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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Apr 19. 2024

내 눈물을 위한 변명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 이적

2년간 가족과 떨어져 산 적이 있다. 토요일 아침마다 웃는 얼굴로 만난 우리는 일요일 저녁마다 우는 얼굴로 헤어졌다. 그때 흘린 눈물을 모을 수 있다면 개미 가족이 마음껏 수영할 수 있는 수영장 정도는 짓고도 남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세 번의 눈물이 있다.


첫 번째 눈물.

역 앞에서 두 딸을 안아주고 다섯 밤만 더 자면 다시 올 거라고 말했다. 두 아이와 작별의 포옹을 하려는데, 첫째 딸 단비가 두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환하게 웃으며 아빠 잘 갔다 오라던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두 눈을 깜빡이는데 울지 않을 아빠가 있을까? 단비 엄마가 말했다.

"단비야, 울어도 돼. 슬프면 그냥 울어"

단비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다른 어른들도 있어서 눈물을 꾹 참고 있었는데, 둘째 딸 얼굴을 쳐다보니 '다들 왜 이래? 아빠 어디 갈 거 아니잖아?' 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세상의 절반 수면 아래로 잠겼다. 눈물의 수위가 내려가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두 번째 눈물.

공항 근처에 오니 단비가 낌새를 차렸다. 공항에서 헤어짐을 반복하다보니 큰 길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빠지면 공항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단비는 내게 다가오더니 귀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한다는 말이,

"아빠, 꼭 다시 와야 해"

순간, 본능적인 아이분리 불안 에 내 어린 시절의 불안과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이불을 덮고 누웠다. 울컥했지만, 이번엔 웃으면서 헤어지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꾹 참았다. 좀만 더 참으면 울지 않고 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이의 얼굴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아빠, 꼭 와야 해"라고 말하며 헤어졌지만 다시 부모를 만나지 못한 어떤 아이.  아이의 마음에는 무엇이 새겨지게 될까?

이런 아이를 떠올리며 만들어진 노래가 있다.


(가사)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거짓말


우우 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우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우우우우우 찬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우우우우우 나도 새하얗게 얼어버렸네


내겐 잘못이 없다고 했잖아

나는 좋은 사람이라 했잖아

상처까지 안아준다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다시 나는 홀로 남겨진 거고

모든 추억들은 버리는 거고

역시 나는 자격이 없는 거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중



세 번째 눈물.

이번엔 공항까지 동행하는 다른 가족도 있고 해서 절대 울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공항이 가까워오자 단비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는 걸 느꼈지만, 다음 주에 더 멀리 놀러 가자애써 분위기를 바꿨다. 단비에게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돌아서려는데 단비가 말했다.

"아빠, 보고 싶을 거야. 아빠가 보고 싶은 그런 날이 있어."

내가 또 졌다.


앞으로도 나는 눈물과의 싸움에서 판판이 깨질 것이다. 이젠 눈물 나면 실컷 울란다. 눈물이야말로 진심의 표현이니까. 헤어짐이 서러워 우는 사람의 마음만큼 진실된 마음을 나는 아직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언젠가 내 눈에 눈물이 맺혀 있으면 두 딸로부터 아빠는 남자고 어른인데 왜 그렇게 자주 우냐고 질문 받을 날이 올 것이다.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으면 에 있 누군가가 ‘마음이 여려서’라고 답하지 말고 '마음이 따뜻해서' 그런 거라고 답해주면 덜 부끄러울 것 같다. 사실 부끄러울 일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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