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종교학자 폴 로리첸에 따르면
개인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에는 정신과 육체를 대립시키는 이분법이 있다.
개인주의에 따르면 인간 주체가 지닌 본질은 이성, 의식, 합리적 자율성의 능력이다.
이러한 이분법은 ‘공/사’ ‘문화/자연’ 이분법으로 확장되고
마침내 남성과 여성, 자아와 타자, ‘개인’의 자율성과 본질화된 ‘모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그 사이의 공통 요소와 연결 지점을 소거해버린다.
(이경아,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146)
27
이 아이가 아니면 안 되는 차원에서 아이를 대하는 것,
너만의 독특성을 우주적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사회 시스템과 아이 사이에 아이의 고유성이 꽃필 수 있는
완충 지대를 마련해주는 것, 그 완충 지대에서 시스템의 논리가
스며들 틈을 주지 않고 독특한 존재로서의 결을 서로가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부모와 아이들, 위계 체계에서 더 높은 곳을 선망하지 않고
지금 이곳에서의 소박한 삶을 충분히 누리는,
이를테면 ‘유일무이성의 인류(Homo Singularity)’
‘결핍을 잊은 인류(Homo-Good Enough)’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경아,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150)
28
타고난 생명 자체에서 전해져 오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모성을 나는 ‘생명모성’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 생명모성의 길은 개별 아이들의 유일무이성을 사랑하고
그것을 꽃피우고자 하는 개별 엄마들의 힘만으로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들의 생명력이 번성하도록
사회 시스템의 심층적 변화를 모색하는 엄마들의 시민적 연대가 필요하다.
생명모성에 뿌리를 둔 공동체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가족주의에 갇혀 있던 모성적 사랑의 영토가 사유지에서 공유지로
차츰 더 넓게 열릴 때, 그곳에서 우리 사회 전체를 심오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움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이경아,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151)
29
모성은 우리가 누구이며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 존재인지,
인간이 영위하는 삶이란 무엇이고 인간의 공동체가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놓고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를
낳을 수 있는 ‘생성적 차이’이다. 이렇게 다른 세상을
생성해내는 차이로서의 모성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열려 있다.
우리는 여성만이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생명의 더 넓은 층위에서 보면 여성만이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다.
여성은 아이를 자기 몸 안에 임신하여 몸 밖으로 낳는다.
이와 조금 다르게, 남성은 자기 몸 밖에 아이를 임신하여 자기 몸 밖에서 출산한다.
여성과는 다르지만, 남성 역시 독특한 생물학적 모성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경아,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151)
202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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