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개화

by 한 율
사진: 한 율


소중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을수록

번지며 점차 옅어지는 삶의 기억들

멀어지는 시간은 차츰 빛을 지우고

전해지는 건 그리움의 진한 향기뿐


눈이 소복하게 쌓인 대나무숲에도

노을이 깔리는 금빛 갈대밭 사이에도

초록이 무성한 숲 속 한가운데에도

꽃이 만발한 싱그러운 들녘 어디에도


그림 같던 풍경 사이를 조각조각 채워나갔던

맞잡은 두 손 너머로 넘나들던 수많은 바람들

말할 수 없던 소망들은 바다 위 몽돌처럼 올망졸망

넘실거리는 파도 결에 조금씩 하나 둘 깎여나가고


정갈한 풍경을 담아낸 수채화 그림 앞에 서서

희미한 두 손을 다시 맞잡고 그리는 그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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