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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Jan 22. 2024

책속에서_슬픔의 노래

20

슬픔의 강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끊임없이 흐른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이 그 강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예술가는 볼 수 있는 자다. 그의 눈은 강의 흐름을 본다. 

예술가는 들을 수 있는 자다. 

그의 귀는 강물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하여 예술가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사람들을 

보이게 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자다.

[정찬, 슬픔의 노래]          



21

그것이야말로 상상이 갖고 있는 미덕인지도 모르지요. 

수많은 사람이 그런 상상을 통해 위안을 얻고 있으니까요. 

작가들은 왜 대부분 사랑의 승리를 택할까요? 

저 자욱한 안개를 보십시오. 

안개는 저렇게 사람들 사이로 흘러가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손에 쥘 수 없습니다. 

작가들은 손에 쥘 수 있지요 상상으로 말입니다. 

구레츠키는 슬픔의 강 너머 빛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강을 어떻게 건너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강을 건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지요. 

배를 타는 것과 스스로 강이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배를 타더군요. 작고 가볍고 날렵한 상상의 배를.

[정찬, 슬픔의 노래]          



22

결국 자본이라는 괴물은 생명계의 순환 고리를 파괴함으로써 

신성을 삼키는 새로운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해. 

아우슈비츠가 신성의 찬탈을 짧은 시간과 한정된 공간 속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자본은 전 세계적으로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신성의 삶 속으로 칼을 집어넣고 있지.

아직도 신성은 우리 주위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으니까. 

나는 그것을 신성한 숲이라 부르지.

우리가 그 숲을 갈망하는 한 숲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어. 

물질화되지 않은 꿈과 영혼은 신성한 숲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불어넣고

신성한 숲은 다시 우리에게 맑은 산소를 공급한다면, 

누가 아나? 신성한 숲이 자본의 아귀적 욕망을 이겨낼는지.

[정찬, 슬픔의 노래]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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