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피 지망생 Apr 16. 2024

No one likes us. We don't care

<Millwall FC 응원가> - Millwall FC 서포터스

* 작년 교권추락 이슈가 뜨거웠을 때 교사 커뮤니티에 시위 참가 및 노조 가입을 독려하며 쓴 글입니다. 가볍게 의도를 전달하고자 반말체로 쓴 점 양해 바랍니다.



혹시 밀월 FC라고 알아? 아마 아는 사람 거의 없을 거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부에 소속된 클럽이거든.

맨시티, 리버풀, 아스날, 맨유, 토트넘 등 1부에 세계적인 팀들이 즐비한데 누가 2부 팀까지 챙기겠어? 그런데 왜 뜬금없이 밀월 FC 얘기를 꺼내느냐...

밀월 FC 응원단이 개쩔거든. 우리도 밀월 FC로부터 배울 점이 많을 거 같아서 떡밥으로 가져와봤어.

(주의)

밀월 FC가 유명한 건 훌리건 때문이기도 해. (영화 ‘훌리건스’의 실제 모델이라는 썰도 있어) 절대 폭력적인 훌리건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야. 대다수의 평범한(하지만 비범한) 밀월 FC 서포터스에 대해 얘기하려는 거니 오해는 접어두길.

-

일단 유튜브에서 밀월 FC 응원 영상부터 검색해 보자.

“No one likes us. we don’t care. We are millwall, Super millwall”

가사랑 사람들 표정에서 뭐 느껴지는 거 없어? 난 이 부분 들을 때마다 심장이 뜨거워지더라. 상대 서포터 기죽이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하며 하나 같이 붉게 상기된 표정, 표정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강한 자부심...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렇게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걸까?

다른 수식어 필요 없고 '일당백'. 그냥 딱 일당백! 와... 나도 저기에 있고 싶다... 졸라 멋있다... 마이너한 성향의 사람들이 뭉치면 갖게 되는 끈끈한 연대감, 동지애 비슷한 감정 있잖아. 사람들이 우릴 외면할수록 더 똘똘 뭉치게 되는 그런 마음. 지하의 퀴퀴한 헤비메탈 클럽에 가면 사람 몇 명 없는데도 진짜 재미있게 잘 놀거든? 비유하자면 그런 느낌이랄까. 시간이 지나도 응원 영상의 잔상이 사그라들지 않아밀월 FC에 대해 뒷조사를 해봤어.

결과는?

결심했어. 나도 오늘부터 얘네 팬 하기로.


---


이제 우리가 처한 상황에 응원가 가사를 대입해 보자. 일단 응원가 첫 문장을 봐.


No one likes us.


우리도 이미 이건 알고 있지 않아? 선생님은 언제부턴가 공공이 적이 된 듯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 보면, 일단 내 결론은 이래. 사람은 불행해지면 일단 타인을 적으로 돌리게 되어있어. 너도 그렇지 않아? 행복하면 딱히 남한테 관심 없는데 불행해지면 남들 하는 거 다 꼴배기 싫어지는 그런 심리. 사람 마음이란 게 그런 것 같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화나 있는 요즘 시대에 선생님은 좋은 먹잇감이지. 언론에서 보도되는 선생님 이미지만 봐도 철밥통에, 사건 터지면 은폐하고, 방학에 놀러 다니고... 딱 이런 이미지잖아. 학창 시절 선생님한테 맞아본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텐데 이런 기억은 선생님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하지.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사람들도 같이 미쳐 돌아가고.. 분노의 화살을 누군가한테 돌려야 나라도 살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내 아이는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내 아이가 저러는 게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  할 만큼 한 거 같은데... 아, 학교 잘못이구나! 학교가 잘못 가르쳐서 내 아이가 이런 거구나! 


딱 이만큼의 논리구조. (솔직히 이런 사람들 보면 안타까워. 아이 잘못 키운 죄는 나중에 몇 배로 되돌려 받게 되어있는데...) 당신들을 때린 건 수십 년 전 선생님이고, 그들은 이미 퇴직했는데, 지금은 애들 기분 상할까봐 교실에서 큰 소리도 못 내는 시대인데, 우리가 타겟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는 별개로 현실은 인정하자. 중요한 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야. 우리는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응원가 가사를 다시 봐봐. 다음 문장에 답이 나와 있잖아!


