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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Feb 13. 2016

책이 건빵을 읽는 이유?

『호모부커스2.0』에 나의 글이 실리다 2

두 권의 책은 나를 찾아왔고 나를 읽었다. 그 후로 책이야말로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히 ‘타자’라 정의되는 것처럼 책도 ‘타자’라 정의할 수 있으며 어떻게 소통하려 노력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얘기를 건네주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이 프로젝트를 보는 순간, 꼭 쓰고 싶었다.




알 수 없는 세계를 선물해 주다

     

나는 ‘나라는 한계를 넘어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이런 걸 흔히 공감능력이라 한다. 보통 우린 나의 마음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마음이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순 없다. 같은 쌍둥이일지라도 타인을 온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여건이 다른 데 나의 생각만으로 타인의 생각이 그러하리라 판단하고 행동할 순 없는 것이다. 결국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이란 그 사람의 마음에 가닿으려는 노력이고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건 단지 마음만 먹었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해서 형성되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맘을 온전히 헤아릴 순 없지만, 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간접 체험할 순 있다. 오토다케乙武洋匡씨가 쓴 『오체불만족』을 읽으며 장애인들의 마음을 느끼며, 윤수종씨가 쓴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읽으며 소수자들의 설움에 동참한다. 그런 공감이 형성될 때 그들을 타자화하지 않게 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 그럴 때 비로소 인간의 주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고 상생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공감능력이 생긴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생길 법하다. 물론 단순히 읽는 흉내만 내서는 생기지 않는다. 저자와 대화하려는 마음과 책의 내용을 내 입장에 적용하려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을 때 세상을 보는 안목이 길러지며, 사람과 소통하려는 진실성도 커진다. 



책을 읽는다는 건,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내 소통 역량에 따라 좀 더 저자의 말에 가까워질 수도, 오해가 깊어질 수도 있다.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북돋워주다 

    

또한 ‘나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호사취미쯤으로 여겨지는 현실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철학 없이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위기에 내몰렸을 때 그걸 헤쳐 나가는 데엔 삶의 철학이 작용하는 법이다. 

이렇게 중요한 철학을 어떻게 구성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180도 달라진다. ‘반쯤 물이 담긴 컵을 보고 어떻게 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답변은 삶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책에는 저자의 철학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그런 철학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타인의 생각들을 받아들여 나의 생각에 융합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철학이 이루어진다. 나의 주체성이 확고해진다면 더 이상 외부조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나의 삶을 만들어 가는데 그깟 외부 조건 따위가 나를 어찌하겠는가. 그와 같은 주체성의 철학을 갖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독서를 한다.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은 것인가? 반 '씩이나' 남은 것인가?




무엇을 위한 책읽기가 아닌 그것 자체가 목적으로서의 책 읽기

     

이런 이유로 난 오늘도 책을 펼쳤다. 보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지, 이걸 읽는다고 지금 당장 돈이 나오거나 독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임용을 공부하는 이들 중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엔 공감하지만 선뜻 손을 대지 못한다. “임용고시 준비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웬 여유를 그렇게 부리냐~ 합격하고 나면 그 때부터 읽을 거야.”라며 미룬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독서를 한다고 성적이 오른다거나 취업이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근시안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그렇게 공부해서 합격한 들 삶을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데 어디에 기쁨이 있겠는가. 내가 재밌게 공부하지 못했으니, 학생들에게도 그런 죽어버린 지식만을 전달해주다 끝날 것이다. 더욱이 합격한 후엔 더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 칠 것이 뻔하다. 오늘 할 수 없는 일을 내일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니 말이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일을 위한 독서가 아닌 오늘을 위한 독서로

     

내 삶을 찾기 위해, 그리고 즐겁게 공부하며 바로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독서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자신이 바뀌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바뀐다면 「허생전」의 허생처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기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좀 성공과 거리가 멀지라도 그와 같은 여유로움으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불행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누리며 맘껏 즐겁게 독서하며 공부하는 거다. 그렇게 즐겁게 산 사람만이 학생들에게도 공부의 즐거움, 독서의 즐거움에 대해서 가르쳐줄 수 있을 거다. 

바로 그와 같은 인생의 가르침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어떤가? 왠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집어 들고 마음껏 읽고 싶지 않는가? 



운좋게 나의 글이 실리며 이런 저자 소개를 하기도 했다.





목차     


1. 책은 우연처럼 나를 찾아왔다

우연히 찾아온 책

『중국견문록』, 책이 반완성품임을 알려주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유쾌한 충격을 선물하다

좋은 책은 또 다른 책을 부른다     


2. 책이 건빵을 읽는 이유?

알 수 없는 세계를 선물해 주다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북돋워주다

무엇을 위한 책읽기가 아닌 그것 자체가 목적으로서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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