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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ug 20. 2017

10년도 임용, 마지막 시험에 임하는 자세

건빵의 임용고사 낙방기 5

09년 임용은 나의 무능을 폭로한 것이자, 어리석음을 까발린 것이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풀지도 못했으며,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임용시험 3일 전마지막 시험을 코앞에 둔 심정

     

그러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임용 공부만 해오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아니, 다른 것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건 ‘포기할 수 있는 용기’,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깡’이 필요한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시 공부를 하게 됐고 지금은 2010년 임용을 3일 앞두게 된 것이다. 

어제 모의고사를 보고 느낀 건 ‘참 형편없다’는 생각이었다. 작년 임용시험 후에 느꼈던 기분을 그대로 이번에도 느꼈다. 발전은커녕 퇴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작년엔 시험을 다 본 후에 무작정 모악산을 올랐었다. 그러지 않으면 미처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올해를 회고해 보면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이러저러한 도전을 많이 해봤다고 말할 순 있다. 그건 결코 내 스스로 합리화하기 위한 말이 아니다. 내가 여태껏 꿈꾸어 오던 스터디를 처음으로 만들어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 공부하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재작년부터 시작한 스터디와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은 멤버들이 모두 교체되어 이제 막 임용공부를 시작하는 영화와 민희, 가을이, 진숙이와 함께 하게 됐다는 점이고 스터디 내용 중에 ‘낭송시간’, ‘독서토론회’와 같은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총 4번의 시험을 봤고, 이제 5번째 임용고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에 임용공부를 시작하면서 ‘마지막 임용고사’라고 맘을 먹었다. 너무 지지부진하게 끌며 생을 좀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이렇게라도 마침표를 찍으려는 애씀이 없으면 결국 끝없이 미련을 가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마침표를 찍어야 하고, 어떻게든 결과는 얻어야만 하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순간만은 임용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온 맘과 성의를 다하려 한다. 올해에 꽃 피웠던 가능성과 그럼에도 아직 멀었다고 느낀 한계를 지금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가능성 속에 미래의 꿈을 심고, 한계 속에 열정으로 발돋움하여 그토록 꿈꿔왔던 것을 이루리라. 3일이란 시간에 내 소중한 꿈이 달려 있다. 소중한 시간, 내 꿈이 무리익기에 충분한 시간, 그 속으로 이젠 힘차게 걸어 들어가 보련다. 후회, 절망이 아닌 만족과 희망의 아리아를 부를 수 있길 바라며 그렇게.                



▲ 전혀 새로운 공부 형식을 갖춘, 그러면서도 완전히 처음인 멤버들과 꾸리게 된 2010년의 스터디팀.




임용시험 2일 전 아침사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었지

     

조금 뒤척이긴 했지만 그래도 잘 잤다. 이제 시험까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어젠 중앙도서관 계단에서 한기를 느껴가며 경수 누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럴 땐 힘이 되기에 조금이나마 긴장을 덜어내기 위해 더 열심히 이야기를 나눈 듯하다. 그러다 따뜻한 방에 들어와 이불을 덮어쓰니 꽁꽁 얼어있던 세포들이 와르르 녹으며 잠이 사르르 밀려오더라. 그래서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잠을 잤다. 

그때 어렴풋이 꿈을 꿨다. 몸은 이미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고, 차창 밖으론 바닷가의 전경이 펼쳐졌다. 너른 바닷가의 풍경이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뚫어져라 쳐다봤고, 그때의 감정은 여느 때 감정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극치의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그런 순간에 눈이 떠져선지, 잠에서 막 깨어났음에도 절로 ‘지금 정말 행복하다’란 느낌이 연이어 들었다. 그건 아직도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아직도 꿈을 꿀 수 있으며, 아직도 미래를 희망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결과가 나와 모든 가능성이 닫혀 버린 순간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제 일 년, 아니 오 년의 결실을 거두기만 하면 된다. 



▲ 늘 운 좋게 임고반에 들어가게 됐었는데, 이 땐 임고반에 들어갈 수 없어 중도에서 공부를 하게 됐다.