We don’t care. We are Millwall ! Super Millwall !


솔직히 우리가 잘못한 거 있어?나는 선생님들도 불합리, 비이성, 무지성, 몰지각을 보면 좀 싸웠으면 좋겠어. 맨날 뒤에서 울고 있지만 말고. 물론 그들이 싸우지 않는 이유도 알고 있지. '나도 싸울 때 싸우고 싶지만 내가 싸울 때 다른 사람들이 같이 싸워줄까' 하는 마음, 뭉쳐야할 때 되려 흩어져버리는 모래알 조직력. 이런 분위기를 좀 바꿨으면 좋겠어.


“너네 우리 싫어해? 오케이. 접수! 나도 알아. 근데 어쩌라고? 신경 안 써. 난 잘못한 거 없으니까. 잘못한 거 없다고!자기 아이한테서 받은 화를 왜 나한테 푸는데?"

이렇게 할 말은 하고 사회에도 목소리를 내자는 거야. 최소한 개념 안드로메다로 보낸 언론, 교육청, 교육부, 진상 학부모, 일부 관리자. 이 정도는 싸울 수 있잖아? 솔직히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난 도저히 안 되겠어요. 저는 평화주의자예요.’

에휴, 이런 사람 왜 안 나오나 했다. 그럼 노조라도 들어. 조금 더 용기 내면 다른 사람들이 싸울 때 소심하게 추임새 정도는 넣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싸우는 방법은 사람 숫자만큼 많아.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면 돼. 아무것도 못하겠으면 앞에서 짱돌 들고 싸우는 사람들 뒤에서 응원이라도 해줘. (여기서 짱돌은 진짜 짱돌이 아니고 마음의 짱돌을 말하는 거야. 오해하지 말아줘. 나 그렇게 과격한 사람 아니야.) 앞에서 싸우는 사람들도 뭘 바라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그런 응원 받으면 얼마나 힘나겠어?

--

글이 길어졌네. 몇 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간지 쩌는 사건으로 마무리해 볼게. 영국 한복판에서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3명이 칼로 시민들을 테러하는 사건이 있었어. 다들 혼비백산이 되어 도망가던 그때, 길을 지나가던 할아버지(로이 라너) 분이 칼 든 테러리스트들에게 달려들었어. 그것도 맨손으로. 결국 칼 8방을 맞고 쓰러지셨지. 그때 할아버지가 외친 말이 뭔 줄 알아?나 이거 듣고 반해버렸지 뭐야..

“Fuck !! I’m millwall !!”

결국 할아버지는 손을 크게 다치고 병원에 입원했어. 더 멋진 건... 밀월 FC 서포터스가 소식을 듣고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병원비를 대줬다는 거야.(너네 자꾸 이러면 나도 밀월 FC 서포터즈 한다. 그만 좀 멋있어라.) 소식을 들은 스웨덴 맥주 회사는 로이 라너 헌정 맥주를 출시했기도 했대. '와, 맥주 회사 상술 쩐다' 라고 말하려다가 맥주 판매 수익금을 로이 라니 치료비에 보탰다는 뉴스를 듣고는 때 묻은 나를 반성했어. 덕분 인류애 충전 좀 했다.


신기하게도 밀월 FC 서포터스는 팀이 1부로 승격하는 것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대. 1부로 승격되면 외부에서 어중이떠중이들이 유입된다나. 이기는 걸 좋아해서 축구를 응원한다면 자기는 1부 빅클럽을 응원했을 거래.

자기들은 밀월 FC라는 커뮤니티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고. 그러니 지금이 딱 좋다고.


와, 진짜 이런 팀에서 선수로 뛴다면 몸이 부서져라 뛸 것 같지 않아?나도 이런 팀에서 뛰어보고 싶다. 우리라고 하라는 법 있어? 일단 나부터 싸워볼게. 너네는 내가 앞에서 싸울 뒤에서 추임새만 넣어줘. 다들 이번 주 토요일 시위는 참가할 거지?난 제주도에서 올라간다. 들어올 노 저어야지.

토요일엔 (마음의) 짱돌 들고 필드에서 만나자.

안녕~!

작가의 이전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