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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phin knows Mar 02. 2023

최은정 "오두막(The Shack)"

10곡의 노래와 10개의 이야기

10곡의 노래와 10개의 이야기


말하기 어려운 무거움을 들고
나의 오두막 혹은 다락방으로



2022년 11월에 나온 곡으로, 싱어송 라이터 최은정의 작품이다.

앨범 소개가 참 특별하다. (출처 : 벅스뮤직)

각자의 인생길을 되돌아보면
빛은 사라지고 어둠이 드리워졌던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걷고 있는 나의 모습과
각자의 인생길을 되돌아보면 빛은 사라지고 어둠이 드리워졌던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걷고 있는 나의 모습과
소망의 빛은 사라지고 허무와 상처만 남아 
처절하게 망가진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빛을 잃고 어둠에 가두어진 그 때
어둠은 내 눈을 가려 소망을 빼앗고 절망과 두려움을 안겨 줍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내 손과 발을 꽁꽁 묶어버립니다.
내 삶을 완전히 무너뜨려 파멸에 이르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깊은 어둠속에서
작은 빛들은 가장 선명하게 더 밝게 빛을 밝히며 나타납니다.

이 곡을 듣는 모든 이들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속 어둠의 순간에
하늘을 향해 얼굴을 돌려 나를 향해 비추고 있는 빛을 발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걸어갈 작은 용기를 얻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https://youtu.be/3Vbwv2alZtE




빵과 포도주의 마르쎌리노, 그 아이의 다락방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책이 있다. 빵과 포도주의 마르쎌리노, 1955년에 영화화 되기도 했다.

영화 Marcelino Pan y Vino(1955) 포스터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초등학교 때였다.

주위에 가톨릭 신자들 특히 부모님 친구분과 친척이 가톨릭이라 

어릴 적에 수녀원과 수도원에 자주 갈 기회가 있었고. 

어릴 적 집 근처 정동의 프란치스코 회관에 있었던 성 바오로 서원에서 동화책들을 읽고 놀았다.

거기에 놀러 갔던 건 바로 이 책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어릴 적 아는 분에게 선물 받았고, 그때 제목은 '성 마르쎌리노의 기적'이었다. 

원제목은 '빵과 포도주의 마르쎌리노'


스페인의 한 시골 남자 수도사들이 가득한 수도원에 아이 하나가 버려진다.

아이를 한 번도 길러본 적 없는 수도사들은 아이를 기르느라 애를 먹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며 이 아이에게 마르쎌리노라는 이름을 붙이고, 수도원에서 키우던 모찌또 라는 염소젖을 먹이며 키운다.

그야말로 사고뭉치 개구쟁이인 마르쎌리노는 동네에서 장난을 치며 돌아다니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다섯 살배기 어린아이이지만 자기 때문에 수사님들이 욕을 먹는 것을 보고 슬퍼하기도 한다.


이 아이는 엄마가 궁금하다.

자기에게 염소젖을 줬던 모찌또의 눈을 보며 엄마의 눈이 이런 걸까 궁금해하기도 하고

그 털을 쓰다듬으며 엄마의 머리칼은 이런 걸까 어린애 다운 상상을 한다.

마르쎌리노는 동네 아이들과 또 동네 사람들과 쉽게 섞일 수는 없었다. 

버림받은 아이라 그런지 아니면 서툰 수도사들에 의해 양육돼서 그런지 몰라도...

한 번은 동네 축제에서 우연히 만난 또래 남자애의 엄마를 보고 그리움에 젖는다.


한 번은 진짜 크게 사고를 쳐서, 혼난 날 마르쎌리노는 혼자 수도원 다락방으로 올라갔는데

거기 큰 십자고상이 있었다. 아이는 왠지 그 십자고상에 달린 남자가 아프고 힘들어 보여 

수도원에서 몰래 빵과 포도주를 슬쩍해다가 그 십자가에 달린 사내에게 주고, 가시관도 벗겨주고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 십자고상의 남자는 아이에게 묻는다. 소원이 뭐냐고. 

마르쎌리노는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그 남자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재워준다.

수도사가 없어진 아이를 다락방에서 발견했을 때 

아이가 고요히 잠들듯 죽어있는 것을 보고 이 이야기는 끝난다.


세상은 적응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정상성에서 조금만 비껴가도
체험하는 삶의 무게와 결이 달라진다.
그렇게 사는 사람을 보는
'가까스로 정상을 유지하는'사람들의 시선도 그렇고
바로 그때 다락방 혹은 오두막이 필요하다.


항상 그곳에 있는 다치고 외면당하다가 다시 살아난 신이 필요하다. 

별것도 없고 맛도 없는 우리의 빵과 포도주를 같이 먹어주는 그런 신. 

사실 먼저 여기저기 얻어맞아 성한 데 없고 기진맥진해져 죽어가는 인간에게 

먼저 다가와 스스로 빵과 포도주과 된 신.

그와의 개인적인 만남만이 다락방으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유일한 위로와 안식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줄 수 있는 건 언제나 한계가 있으니까. 

인간은 스스로도 또 남도 채울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수 십 년이 지나도, 구절 하나하나가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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