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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Jul 13. 2024

행복은 적금이 아니다

첼시 마켓과 하이라인 파크를 다녀왔습니다


지난주 목요일에, 딸이 맨해튼 첼시에 있는 공중정원인 하이라인 파크를 다녀오자고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간 김에 아기자기한 첼시 마켓에서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가자고 하길래 바로 '좋아!!' 라곤 했는데요. 속으로는 "얘는 왜? 꼭 급하게 말하냐? 나도 해야 할 스케줄이 있는데!!" 하며 구시렁거렸습니다. 놓칠 하루의 루틴도 재빠르게 머릿속을 맴돌고요. 어쨌든 모든 일을 제쳐놓고 감사한 마음으로 따라나섰습니다.  



  

오전 11시경에 맨해튼 첼시 마켓에 도착했는데요. 구글의 첫 번째 정식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구글 뉴욕 본사와 마주 보고 있었습니다. 맨해튼 9번가 15th -16th St 사이에 있는 첼시 마켓은 상상하는 시장 분위기가 아니고, 고풍스러운 건물 내에 있는데요. 오레오(OREO)를 만든 회사인 나비스코(NABISCO) 과자공장을 인수해서 대형 식품 매장으로 1990년경에 리모델링했다고 해요. 입구에는 건물의 역사를 보여주는 소박한 부스도 있었습니다.    



구글 뉴욕본사와 챌시 마켓의 역사를 보여주는 부스


 

첼시마켓(Chelsea Market)

안으로 들어가니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다양하고 예쁜 가게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주로 소품, 수공예품, 기념품 가게들과 함께 다양한 먹거리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었는데요. 예전의 '소호'처럼 좋아하는 취향이라 볼거리가 많았어요. 곳곳의 소품 가게와 꽃 매장을 구경하고, 기념품도 사줬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명작가의 뉴욕 그림과 향초, 눈에 익은 일회용컵을 카피해서 만든 커피잔이었어요. 점심은 랍스터 샌드위치로 간단히 먹고 바로 옆에 있는 하이라인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첼시 마켓의 가게들과 기념품



뉴욕 하이라인 공원(The High Line)

하이라인 파크는 맨해튼 한가운데에 있던 철도를 이용해 만든 공중 공원인데요. 이 철도는 1930년대에 맨해튼 서편에 육고기와 가공류를 운송하는 데 사용했다고 해요. 그 후, 고속도로를 통한 대중교통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1980년에 폐쇄되었고,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란 단체를 통해 시민공원으로 10년에 걸쳐 거듭나게 됩니다. 예산의 98%는 기부와 후원, 자원 봉사자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져 본래 시민공원의 정체성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하네요.



빌딩숲 사이의 정원



특색이 있었던 점은,

공원과 도시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빌딩 숲 사이로 공원이 파고들었다는 점인데요. '뉴욕'이라는 거대도시와 고가철도 위 공원이란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1.45마일(2.33km)의 구간이라 꽃, 빌딩, 사람구경하며 1시간 정도면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어 적당했고요. 개인적으로는 꽃들이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야생화 느낌이 라 참 예뻤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관리를 한다는데, 거의 시든 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싱싱했어요.



하이라인 공원의 꽃들



또 하나는, 극장식 공간과 다양한 의자가 군데군데 많다는 점인데요. 의자도 꾸밈없이 만들어져 낡은 건물벽과 어우러져서 좋았습니다. 곳곳에 있는 의자에 누워 망중한을 즐기기도 하고, 독서를 하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어요. 때론 연주회도 한다고 해요. 고가 위의 장점을 살려 한적한 뉴욕의 거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점도 마치 영화속의 한장면 같았어요.



공원내의 의자와 내려다보이는 맨해튼



뉴욕에도 센트럴파크 등 개성을 살린 공원들이 많지만, 이번에 방문한 하이라인 파크는 빌딩 숲 사이를 걷는 듯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끝없는 인간의 욕망처럼 올라가는 빌딩 숲 가운데서 자연의 순수하고 편안함을 느껴보라는 배려 같다고나 할까요? 계속 더운 날씨였다가 방문한 날은 다행히도 가을 날씨처럼 선선해 더욱 감사했고요. 뉴욕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첼시와 하이라인파크는 꼭 추천하고 싶은 곳 중 하나입니다.




딸과는 왕복 6시간을 함께 하며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고, 즐겁게 지내고 왔습니다. 준비하지 않고 갑자기 따라가서 더 신나게 보냈는지도 모르겠어요. 문득 충실하게 하루를 루틴으로만 보내는 것이 쌓아두기만 하고, 필요할 때 꺼내쓰지도 못하는 적금처럼 여겨졌습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적금만 하지 말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계획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 그게 행복이라고 느낀 하루였습니다.



하이 라인 파크의 이모저모





정원산 허브와 꽃으로 벽걸이 만들었는데요. 더위에 지친 독자님들께 허브 향기와 함께 나눕니다. :)

['서툰 인생,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 북은 만든 소품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정원산 허브 벽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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