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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Jun 22. 2024

계획대로 되지 않아 감사합니다

지난 주말에 우리 가족은 남편을 위한 작은 파티를 했습니다. 아버지 이기도 했지만, 차고를 공방 겸 카페로 만드느라 수고함에 대한 감사의 자리이기도 했는데요. 처음 와본 사위와 딸들이 " 두 금손이 대단한 일을 하셨다"라며 한껏 치켜주더라고요. 새롭게 변신한 차고 공방안에서 식사도 하고, 선물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부터 만족스러울 거라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이 계획대로 안 된 덕분입니다.  




소품을 만들고, 반려 식물을 키우면서 점점 집안이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미니멀리스트여서 필요한 가구도 최소화하고 살다가 뜬금없이 자질구레한 소모품들이 쌓이기 시작했고요. 서랍장이나 지하에 모아두기도 했는데 한도 초과가 됐어요. 한때 이사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남편이 원치 않아 그대로 살기로 했더랬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 공간을 활용할 곳이 없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창고로 쓰고 있는 차고가 떠오르더라고요. 공방 겸 쉼터로 만들어, 소품에 관한 것들도 다 가져다 놓고, 가끔 원데이 클래스나 모임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고라지만, 정작 차를 세워 둔 적은 없었거든요. 일단 계획을 세우고 방치됐던 차고안을 정리했습니다. 필요 없고, 버리지도 못한 낡은 짐들이 어찌나 많던지요. 다 끝내고 나니 안은 그럭저럭 정돈됐는데, 밖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고장 난 차고 문거슬렀습니다.


유리문으로 만들어 밖에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저곳에 알아봤어요.

먼저, 인터넷에 있는 차고 문 전문가들을 찾아 견적을 받아보니 대략 $5,000-$7,000이었습니다.

> 이건 너무 과소비인데!!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쉽게 포기!!



다음엔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차고 문을 사서, 시공하기로 하고, 각종 건축물 자재를 파는 홈디포에 들렀습니다.

튼튼한 알루미늄 샷시로 만들어진 문이 $1,200 정도에 인건비 $300불을 더하면 $1,500로 해결될 거 같아 바로 주문했어요.

> 배달날짜가 자꾸만 미뤄지고, 안 와서 홈디포에 확인해 보니 문이 품절이래요. 헐!! 다시 포기!!



결국,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 문을 제가 디자인하고 남편이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소재도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나무로, 하기로 하고요. 이왕이면, 야외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 나무 격자문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니 황당해했어요. "이걸 만들자고??" '응!! 이렇게 하면 우리 집과 제일 잘 어울릴 거 같아!'라고 말은 쉽게 했지만, 내심으론 과연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시렁구시렁하던 남편이 유튜브를 보고 연구를 하더니, 결국 한 달 반 만에 완성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간단하고, 비용이 절감되는 방법을 찾았거든요. (참고로, 주택에 오래 살다 보니 목공기계와 도구들은 어느 정도 있습니다.) 구입한 긴 나무로 나무틀을 만들고, 색을 칠하고, 사이사이에 유리를 끼우고, 손잡이를 다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주문한 재료가 안 오거나, 힘들면 쉬기도 했고요. 저도 빈티지 느낌 나도록 페인트를 칠하고,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찾으며 열심히 보조를 했더랬습니다.

 

결국 총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요? 수고비는 공짜니까 빼고요.

나무 $90 + 페인트 $9 + 유리 $100 + 각종 부자재 $50 = $249 히힛      

      

 

완성된 빈티지 차고문



더 고마웠던 점은,

처음 하려고 했던 알루미늄 샷시문이었다면, 비싸기도 하지만 마음에 안 들었을 거 같아요. 계획이 다 취소되면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자재를 찾다 보니 고풍스러운 빈티지 나무문으로 만들 수 있었고요. 남편과 중간중간 의견 차이도 크게 났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나무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작은 자물쇠까지 상의하며 마무리했으니까요. 돈으로는 살 수 없었던 그런 시간이었달까요. 땀과 정성이 서린 뜻깊은 공방 오픈 파티를 하며, 계획대로 되지 않아 진심 감사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삶에서도 그런 일을 자주 겪듯이요.  



아버지날 겸 차고 공방 오픈 파티


 



계획대로 안 풀린 일이 있으신가요?

분명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으며, 들풀과 마당 꽃으로 만든 꽃 액자를 나눕니다.

['서툰 인생,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 북은 만든 소품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들풀 꽃 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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