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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Jun 13. 2024

[우울증 극복 D-21] 1. 연극 무대와 같은 세상




D-21 -세상 구경 나가기

-연극 무대와 같은 세상


딸아이 친구가 뮤지컬 ‘레미제라블’ 무대에 오른다고 해 공연 관람을 갔다.

배역에 공백이 있어 우연히 맡게 된 조연 역할이라고 한다.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중학생이 해 내기에는 어려울 법한 노래와 대사를 자연스럽고 멋지게 연기해내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눈빛에 열정이 가득 찬 무대 위의 아이의 모습이 새로워 보였다. 그 친구는 한 달 남짓의 방학 동안, 인생의 새 무대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무대에서 선다.

내가 서고 있는 무대의 종류는, 가정이라는 무대, 친구와 함께하는 우정의 무대, 직장인, 종교인, 운동인, 봉사자들의 무대... 살다 보면 익숙한 무대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집에서는 잔소리하는 주부의 역할, 직장의 무대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회인 역할, 봉사자로서는 타일을 위하는 희생적인 역할을 척척해낸다.

익숙해진 무대에서는 더 이상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레 연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연기가 정점에 올라 맡은 역할을 눈 감고도 해 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익숙함에 심드렁해져 또다시 다른 새로운 역할을 찾아 나서고 싶어 진다.


나는 요즘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무대를 하나 더 추가했다. 고민을 들어주는 보이는 라디오 유튜브 영상 발신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 얼굴이 화면에 나오는 무대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얼떨결에 맡게 된 나의 배역은 아이러니하게도 진행자다. 방송 진행을 배워 본 적도 없고 처음 맡아보는 역할이라 낯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벌써 여러 번 촬영을 했는데도 촬영 전날이면 소화 불량에 꺽꺽 거리며, 늘 새로운 무대에 일단 나를 밀어 넣고 보는 나 자신을 후회하기도 한다.

유튜브 방송을 보면 참 쉽게 쉽게 잘도 말하는데 나는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지 별게 다 어색하다.

마이크를 바짝 대고 말을 하면 지지직거리고, 좀 띄어 이야기하면 속삭이듯 들려 상대방과의 소리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어느 타이밍에 숨을 쉬고 어느 쪽으로 내뱉어야 하는지도 고민이 되고 카메라를 보고 진행 하는게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 언젠가는 자연스레 진행하며 실수도 재치 있게 넘어가는 프로 같은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나는 또 이렇게 선배 연기자들을 보고 슬쩍슬쩍 눈치껏 따라 해 가며 익숙해져 가는 과정 중이다.


인생은 무대감독 없는 연극 무대와 같다. 우리가 지금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무대들도 처음에는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던 무대들이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 눈치껏 배우고 익히느라 진땀을 뺐었겠지만, 지금은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못해 따분해졌을지 모른다.


익숙한 일상에 새로운 무대를 추가해 보자.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거릴 새로 맡을 역할을 골라보는 거다.

곧 상상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진 걸 확인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만큼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



유튜브  고민사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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