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마' 란 단어를 아시나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어떠한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정신을 상징'한다는 MZ세대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끈기와 꾸준함'만이 최고의 미덕인 줄 믿었기에 세대는 달라도, 공감하고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했습니다. 뭘 하든지 '가다가 멈추고 돌아가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는데, 무안한 경험을 했습니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꽃을 담을 예쁜 화분에 자연적으로 관심이 생깁니다. 많은 정원 지기들이 직접 만든 토분에 식물을 심고 싶은 로망이 있기도 하고요. 그러던 차에 한인 커뮤니티에서 '도자기 강습'을 재료비만 받고 한다는 광고가 나와 얼른 신청했어요. 그동안 배울 곳도 적당치 않고, 있다 해도 멀고, 취미로 하기엔 수강료가 너무 비쌌거든요.
첫 수업을 가보니 예상대로 화분을 만들려는 수강생들이 많았어요. 10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12명이 등록해서 주최 측에서 강사와 보조강사를 배정했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후를 기꺼이 반납하기로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도자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요? 첫 수업부터 뭔가 단춧구멍이 잘못 끼워지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공모전에서 입상했다는 60대의 강사는 본인의 창의력으로 자유롭게 만들라고 했습니다. 스승은 그저 봐주는 사람이니 상상한 만큼 해보라고요. 반면, 40대인 보조강사는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고 하나하나 알려 주고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각자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상반된 레슨을 받으려니 헷갈리고 멘붕이 왔습니다.
처음이라 두 분이 제대로 상의하지 않았다고 이해하고 어정쩡하게 수업을 끝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두 번째, 세 번째 수업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강사는 자유롭게 !! 보조강사는 원칙대로!! 를 주장하는 바람에, 수강생들도 은연중에 두 패로 나뉘어 버렸어요.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수업이 바늘처럼 날카롭고 불편한 분위기로 흘러버렸고요.
뭔가 해결을 해야 할 거 같아 주최 측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두 분 모두 자원봉사자여서 곤란하단 답만 들었습니다. 별수 없이, 수강생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강사 두 분과 미팅하고, 딱 한 가지만 요구했어요. 미리 레슨플렌을 정해서 '한 가지 방법으로 통일해서 가르쳐달라'고요. 안타깝게도 잘 지켜지지 않았어요.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에 꾸역꾸역 6개월을 다니다 결국은 개선되지 않아 그만두었습니다.
생업이나 취미생활을 할 때도 은연중 '일만 시간의 법칙'이나, '그릿'같은 개념이 박혀있어 이번 일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잘 해보려고 투자한 시간과 노력도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요. 진즉 그만둘걸!! 하는 후회도 뒤늦게 들었습니다. 다만, 작은 깨달음도 얻긴 했습니다.
앞으론 뭔가를 시작할 때, 나름의 '그만둘 기준'을 정하고, 거기에 해당하면, 돌아설 자신감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리 못 하고 계속하는 건 '그만두는 용기'가 부족했음을 알았고요. 시작하는 용기뿐 아니라 같은 분량의 그만두는 용기도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만든 화분들을 한쪽 구석에 모아놨는데, 작은 꽃이라도 심어야겠어요.
그만두는 것이 힘들어 용기가 필요하신 분들과 정원산 꽃으로 만든 가랜드를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