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물건을 잘 '비우는' 전략이 아닌 '버리지' 않는 전략이! 내가 물건을 버리는 건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다. 나는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는 일에는 능숙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최대한 그 일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함부로 사지도 버리지도 않기라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
다음은 물건을 버리지 않는 세 가지 전략이다.
버리지 않으려면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는 게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사지 않으면 버릴 일도 없다. 버리는 과정이 번거로운 물건이라면 구매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우리가 버리는 많은 물건들은 쉽게 썩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거기에 보탬을 하고 싶진 않다.
심지어 우리는 생활 폐기물을 버리며 시간을 소모하고 비싼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 물건을 소비한다는 건 단순히 나의 비용만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폐기하는 비용의 책임도 따르는 것이다. 버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꼭 필요한 물건인가를 먼저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버리는 일'만큼 불필요한 일도 없다.
두 번째로 하는 것은 그 물건 없이 지내는 것이다. 사용하던 물건을 다 썼거나 잃어버렸거나 고장이 난 경우, 우선 그 물건 없이 지내보는 게 내가 가장 먼저 취하는 태도다. 그 물건 없이도 지낼 수 있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그것은 필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물건을 다시 들일 이유가 사라진다. 한 번 없이 지내보는 것도 물건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매거진 <없이 살기> 참고
자, 그 물건 없이도 지내봤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그럴 때 바로 대체품을 찾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그 물건을 대신할 만한 게 있는지를 살핀다. 그래도 없다면 물건을 구입하는 게 마지막 선택이다.
헤어 에센스 대신 로션을 사용하기, 샴푸 대신 비누 쓰기, 치약으로 욕실 청소하기 등. 제품의 이름이 아닌 기능과 성분을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한다. 발상의 전환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택배 종이봉투를 빨래 바구니로 사용하는 것처럼 조그만 창의력만 발휘하면 된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궁리하다 보면 내 안에 잠재된 창의력이 샘솟는다. 나만의 올인원, 멀티 아이템을 찾아보자.
사실 이렇게 따져 보면 막상 꼭 필요로 하는 물건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더 가벼워진다. 없으면 안 된다고 여겼던 물건 없이도 지낼 수 있다는 건 그 물건을 소유하고 있을 때는 얻지 못하는 안정감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물건이 없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물건을 소유하면서 함께 불안까지 떠안게 되는 게 아닐까. 애초에 소유하지 않는다면 그 불안도 없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불필요한 불안마저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안정과 편안함이라는 건 어떤 물건을 소비하고 소유한다고 해서 갖게 되는 것이 아닌, 그 물건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때 스스로에게서 찾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