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내가 나에게 찾아온다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아니 해 본 사람이 있다고 믿는가?
어렸을 적에 TV에서 보았던 시간여행자 관련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남자는 하늘에서 떠다니는 이상한 물체를 보았고 그 물체의 사진을 찍다가 정신 차려 보니 이상한 건물들이 높이 서있는 거리에 혼자 서있었다고 한다. 당시 남자의 차림새를 보고 수상하다고 여긴 경찰이 그를 끌고 경찰서로 갔더니, 남자는 자신이 과거에서 온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남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얼굴이었는데 주민등록 상 나이는 1932년생이었다나. 심지어 남자는 이미 오래전에 단종된 낡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이를 믿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긴 경찰은 그를 정신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데리고 갔지만 남자는 방에서 갑자기 증발했다. CCTV 속 화면에도 방에 들어간 장면은 찍혔는데 나오는 장면은 없었다. 그야말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후에 그의 아내를 찾아갔더니 아내는 70대 할머니였고 남편이 수십 년 전, 말도 없이 며칠간 실종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다시 돌아오고 나서도 또다시 실종되었다가 나타났는데, 그때 2050년에 찍은 사진이라며 한 사진을 건넸다고. 그 사진 속에는 놀랍게도 공원 뒤에 높이 솟아 있는 고층 건물들을 배경으로 그 남자가 서있었다.
그때 당시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 이야기가 정말 사실인지 조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정말 시간여행을 경험해 본 사람이 지구상에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한 건 이제 2050년이 26년밖에 안 남았으니, 그 사진 속 존재하는 건물들과 위치를 비교해 보면 더욱 확실해지지 않을까. 시간 여행이라니,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허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실제로 가능하다면? 몇십 년 후 미래의 나를 찾아가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시공간이 왜곡되어 문제가 생길까? 인간은 그동안 엄청난 발전 속도를 보이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아는 것이 정말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는 너무나도 많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당연히 우리는 처음으로 역사를 써 내려간 인간의 후손들이며, 유일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이 지구에서 사실 수백억 년 전쯤에 인간이 태어나 우리보다 더 무궁한 발전을 이뤘지만 전쟁이나 우주 폭발로 인해 멸망한 후 우리가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한 30번째 챕터의 인간이라면? 오히려 우리가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이게 더 타당하지 않나. 허무맹랑한 상상이긴 하지만 한번 공상과학에 빠지면 이런 상상을 멈출 수 없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내 주위를 둘러싼 세상이 너무 크고 벅차게 느껴져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아마 인간은 너무 큰 세상과 이치는 아직 버틸 그릇이 못 되나 보다. 우주를 연구하다가 회의감과 자괴감이 와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많은 걸로 봐서도.
만약에 내가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면, 우선 나부터 찾을 것 같다. 이왕 말도 안 되는 확률과 기회로 시간여행 하게 되었으면 일단 나를 찾아야 뭐든 바꿀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예를 들어 로또 번호를 알려준다든가 엄청난 재해를 피하게 해 준다든가…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미래의 내가 나를 찾아온다면? 미래의 나는 과거에게 과연 무슨 말을 하려고 할까. 혹은 내가 과거의 시절로 돌아가 나를 다시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