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진 Feb 02. 2024

책속에서_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26

종교학자 폴 로리첸에 따르면

개인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에는 정신과 육체를 대립시키는 이분법이 있다.

개인주의에 따르면 인간 주체가 지닌 본질은 이성, 의식, 합리적 자율성의 능력이다.

이러한 이분법은 ‘공/사’ ‘문화/자연’ 이분법으로 확장되고

마침내 남성과 여성, 자아와 타자, ‘개인’의 자율성과 본질화된 ‘모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그 사이의 공통 요소와 연결 지점을 소거해버린다.

(이경아,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146)    


      

27

이 아이가 아니면 안 되는 차원에서 아이를 대하는 것,

너만의 독특성을 우주적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사회 시스템과 아이 사이에 아이의 고유성이 꽃필 수 있는

완충 지대를 마련해주는 것, 그 완충 지대에서 시스템의 논리가

스며들 틈을 주지 않고 독특한 존재로서의 결을 서로가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부모와 아이들, 위계 체계에서 더 높은 곳을 선망하지 않고

지금 이곳에서의 소박한 삶을 충분히 누리는,  

이를테면 ‘유일무이성의 인류(Homo Singularity)’

‘결핍을 잊은 인류(Homo-Good Enough)’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경아,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150)          



28

타고난 생명 자체에서 전해져 오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모성을 나는 ‘생명모성’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 생명모성의 길은 개별 아이들의 유일무이성을 사랑하고

그것을 꽃피우고자 하는 개별 엄마들의 힘만으로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들의 생명력이 번성하도록

사회 시스템의 심층적 변화를 모색하는 엄마들의 시민적 연대가 필요하다.

생명모성에 뿌리를 둔 공동체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가족주의에 갇혀 있던 모성적 사랑의 영토가 사유지에서 공유지로

차츰 더 넓게 열릴 때, 그곳에서 우리 사회 전체를 심오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움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이경아,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151)               



29

모성은 우리가 누구이며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 존재인지,

인간이 영위하는 삶이란 무엇이고 인간의 공동체가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놓고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를

낳을 수 있는 ‘생성적 차이’이다. 이렇게 다른 세상을

생성해내는 차이로서의 모성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열려 있다.

우리는 여성만이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생명의 더 넓은 층위에서 보면 여성만이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다.

여성은 아이를 자기 몸 안에 임신하여 몸 밖으로 낳는다.

이와 조금 다르게, 남성은 자기 몸 밖에 아이를 임신하여 자기 몸 밖에서 출산한다.

여성과는 다르지만, 남성 역시 독특한 생물학적 모성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경아,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151)



2024. 2. 2.



책속에서_말하다 (brunch.co.kr)

23화 책속에서_슬픔의 노래 (brunch.co.kr)

22화 책속에서_불교를 철학하다 (brunch.co.kr)

21화 책속에서_마음사전 (brunch.co.kr)

20화 책속에서_느낌의 0도 (brunch.co.kr)

19화 책속에서_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brunch.co.kr)


매거진의 이전글 책속에서_말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