수확을 하려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정직함이라 할 수 있다. 요행도,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이미 결론은 나와 있기 때문에 풍년이라 해서 기고만장해서도, 흉년이라 해서 남 탓해서도 안 된다. 그래봐야 작년 임용시험 후에 느꼈던 감정의 판박이만 될 뿐이니 말이다. 이젠 어떤 현실이라 할지라도 도망가지 않고 직면하려 한다. 여기에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모든 게 있고, 그 속에서 나의 꿈이 영글어 갔다. 

신해철씨의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노래엔 “사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었지. 대답은, 그래 Yes 야. 무섭지~ 엄청 무섭지!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근데 말이야. 남들도 그래. 남들도 다 사는 게 무섭고 힘들고 그렇다고. 그렇게 무릎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우면서도 한발 또 한발 그게 사는 거 아니겠니?”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난 이 내레이션이 맞다고 생각한다. 엄청 즐거워서, 희망적이어서, 살만해서 사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사는 것이고, ‘그저’ 사는 것이다. 그처럼 나도 ‘무섭고 힘들고 무릎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우면서도 한발 또 한발’ 그럼에도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기회, 그걸 잡아채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 신해철(1968~2014)의 노래엔 그저 흔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임용시험 2일 전, ‘盡人事待天命의 자세

     

이 시간의 기분은 한결 같기만 하다.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겁이 나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동시에 양가감정이 드니 가슴이 더 쿵쾅거리고 삶은 더 진한 농도로 느껴진다. 꿈도 꾸고 희망도 품고 희열, 비분, 아쉬움, 기쁨도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다. 

내가 미래에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게 될 진 모르겠지만, 그저 여기까지 흘러온 것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살아온 것도 운이고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누리는 것도 운이다. 한문을 공부하게 된 것도, 그리고 그걸 전공으로 선택하여 계속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운이다. 이런 경우를 ‘운 더럽게 좋다’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운에 나를 맡겨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난 나일뿐이고, 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두 한 후에 운을 바랄 뿐, 운이란 요행수에 날 맡기고 싶지는 않다. 그저 붓타가 제자들에게 했다던 “오직 날개의 무게로만 가는 새처럼 가라!”라는 말처럼 미련 없이, 후회 없이 해볼 테다. 



▲ 내 독서대에도 붓타의 말은 그대로 새겨져 있다.




목차     


1. 06년도 임용내가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하다

어느덧 오수생이 되다

첫 시험에 스민 자신감, 언뜻 보이는 불안감

초심자의 행운이 따르다

첫 시험이라 떨렸을까, 너무 큰 기대가 있던 시험이라 떨렸을까

초심자의 행운, 그렇게 떠나다     


2. 07년도 임용한바탕 노닐 듯 시험 볼 수 있을까?

2007년은 변화의 때

시험으로 한바탕 노닐어 보자

광주에서의 인연, 그리고 악연

축제가 한 순간에 저주로     


3. 08년도 임용기분 좋은 떨어짐

암울하게 시작된 2008년

어둠은 사라지고 찬란한 빛이 찾아오다

2008년에 바뀐 임용제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는 마음을 멈추어 세울 수 있는 힘

과정에 만족할 수 있던 08년 임용     


4. 09년도 임용반란은커녕 뒤꽁무니 치다

한 해 동안 잘남과 못남을 동시에 느끼다

전북에서 시험을 보게 된 이유

시험의 위력에 휘둘려 꼬꾸라지다     


5. 10년도 임용마지막 시험에 임하는 자세

임용시험 3일 전, 마지막 시험을 코앞에 둔 심정

임용시험 2일 전 아침, 사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었지

임용시험 2일 전, ‘盡人事待天命’의 자세     


6. 10년도 임용오수생 마지막 임용시험을 보다

마지막 시험이라 외치다

파도와 같던 나의 마음을 붙잡다

온고을 중학교와의 인연

마지막 임용시험의 풍경     


7. 10년도 임용지금 행복할 수 있는가?

시험 끝나자 활기가 찾아오다

함께 모여 밥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

10년 지기 친구와 맛난 점심을

고통인 삶, 그걸 맛들일 수 있을까?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순 없다     


8. 때 지난 임용 낙방기를 쓰는 이유

사람은 밤하늘과 같다

실패했을지라도 그것만으로 좋은 경험이다

찬란한 과거를 현재의 자양분으로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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