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
Written by_줄리_인턴
1~2년 휴학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여 아직 학생 신분인 친구들이 많다. 그에 비해 휴학 한번 없이 스트레이트로 학교를 다닌 데다, 학생독립만세(이하 학독만) 인턴에 합격하여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턴 비트를 타기로 했으면 예습을 해야지! 인턴 근무가 정해지고 나자마자, 여러 인턴 후기와 직장인의 자세로 빨리 전환할 수 있는 팁 등을 찾아보았다.
잡플래닛에서 발견한 학독만 인턴 후기에서 엑셀과 노션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2월에 공부했던 엑셀 문제집을 새삼 다시 꺼내서 펼쳐보고 기본적인 노션 프로그램 이용법을 공부하며 출근날을 기다렸다.
학생독립만세의 인턴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주업무는 해외자료 리서치였다. 학독만은 교육비 지불방식에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회사로서, 특히 *'소득공유 후불제'(Income Share Agreement)라는 납부방식을 국내에 안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득공유 후불제는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취준생들이, 비용부담 없이 수업을 듣고 취업 후 소득이 생기면 일정 기간 동안 월 소득의 n%를 후불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소득공유 후불제 관련 연재가 여기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득공유 후불제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Income Share Agreement(ISA) 모델을 벤치마크한 것으로, 미국의 경우 값비싼 대학 등록금이나 거액의 코딩 부트캠프와 같은 몰입 직무교육 수업료를 납부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제법 자리를 잡은 제도여서, 독일의 경우 벌써 20년 전부터 40% 정도의 학생이 등록금을 지불하는 데에 ISA를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지금은 이렇게 줄줄 설명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제도였기 때문에 소득공유 후불제의 정의, 종류, 특징 등을 익히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리서치 업무는 주로 조커(학독만 CEO)의 사업전략을 서포트하기 위한 자료 분석을 우선순위에 두게 되고, 헤비(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가 리서치 흐름을 보며 병행할 수 있는 착안 포인트 등을 제안해주시면 참고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낯설고 혼란스럽기만 했던 초기에서, 점차 ISA의 핵심이 눈에 들어오고, 기존 자료의 핵심을 정리하고 제시하는 데에서 나아가 스스로 생각한 방향성까지 잡아서 직접 리서치 보고서를 만들 때의 재미란! 게다가 이 모든 업무를,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하루 종일 들여다보면서 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덕업 일치의 꿀맛이었다.
소득공유 후불제 시장이 아직 성장하고 있는 초기 시장이라, 해외 정보에도 한계가 있어서 다음 리서치는 어떤 방향으로 하면 좋을지 벽에 부딪혔을 때에는 함께 리서치 업무를 하고 있는 동료 인턴 미온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매일 20분씩 서로 어떤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는데, 실제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도 있었고,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모습에 학독만 멤버들이 무척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던 게 뿌듯했다.
리서치 업무에도, 학독만에도 잘 녹아들고 있나 싶던 어느 날, 출근하자마자 조커로부터 딥하고 찐한 토크 요청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장장 2시간의 딥~~~톡!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렇게, 덕업일치를 즐기던 영어 자료 분석에서 벗어나서 한국의 직무교육시장에 대한 리서치가 시작되었다. 난생 처음 진행해보는 시장조사, 대체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질 않는 것이었다. 미국 청교도들도 처음 미국에서 법과 행정제도를 만들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고 가공해봤지만, 다음으로 어떤 로직을 이어가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 지속되니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가 생겨서 다시 일할 의욕을 잃는 악순환의 미궁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헤비와의 스몰톡이 한줄기 빛이 되어주었다.
브런치 콘텐츠 피드백을 위한 회의에서, 헤비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조커에게 받은 새로운 임무의 진행방법을 모르겠다,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동료에 비해 뒤쳐지는 기분이라고. 헤비는 이렇게 말하며 나를 북돋아주었다.
"여기는 등수를 매기는 학교가 아니라, 서로를 도와서 '일'을 해내는 곳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동료는 경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돕기 위해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럴려고 팀이 있는 거예요. 서로 협업하려고."
대학 공부는 혼자하는 것이 당연했으니 회사 업무도 내가 혼자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일은 협력해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이후 미온과 서로의 역량에 따른 역할 분담을 다시 하고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물어보며 시장규모 조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체계가 없어 정해진 틀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나의 능력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맡은 업무의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다. 조커나 헤비에게 물어보면 무엇이든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걸 하는 것이 맞나? 내가 어디까지 해도 되는거지?
라는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모르는 것=능력부족'이라는 인식을 깨는 것이 솔직히 쉽지가 않다. ‘이런 걸 질문해도 되나? 내가 부족해서 모르는 게 아닐까?’ 자책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능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설혹 그렇다 해도 학독만의 수평적인 구조에서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질문하며, 서로를 도와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된다는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므로 학독만에서 나에게 준 가장 큰 숙제는 영어도, 시장조사도 아니라
아닐까.
줄리의 슬기로운 인턴생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