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에 소품 공방을 만들려고 매일 조금씩 정리하면서 고치던 중이었어요. 아마추어이다 보니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며 한 달여를 씨름했는데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입구에 심을 향기 나는 꽃나무를 구입하려고 오랜만에 남편과 가든 센터를 찾았습니다.
집에서 고속도로로 30분을 달려 도착하자, 계절에 맞게 다양한 꽃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구매하도록 강한 유혹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뭘 사야 하는 거야?" 각각의 아름다움으로 결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몇 바퀴를 돌자, 선택의 피곤함이 밀려왔어요. 남편의 의견을 들어보니, 저랑 선호하는 게 많이 달라 의견 차이만 났습니다. 조용한 남편은 의외로 화려한 꽃을 좋아하고, 저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게 좋다고 했거든요. 취향도 참 많이 다른 부부입니다.
한참 동안 실랑이를 하다, 결국 '자스민' 꽃나무를 선택했어요. 정확하게는, 제 의견대로 잔잔하고, 향기 좋은 꽃나무를 고른 셈이죠. 한편으론 남편이 좋다고 하는 예쁜 클레마티스 꽃나무에도 눈길이 자꾸 가더라고요. 분명 하나만 구입하기로 했건만, 유혹을 뿌리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든 센터에서만 그렇겠습니까? 도처에 유혹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인스타 공부라도 할라치면, 팔로워 늘리는 법부터 시작해, 브랜딩하고 수익으로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닦달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시대의 흐름을 못 타는 바보 같아 팔랑귀가 됩니다. 우연히 알고리즘으로 들은 산뜻한 무료 강의가 끝나면 줄줄이 사탕으로 그다음 단계의 유료 수업들이 펼쳐집니다. 어지간한 분별력이 아니고서는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아니!! 외부에서 받는 거 말고도요.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달달한 커피믹스를 마시고 싶은 유혹부터 시작해, 오늘따라 가기 싫은 운동, 투자센터에서 혹하게 권유하는 주식을 살까 말까? 등등....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인데도 수많은 유혹이 의지와 귀를 솔깃하게 합니다. 그 유혹을 따라가면, 그 끝에는 행복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 핑크빛 착각도 하게 되고요. 도대체 어떻게 크고 작은 유혹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걸까요?
이에 대해 『절제의 기술』 저자이자 철학하는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Svend brinkmann)은 "유혹을 쫓아서는 누구도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사회는 뒤처지지 말라고, 계속 더 많은 것을 성취하라고 말하지만, 행복의 비결은 오히려 잘 포기하고 기꺼이 뒤처지는 데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유혹보다는 절제로 적당히 만족하고,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쓸 때야 비로소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에 주인이 된다고 알려 줍니다.
예전에 메모한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절제의 힘과 묘미'를 확인하자, 조금 숨통이 트였습니다. 맞아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절제해야야 행복할 수 있고요. 달콤한 커피믹스를 조절하고 제한해야 몸은 건강할 수 있으니까요. 당연한 결론이지만, 크고 작은 유혹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절제라는 걸 다시 한번 떠올렸습니다. 전부 붙들고 다 이뤄야 한다고 애쓰느라, 어딘지도 모르게 흘러가는 제 모습도 보여 마음을 다잡습니다.
다행히도, 가든 센터에선 유혹과 절제와의 밀당을 잘한 덕에 달랑 자스민 한그루만 사서 차에 싣고 왔습니다. 포기하면 편해지고, 절제하면 오히려 행복을 느끼는 걸까요? 가뿐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계획한 장소에 심었습니다. 차고 벽을 타고 올라갈 향기로운 자스민꽃이, 크고 작은 유혹에 빠질 때마다, 응원하고 지켜줄 것을 믿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