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우리 가족은 남편과 저를 위한 작은 파티를 했습니다. 아버지 날이기도 했지만, 차고를 공방 겸 카페로 만드느라 수고한 자축의 자리이기도 했는데요. 처음 와본 사위와 딸들이 "대단한 일을 하셨다"라며 한껏 치켜주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처럼 새롭게 변신한 차고 공방에서 식사도 하고, 선물도 받으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갖게 된 덕분입니다.
소품을 만들고, 반려 식물까지 키우면서 점점 집안이 좁아졌어요. 원래 미니멀리스트여서 필요한 가구도 최소화하고 살다 자질구레한 소품재료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서랍장이나 지하 등 여기저기에 임시방편으로 모아두었지만, 금세 한도 초과가 됐습니다. 조금 큰 집으로 이사를 할까도 심각하게 고려했는데, 환경이 바뀌는 게 자신이 없어 그대로 살기로 결정을 한 상태였어요.
집을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공간을 활용할 곳이 없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창고로 쓰는 차고가 떠올랐습니다. 공방 겸 쉼터로 만들어, 소품에 필요한 것들을 놔두고, 작업실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단하게 작업용 테이블도 만들어 원데이 클래스도 하고, 가끔 지인들과 모임도 하고요. 늘 승용차는 집앞에 세워놓으니 차고가 꼭 필요하진 않았어요. 일단 공사할 계획을 세우고 방치됐던 차고안을 정리했습니다. 필요 없고, 버리지도 못한 낡은 짐들이 어찌나 많던지요. 다 끝내고 나니 차고안은 그럭저럭 정돈됐는데, 밖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고장 난 차고 문이 거슬렀습니다.
유리문으로 만들어 밖에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전문업체에 알아봤어요. 인터넷에 나와 있는 차고 문 전문가를 찾아 견적을 받아보니 대략 $5,000-$7,000(600만원-850만원) 이었습니다. 고장 난 차고 문은 물론 모든 걸 처리해주니 편리하기는 하지만, 과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다음엔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차고 문을 사서, 시공하기로 하고, 각종 건축물 자재를 파는 홈디포에 들렀는데요. 튼튼한 알루미늄 새시로 만든 문에 인건비를 더하면 $1,500(180만원)로 해결될 거 같아 바로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배달날짜가 자꾸만 미뤄지고, 배송되지 않아 확인해 보니 문이 품절이라는 거예요. 별수 없이 다시 포기했습니다.
결국,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 제가 디자인하고 남편이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자재도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나무로, 하기로 했습니다. 유리나 알루미늄을 다루는 기술은 없으니까요. 언젠가 핀터레스트에서 본 적이 있던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의 카페 문이 생각났어요. 기억을 소환해 나무 격자문을 그려 남편에게 보여주니 "이걸 나보고 만들라고?"라며 황당해했습니다. 대뜸 "우리 집과 제일 잘 어울릴 거 같아!"라고 말은 쉽게 했지만, 내심으론 과연 할 수 있을까? 란 의심이 들었어요.
구시렁구시렁하던 남편이 유튜브를 보고 연구하더니, 결국 한 달 반 만에 완성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집에 있는 목공기계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간단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찾았거든요. 먼저, 긴 나무를 구입해 나무문 틀을 만들었습니다. 사이사이에 나무를 가로로 끼워 밋밋하게 보이지 않게 했는데요. 여기까진 일사천리로 했는데, 나무 사이에 유리를 끼우고, 손잡이를 다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급하지 않아 중간에 주문한 재료가 안 오거나, 힘들면 쉬기도 하면서 조금씩 완성했는데요. 남편이 문을 만들면, 저는 빈티지 느낌이 나도록 페인트를 칠하고,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찾으며 열심히 보조 했습니다.
작업이 다 끝난 후, 총비용을 계산해 보니 모든 재료 포함 $250 (30 만원) 정도가 들었으니 많이 절감했죠. 물론 저희 부부의 수고비는 생략되었지만요. (나무 $90 + 페인트 $10 + 유리 $100 + 각종 부자재 $50)
돈을 절약한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문을 만들어서 뿌듯했어요. 처음 하려고 했던 알루미늄 새시문이었다면, 비싸도 마음에 안 들었을 거 같아요. 계획이 다 취소되면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자재를 찾다가 나무를 선택하게 되었고, 결국 고풍스러운 빈티지 나무문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작은 자물쇠까지 상의하면서 남편과 공동 관심사도 늘었습니다. 저희만의 감성이 담긴 차고 공방이 독특하고 예쁘다고 지나가던 이웃들도 칭찬하니 뿌듯했어요.
저희 부부의 땀과 정성이 서린 뜻깊은 공방 오픈 파티를 하며, “계획대로 되지 않아 진심으로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삶에서도 그런 일을 자주 겪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