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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Jan 21. 2021

6. 운수 좋은 날

오늘은 꿈을 꾸었습니다. 평소에 꿈을 잘 안 꾸는 편인데 오래간만에 꿈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안 좋은 꿈을요. 일어나니까 기분이 별로였죠. 정확히 무슨 꿈인지 기억나진 않는데 찝찝하고 더러운 꿈이었습니다. 그렇게 불쾌한 아침을 맞이하고서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카페의 아침은 늘 분주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침을 깨워주는 커피를 위해서는 그들보다 빠르게 준비해야 하죠. 해가 뜨지 않는 시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날이 막 밝아올 무렵 카페를 엽니다. 근데 오늘은 같이 오픈하는 직원이 몸 상태가 안좋아보였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죠. 괜찮냐고. 생리통이 심한데 약을 못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급하게 매장에 있던 타이레놀을 먹이고 천천히 하라고 말했습니다. 혹시나 일 하다가 힘들면 조퇴시켜줄 테니까 걱정 말라면서요.


직원은 천천히 하라고 했지만 저는 급했습니다. 혼자 서두르다가 무릎을 벽에 부딪쳤습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 고통이 엄습했습니다. 몇 초 동안 멈춰서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일어나서 일을 했습니다. 아프지만 바빴으니 다시 움직여야 했죠. 살짝 절뚝거리며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종종 그럴 때가 있습니다. 기분 더러운 하루의 시작이 결국 최악의 하루로 완성될 때. 오늘이 그런가 봅니다. 결국 직원은 조퇴했습니다. 다른 분이 조금 더 일찍 출근해준 덕분이죠. 그래도 원래 인원보다 한 명 적게 근무하니라 아침부터 점심까지 정말 바빴습니다. 정신없이 지나가던 하루에서 기억에 남는 건 부딧친 무릎이 다시 다른 곳에 스치거나 부딧칠 때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스치기만 해도 아프더군요.     

이런 날이 있을 때면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참 운수 좋은 날이다. 오늘은 고생했으니 푹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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