세계를 그리도 바쁘게 돌아다녔다. 온갖 주문들을 외우고자 공부는 뒷전이고, 영화 보러 도시로 나가고 (내가 살던 곳에는 극장이 없었다.), 엠마왓슨에게 푹 빠져서는 BBC 사이트를 뒤져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고.


해리포터는 아직도 내가 즐겨보는 영화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1편, '마법사의 돌'이다. 구박받던 해리가 호그와트 입학 허가서를 받고 마법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그리고 엄청난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1편.

책도, 영화도 1편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 다음 시리즈는 보지도 않았을 거다. 그만큼 1편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리즈이자, 나의 10대를 정말 외롭지 않게 해준 작품이다.


해리포터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다 큰 어른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각종 해리포터 작품들로 추억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고, 지금 아이들은 책과 영화를 보며 다 커버린 머글들과 마법 세계로 함께 떠나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서후(아들 이름이다)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게 되길 바라며, 그리고 영화도 함께 보고 꼭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함께 지팡이를 휘두를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난다!


서후야, 너는 좋겠다. 엄마가 해리포터덕후라서!



+)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못가봤지만, 영화 촬영장은 다녀왔다! 해리포터 촬영지가 궁금하다면 ▼▼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걸까요?"
"그런 것 같구나. 넌 비정상이야. 확실히 이상해. 하지만 비밀인데, 멋진 사람들은 다 그래."


오늘도 나만 이상한 것 같이 기분이 우울했다면, 나는 왜 아직 철이 안들었을까 고민이라면,

걱정하지 말자. 우리처럼 여전히 '어린이'로 살고 싶은 사람은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다 멋지더라.


그러니 신나게, 우리의 날, 5월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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