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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May 11. 2024

 열정과 집착 사이에서


봄 정원에 동그란 보라 알리움이 한창입니다. 수십 개의 별꽃이 모여 큰 꽃이 되는 신비한 꽃인데요. 멀리서 보면 큰 키가 시원해 보이고, 가까이 봐도 작은 꽃잎들이 앙증맞고 예쁩니다. 문제는, 보기만 하면 좋은데,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꽃을 이용해 뭔가를 창조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그때부터는 쉴 새 없이 머리가 복잡해지거든요. 꼭 해야 할 숙제를 앞둔 사람처럼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편안하게 꽃만 감상하지 못하는 걸까? 열정일까? 아니면, 뭔가의 결과물을 내서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집착일까? 이 자그마한 꽃을 보며 오랜 시간을 고민하는 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일요일 오후의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허비하고 있는 게 한심하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열정과 집착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꽃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있는 과잉 열정이 나를 들볶으면 안되니까요. 먼저, 두 단어를 떠올려 보니 '열정은 성장을 이루는 건강하고 좋은 에너지이고, 집착은 부정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전의 양면처럼, 딱히 다른 점을 표현하기는 어렵더라고요.  


궁금해서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고 

집착은 [어떤 것에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비슷비슷한 말 같아서 와닿지는 않았어요. 뭔가 답을 찾을 거라는 기대로 과거를 소환했습니다.


처음 사업을 할 때에도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성장하는 기쁨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외에는, 일에 몰두하고 집중했어요. 성공에 관한 책을 읽고, 오고 가는 대화도 이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순수했던 마음이 어느샌가 집착으로 이어져 나를 통제하고, 삶을 지배했습니다. 결국, 건강까지 해치게 되며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요.


그 외에도, 처음 의도와 다르게 바뀐 공적 사적 사례가 꽤나 많았습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과 남의 반응을 살피는 소심하고 완벽한 성향 때문이기도 한데요. 그러는 과정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론 남의 시선에 맞추느라 삶이 망가지는 그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되겠단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천을 하기 위해, '열정'이란 좋은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집착으로까지는 가지 않는 '열정과 집착' 사이에 경계선 만들었습니다. 물론 마음속이지요. 둘의 정의를 분명하게 하고, 열정의 경계선을 넘으면, 스스로에게 경고!! 를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많은 생각 끝에 내린 열정과 집착에 대한 나름의 정의는 이랬습니다.

열정은 자기가 즐겁게 열심히 하는 거고, 집착은 자신을 매이게 해서 자유로움을 뺏어가는 거다. 고로 남을 의식하는 게 아닌, 내가 즐겁고 행복한 열정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해피가드너)


그리곤, 빠져드는 일에 몰두할 시간을 정하고, 알람이 울리면, 미련 없이 다른 일을 하거나, 쉬기로 했습니다. 못한 부분은 다음 날에 하면 되고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뭐 대수겠어요. 며칠이지만, 이렇게 해 보니 집중도 더 잘 되고, 일단은 끝이 나서 마음의 부담도 줄었습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살아가는데, 오랜 기간 열정이 필요한 순간도 있고, 때론 무모한 집착이 뭔가 큰일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 집착이 다른 일을 방해하고, 자신을 구속한다면, 수정해야 함도 느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였고요. '열정과 집착' 사이에서, 집착으로 가는 경계선을 안 넘도록 잘 활용해 봐야겠어요. 왠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열정과 집착'이란 화두를 생각하게 한 알리움 꽃잎 소품을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과 나눕니다.

['서툰 인생,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 북은 만든 소품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알리움 꽃잎으로 만든 우드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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