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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Apr 20. 2024

3년차 봄 정원에는 무슨 꽃이 피고 있을까?  

사월의 꽃을 소개합니다


새소리에 일찍 잠이 깨어, 정원으로 향하는 뒷문을 열자, 새벽공기와 이슬 내음이 풋풋하고 신선하다. 간밤에 살짝 비가 온 걸까? 새들의 노랫소리를 배경 삼아, 빗물 먹은 싱그러운 초록의 향이 오감을 깨운다. 아무도 없이 홀로 서 있는 이 공간에는 오롯이 맑은 향기와 자연이 주는 아늑함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정원이 3년 차로 들어서면서, 한결 관리가 수월해졌다. 5월의 장미가 피기 전까지는 정원이 조금 심심했는데, 올해엔 동백을 시작으로 제법 많은 꽃이 피고 있다. 갓 내린 향 좋은 헤이즐넛 커피를 들고, 정원을 서서히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룻밤 사이에 무슨 꽃이 개화했는지, 꽃망울은 달기 시작했는지, 파종한 씨앗은 잘 자라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한다.


#1 산딸나무(Dogwood)

2년 차로, 올해 처음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흔히 보는 나무인데, 꽃과 나무의 수형이 동양적이어서 특별히 정이 간다.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를 만든 나무로, 신기하게도 꽃잎이 십자가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있는 모습이다. 꽃말도 '희생과 견고'다. 봄에 우아한 꽃부터 시작해, 가을에는 열매 단풍까지 사계절이 아름다운 꽃나무이다.    


산딸 나무 / Dogwood



#2 라일락(Lilac)

봄을 완성한다는 라일락, 매혹적이고 꽃말 '첫사랑'처럼 아련하다. 무리 지어 서로 몸을 의지하고 있는 보라 꽃도 예쁘지만, 은은한 향기는 코끝을 스치다가, 이내 가슴 깊은 속까지 파고든다. 저녁이 되면, 향이 더 해져, 오래전 4월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괜스레 해 질 녘 그 앞을 서성이게 하는 꽃나무이다.   


라일락/ Lilac



#3 이베리스(Ibelis)

금색의 꽃술을 물고, 두 개의 꽃잎이 하나로 되어 동그란 꽃 모양을 만든다. 뽀얗고, 눈꽃송이 같은 작은 꽃에서는 은은한 향이 난다. '우아하고 깨끗하다'란 꽃말처럼, 볼수록 기품 있고, 아름다운 꽃이다. 줄기도 길쭉길쭉 시원해 보여, 꽃과의 조화가 근사하다. '백설공주'라는 애칭이 참 잘 어울린다.   


이베리스/ Ibelis



#4 데이지(English Daisy)

봄의 대표적인 '초화류'로 꽃말 '사랑스러움, 희망, 평화'처럼 작고, 천진난만하고 귀엽다. 봄부터 가을까지 오래 핀다고 해서 '장수국'이란 별명이 있는데, 작년에 일년초인 줄 알고 키웠는데 신기하게도 올해 다시 피었다. 낮에는 꽃이 활짝 피지만, 흐린 날 이나 밤에는 꽃잎이 오므라지고, 번식을 아주 잘한다.    


데이지/English Daisy

 



#5 베로니카(Veronica)

청보라 작은 꽃잎이 수줍고 청순하다. 야생화로 4장의 꽃잎이 야리야리한데, 꽃말은 '충실, 견고'이다. 키우기 쉽고, 수많은 꽃눈에 꽃이 피면, 늘어지는데 강렬한 꽃들 사이에서 단연 분위기 메이커다. 베로니카란 예쁜 이름은 성녀 베로니카(Veronica)의 신앙심 깊은 전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베로니카/Veronica



#6 철쭉 (Azelea)

처음 정원을 만들 때, 가든 센터에서 파는 다양한 철쭉을 보고, 남편은 빨간색, 나는 핑크를 고집하다가, 결국 둘 다 키우게 됐다. 꽃 색이 강렬해 다른 꽃들과 조화가 어려울 듯해서 마당 뒤쪽 좀 떨어진 곳에 심었더랬다. 두 해가 지나니 튈 거라는 예상을 깨고 정원의 '화사함'을 담당하고 있다. '정열'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리고,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효자 식물이다.    


철쭉/Azelea



#7 튤립(Tulip)

지난 늦가을에 구근을 드라이브 웨이 쪽에 기다랗게 심었는데, 이제야 피기 시작한다. 비가 오거나 날이 안 좋으면, 오므리고 있다가, 화창한 날에는 활짝 핀다. 꽃말도 꽃 색마다 조금 다른데, 노랑은 '희망, ' 빨강은 '사랑의 고백'이다. 꽃을 오므리면 삼각형 모양이 되는 빨강 튤립도 기다란 노랑과 어울려 조화롭다. 


빗물 머금은 튤립/Tulip



꽃은 아니지만, 꽃 파종이들....

2주 전에 파종한 씨앗은, 무사히 적응하고, 싹이 잘 나와 일단 안심이다. 꽃의 종류에 따라 납작하게, 길게,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다. 같은 씨앗, 같은 흙인데도 유난히 실하게 크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또 피우지 못한 채 흙만 남아 있는 것도 있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듬뿍 주는데, 요즘 같은 날에는 매일 주고, 낮엔 햇빛을 보게 해야 튼튼해진다.   

다양한 꽃씨앗 파종


4월의 정원은 마치 사랑을 시작한 그 마음처럼 설렌다. 겨우내 언 땅에서 다시 돌아와 준 꽃들은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처럼 반갑고, 마른 가지에서 올라오는 새순은 경이롭다. 야속하고 차가웠던 비바람에도, 혹한 속에서도 말없이 견뎌줬으니 고맙다. 싹이 트고, 꽃이 피어 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희망적인 기대도 해본다. 자연의 위로와 깨달음에 감사하며, 이른 아침, 3년 차 정원지기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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