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부커스2.0』에 나의 글이 실리다 2
두 권의 책은 나를 찾아왔고 나를 읽었다. 그 후로 책이야말로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히 ‘타자’라 정의되는 것처럼 책도 ‘타자’라 정의할 수 있으며 어떻게 소통하려 노력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얘기를 건네주기 때문이다.
나는 ‘나라는 한계를 넘어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이런 걸 흔히 공감능력이라 한다. 보통 우린 나의 마음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마음이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순 없다. 같은 쌍둥이일지라도 타인을 온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여건이 다른 데 나의 생각만으로 타인의 생각이 그러하리라 판단하고 행동할 순 없는 것이다. 결국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이란 그 사람의 마음에 가닿으려는 노력이고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건 단지 마음만 먹었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해서 형성되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의 맘을 온전히 헤아릴 순 없지만, 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간접 체험할 순 있다. 오토다케乙武洋匡씨가 쓴 『오체불만족』을 읽으며 장애인들의 마음을 느끼며, 윤수종씨가 쓴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읽으며 소수자들의 설움에 동참한다. 그런 공감이 형성될 때 그들을 타자화하지 않게 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 그럴 때 비로소 인간의 주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고 상생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공감능력이 생긴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생길 법하다. 물론 단순히 읽는 흉내만 내서는 생기지 않는다. 저자와 대화하려는 마음과 책의 내용을 내 입장에 적용하려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을 때 세상을 보는 안목이 길러지며, 사람과 소통하려는 진실성도 커진다.
또한 ‘나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호사취미쯤으로 여겨지는 현실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철학 없이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위기에 내몰렸을 때 그걸 헤쳐 나가는 데엔 삶의 철학이 작용하는 법이다.
이렇게 중요한 철학을 어떻게 구성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180도 달라진다. ‘반쯤 물이 담긴 컵을 보고 어떻게 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답변은 삶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책에는 저자의 철학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그런 철학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타인의 생각들을 받아들여 나의 생각에 융합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철학이 이루어진다. 나의 주체성이 확고해진다면 더 이상 외부조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나의 삶을 만들어 가는데 그깟 외부 조건 따위가 나를 어찌하겠는가. 그와 같은 주체성의 철학을 갖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독서를 한다.
이런 이유로 난 오늘도 책을 펼쳤다. 보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지, 이걸 읽는다고 지금 당장 돈이 나오거나 독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임용을 공부하는 이들 중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엔 공감하지만 선뜻 손을 대지 못한다. “임용고시 준비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웬 여유를 그렇게 부리냐~ 합격하고 나면 그 때부터 읽을 거야.”라며 미룬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독서를 한다고 성적이 오른다거나 취업이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근시안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그렇게 공부해서 합격한 들 삶을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데 어디에 기쁨이 있겠는가. 내가 재밌게 공부하지 못했으니, 학생들에게도 그런 죽어버린 지식만을 전달해주다 끝날 것이다. 더욱이 합격한 후엔 더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 칠 것이 뻔하다. 오늘 할 수 없는 일을 내일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니 말이다.
내 삶을 찾기 위해, 그리고 즐겁게 공부하며 바로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독서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자신이 바뀌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바뀐다면 「허생전」의 허생처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기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좀 성공과 거리가 멀지라도 그와 같은 여유로움으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불행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누리며 맘껏 즐겁게 독서하며 공부하는 거다. 그렇게 즐겁게 산 사람만이 학생들에게도 공부의 즐거움, 독서의 즐거움에 대해서 가르쳐줄 수 있을 거다.
바로 그와 같은 인생의 가르침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어떤가? 왠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집어 들고 마음껏 읽고 싶지 않는가?
목차
우연히 찾아온 책
『중국견문록』, 책이 반완성품임을 알려주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유쾌한 충격을 선물하다
좋은 책은 또 다른 책을 부른다
알 수 없는 세계를 선물해 주다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북돋워주다
무엇을 위한 책읽기가 아닌 그것 자체가 목적으로서의 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