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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Jan 28. 2024

책속에서_말하다

23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저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는 단순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이야기가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에요. 

저는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

[김영하, 말하다, 120]          



24

저는 글이 가진 매력은 세계와 인간 사이에 

흥미로운 매개를 설정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쓰면 

그 순간 글이 실제의 세계를 대신하잖아요. 

마르코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쓰면 

그가 실제로 본 세계는 사라지고 [동방견문록]의 세계만 남게 되죠. 

따라서 글이라는 것은 인생 자체는 아니에요.

때문에 글을 잘 쓰겠다고 했을 때 

그것은 여러모로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자기 즐거움을 위해서 써라.’ 

그랬더니 어떤 분이 댓글을 달았는데, 

아니 글쓰기가 즐거울 때도 있냐, 이러시더군요.

[김영하, 말하다, 134]          



25

만약 글쓰기가 즐겁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우리를 

해방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감옥에 있을 때도 글을 쓰고 정말 고통스러울 때도 

글을 쓰잖아요.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이 

종이컵에다가 포크 같은 것으로 시를 써서 변호사에게

내보냈고 그게 시집이 돼서 나왔어요. 

그런데, 그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고 있었다면 

과연 그런 시를 썼을까요? 감옥에 갇혔을 때, 

정말 갑갑하고 괴로울 때 인간은 글을 쓴다는 거죠.

[김영하, 말하다, 135]          



26

저는 제 소설들이 이전에 존재하고 있던 

다른 소설들에 대한 제 나름의 응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과대망상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소설들은 이전에 나온 소설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그동안 읽어온 한국의 여러 소설들, 

해외의 여러 소설들을 보고 아, 당신들이 생각하는 

세계 혹은 언어는 이런 것이군요. 

또는 인간은 이런 것이군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라고 응답을 하는 것입니다.

[김영하, 말하다, 137]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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