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주말은 국군의 날을 앞두고 하늘이 전투기들의 비행연습으로 시끄러웠다. 수 십 년 동안 바다를 지키다 한강으로 들어온 군함 여러 척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함공원을 찾았다. 그 곳에서 퇴역 해군 할아버지의 실감나는 설명을 들으며 서울함 호위함, 참수리 고속정, 돌고래 잠수함의 실내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직접 선내로 들어가보니 역사책의 한 페이지처럼 희미하게 느껴지던 여러 사건사고들이, 이를테면 온 나라가 축구경기를 시청하며 즐기던 때에 바다 위에서 목숨걸고 싸워야했던 군인들의 사정이, 한층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주변 누군가의 일처럼 다가왔다.
배가 너무 흔들리면 밥 대신 꺼내먹던 전투식량과 밥을 먹다가도 다친 사람이 생기면 바로 수술대로 바뀌는 식탁이 있던 식당은 그야말로 생사가 오가는 곳이었다. 새파란 청춘의 군인들이 기숙사같은 이층침대 방에 자려고 누우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올랐을까? 벽 한 켠에 붙은 생명의 전화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지금이라도 이 곳에 나와 같은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기회가 생겨 다행이다. 어느 덜 떨어진 자의 반쪽짜리 믿음이나 채워지지 않는 결핍만 드러내는 비루한 힘자랑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과 그의 가족이 슬퍼할 일 없는 날이 오긴 올까? 이외에는 선내에 마실 물이 없거나 물이 차오른 비상상황에 대비해 빗물을 받거나 바닷물을 퍼낼 수 있는 용도로 만들어진 모자에 대한 설명 등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헬멧과 구명조끼를 걸치고 해군 할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멀리 한강 어디쯤을 향해 “함장님, 오른쪽에 오리배가 보입니다!“라고 밝게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평화로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