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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Aug 19. 2024

월요일 1교시 공강은 럭키비키잖아

2024.08.19.(월)

올해 국어과에서 1명이 티오감이 되는 바람에 20시수를 하고 있다. 


 5개 반을 일주일에 4번 보는 것인데, 4단위로 아이들을 만나는 국어교사는 당연히 아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매일 만나는데 우호관계여야 좋지 않을까)


어쩌면 담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국어 교사.

장점은 매일 보니  아이들의 변화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영수는 머리 잘랐네? 훨~~~씬 깔끔해졌네!!"


그럼 아이들이 내심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내적 미소(?)가 내 눈에만 보인다.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의 특성이다.


나는 중학생 때 짧은 커트머리였는데 담임선생님이 하루는 머리를 왜 그렇게 잘랐냐고 했을 때 (그게 관심이었겠지만) 친구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향해서 울고 싶었던 적있었다.


그래서 좀 활발한 친구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바뀐 점이 있으면 엄청 티나게 아는 체를 해 주고

나처럼 내성적인 친구들에게는 살짝 귀띔하듯이 내색을 한다. 

친구들선생님의 관심에 내적 미소를 짓는다.


오늘은 월요일 1교시 수업이 없는 날이다.

아직 임시 시간표지만 크게 변화는 없을 듯하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나는 모든 요일에 1교시가 있지만, 월요일 1교시 없는 게 최고 행운이다.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그것을 대충 갈음해 놓으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업무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 J인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겠다.


아마 택배로 친다면 택배 집하 작업이랄까...?


나는 일주일에 두 번정도,6교시 하는 날, 회의나 연수가 없을 때 육아시간을 쓴다.

종례, 청소지도까 마치면 3시 30분이고 약 1시간 정도 남들보다 일찍 퇴근을 해서 아이를 돌본다.


이 말은 남들보다 일할 시간이 1시간 정도 적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정신없이 일처리를 해야 한다는 말씀.


나 때문에 제출기한이 늦어지고, 나로 인해 업무 담당자가 기다리게 하는, 민폐 같은 행동은 절대 하고 싶지도 않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화장실 가는 시간, 물 한 모금 마시는 시간을 줄여서 후다닥 일 하고 육아출근을 하는 게 내 생활이랄까.


가끔은 소처럼 일만 하는 내가 좀 안 됐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하루 종일에 화장실을 한 번만 갈 때도 있다.


정신없이 시속 100km로 달리고 나서 밤 11시쯤 아이들과 함께 자려고 누웠을 때 양가감정이 든다.


'오늘도 열심히 달려서 모든 미션을 수행했다.'

'오늘도 지우개처럼 내 몸을 닳아가며 일을 했다.'


체력이 좋은 날은 뿌듯함으로, 체력이 바닥을 친 날은 자조적으로 변하는데,

이 기분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사람은 아직까진 아무도 없다. 


한 사람 있다. 나 자신...

(이러면 너무 불쌍해지는 것 같은데...)


아무튼 교사로서, 엄마로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거 나는 알고 있다. 




친정엄마가 모임이 있으셔서 3시 40분에 퇴근해서 둘째 하원시키고, 병원 데려오고

첫째 학원 하원시키고, 둘이 놀이터에서 놀리고 목욕시키고 밥먹이니 해가 저물어간다.


놀이터에서 둘째 친구 엄마를 우연히 만나 번호를 교환했다. 오늘의 큰 수확이다.

일하는 엄마는 애들 친구 엄마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나저나 오늘도 모든 에너지 소진..

남편도 사모임 회식..


설거지 및 첫째 공부 봐주기, 재우기  등이 아직 남아있다.

눕고 싶다.. 흐흑..

사이렌오더로 주문해서 50 %할인받은 음료. 병원가는 길에 잠시나마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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