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님과 첫 대면했던 날

feat. 소아과 전공의 부족 현상

by 글쓰는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님을 처음 뵌 건 병원 옥상 헬기장에서였다. 당시 외상 외과 PK 실습을 하고 있었다. (PK 이란 독일어 Poly Klinic의 약자로 실습하는 학생 의사를 의미한다. 슬의생 시즌 1의 홍도와 윤복이가 PK였다.) 닥터 헬기에서 환자를 데리고 내리는 이국종 교수님은 환자 가슴에 손을 넣고 계셨다. 옷 속으로 넣은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환자 가슴속에 손이 들어가 있었다.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던 중 환자의 vital 이 잡히지 않자, 갈비뼈 사이를 절개하고 그사이로 손을 넣어 직접 심장을 짜고 계시던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환자를 눕혀 놓고 흉부 압박을 하는 CPR은 여러 번 해봤지만, 직접 심장을 짠다는 건 교과서에서만 봤다. 그만큼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처음 보는 광경에 헬기 프로펠러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해! 어서 손 바꿔!"


헬기 소리를 뚫고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떨결에 교수님과 자리를 바꿔 환자 가슴 깊숙이 손을 집어넣었다. 헬기장은 추웠지만 환자 가슴속은 뜨거웠다. 한 손에 채 잡히지 않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한 손으로는 침대 카트를 잡고, 한 손으로는 환자 심장을 짜면서 그대로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수술방이 꾸려졌고, 준비하고 있던 다른 교수님들과 마취과가 들어와 수술이 시작되었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수술방 뒤편에서 수술을 보기만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 환자는 table death(수술 도중 사망) 하였다.


이국종 교수님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강렬했다. 그 후로 외상 외과 실습을 돌면서 병동에서 몇 번 마주쳤다. 당시 교수님은 언론의 1면의 자주 등장하면서 병원에서는 자주 뵐 수 없었다. 항상 바쁘셨고 표정은 차가웠다. 함부로 말을 붙일 수도, 인사를 드리기조차 어려웠다.


한 번은 잔뜩 화가 난 채로 외상 실습수업이 한창인 강의실로 오셨다. 강의를 하시던 교수님과 일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열변을 토하시곤 우리를 보셨다. 그리곤 격앙된 목소리로 물으셨다.


"여기서 외과 할 사람 있어?"

"..."

"그거 봐. 한 명도 없잖아. 달라지는 게 없잖아."


그리곤 강의실을 빠른 걸음으로 나가셨다. 당시 외상 외과 과장님이셨던 이국종 교수님은 국회와 언론 인터뷰 등 한국 외상 환자 의료에 대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함을 주장하셨다. 전 국민의 조명을 받고 정부의 지원 얘기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반짝일 뿐이었다. 여전히 열악한 외상 외과 환경에 혼자서 고군분투 하셨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지만 외과, 그리고 외상 외과는 여전히 기피과이다.




최근 소아과 전공의 이탈 기사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잘 나가던 소아과도 이제 기피과가 되었다. 사실 소아과, 외과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산부인과에서도 예전부터 전공의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건 기피과들이 대부분 필수 의료과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환자 생명과 직결된 파트들이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해결책이라고 공공의대를 설립해 의사를 늘리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군 입대 인원을 늘리면 전방으로 가려는 군인이 많아질 것이다.'와 동일하다. 이미 의사는 차고 넘친다. 비급여가 많은 성형이나 피부 미용을 하는 의사들은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여러 명 볼 수 있다. 소위 돈 되는 의료이다. 응급이 없고 비교적 몸이 편한 의료 행위이다. 이분들을 폄훼할 생각은 절대 없다. 어떤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의료이고, 이 분야들도 전문적으로 공부하면 한없이 전문적이다. 다만 필수 의료에 인력이 없는 현상이 절대적인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돈 되지 않고 몸이 힘든 파트에서 사명감만으로 평생 일을 할 수는 없다.


과거에도 그랬듯 해결책은 항상 기승전 기피과 수가와 처우 개선 '논의'로 끝난다. 단지 바뀌지 않을 뿐이다. 이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한 선배 의사 선생님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Good night and Good luck."

다치지 말아야 한다. 오늘 밤도 평안하고 건강하길 기도해야 한다. 이 해결책이 바뀌지 않는 의료계 필수 인력 부족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었다.


https://brunch.co.kr/@sssfriend/146


이국종 교수님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을 실진 모르겠지만,


"교수님 그때 강의실에서 손은 못 들었지만, 저 외과 왔습니다! 아직 몸이 편한 의료와 보람 있는 의료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부끄럽지 않은 후배로 성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https://www.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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