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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an 28. 2024

아홉 번째 파도

이반 아이바좁스키

이젠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할 때쯤 다가오는, 가장 강력한 아홉 번째 파도에 난파선 위의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맞서고 있다. 이 작품은 가혹한 투쟁의 순간을 그렸음에도, 러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칭송받는다. 아이바좁스키는 러시아의 해양 화가로 바닷가에 집을 구해 평생 그곳에서 6천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Ivan Aivazovsky <The Ninth Wave>, (1850)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크림 전쟁(1853 ~ 1856)이 일어나기 3년 전. 아이바좁스키는 흑해 러시아 해군 전속 화가로 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1850년 가을, 초강력한 태풍이 흑해를 강타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어선과 화물선이 부서지는 자연재해가 발생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즉시 해군에게 명령해 조난자 구조작업에 돌입합니다. 아이바좁스키도 함께.


 해상 구조 작업 7일 차. 러시아 정부는 해상 구조 작업 종료를 선언합니다. 아이바좁스키가 소속된 해군의 수색 대장은 (아직 가보지 않은) 마지막으로 암초가 많고 급류가 빠른, 위험한 해역의 조사를 결정합니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고, 하늘은 어둑어둑합니다. 해는 서쪽으로 더욱 기울어 갑니다. 더 이상 조난자가 발견되지 않자 수색 대장은 회항을 지시합니다. 


바다를 그리고 있던 아이바좁스키는 문득, 옅은 환청을 듣게 됩니다.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자 수색 대장과 해군들도 이상한 소리를 감지한 듯 바다를 두리번거리며 보고 있었습니다. 수색 대장은 신속히 소리의 방향을 가늠해 해군을 독려합니다. 해군들은 신속히 움직였습니다.


그곳은 깊은 어둠이었습니다. 심연. 심연은 빛, 소리, 형태, 움직임조차 모두 잡아먹은 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해군은 해류를 따라 천천히 심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기묘한 파도 소리와 공기의 흔들림. 불빛을 비추었습니다. 커다란 나무 돛대. 돛대에는 6명의 어부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구조선은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의 앙상한 모습과 핏기 없는 얼굴이 선명히 보였습니다. 12개의 눈. 모두 초점이 없었고, 목소리도 숨소리도 아닌 기이한 소리만 계속해 흘러나옵니다. 아이바좁스키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놀라며 손가락을 가리킵니다. 나무 돛대의 모양이. 십자가 모양이었습니다. 커다란.



&



1. 지구의 양수 바다. 바다는 지구 생명체의 시원始原입니다. 인간은 어머니의 생체조직과 같은 자연을 종의 생존이라는 명목으로 죄의식 없이 무차별적으로 파괴해 갑니다. 자연의 자정작용은 점차 커져가고, 바다는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합니다. 어머니 지구는 배를 두 손과 팔로 감싼 채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참다못해 단말마를 내지릅니다. 첫 번째 파도

인간은 거대한 파도에 난파당합니다. 두 번째 파도

어머니는 신음을 토합니다. 세 번째 파도

인간은 주체할 수 없는 두려움에 떨림이 멈추지 않습니다. 네 번째 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립니다. 다섯 번째 파도

인간은 신의 이름을 부르짖습니다. 여섯 번째 파도

어머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복통에 바닥을 뒹굽니다. 일곱 번째 파도

인간은 직면한 죽음과 공포에 절망에 빠집니다. 여덟 번째 파도

어머니와 인간은 일순 고요를 얻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박명*한 태양. 아홉 번째 파도


거대한 태풍은 예외 없이 어머니도 인간도 갈가리 찢고 사라집니다. Te Deum(오~ 주여)


*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얼마 동안 주위가 희미하게 밝은 상태.


2. 인간은 신을 믿습니다. 또한 신이 생로병사의 저주를 내렸다고 믿습니다. 신은 말이 없습니다. 어머니 지구도 말이 없습니다. 인간은 이야기와 문자로 만든 신과 자연을 (그들 마음대로 상상해 만든) 진짜라 믿습니다.


3. 인간의 (종의) 번영과 미래라는 욕망은 멈추지 않습니다. 미지의 세계, 심연을 향해 나아갑니다. 


제목 <아홉 번째 파도>는 폭풍우가 몰아칠 때 아홉 번째 파도가 가장 크고 가장 크고 위험한 파도라는 오래된 미신에서 유래한 것이다. _나무 위키

* 화가 이반 아이바좁스키Ivan Aivazovsky(1817 - 1900, 러시아)

+ 전기(1817-1844)


페오도시아에서 자랐으며 그림과 회화에 일찍부터 재능을 보였습니다. 1833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하여 제국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막심 보로비예프와 알렉산더 사우어바이드 밑에서 공부합니다. 그는 그림으로 여러 메달과 상을 수상하였고 1839년에 졸업합니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영국을 방문합니다. 그는 J.M.W. 터너와 호레이스 베르네와 같은 유명 예술가들을 만나 그들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크림 전쟁과 그리스 독립 전쟁의 장면을 그립니다.


+ 중기(1844-1870)


1844년 러시아로 돌아와 페오도시아에 정착하여 자신의 스튜디오와 갤러리를 만듭니다. 러시아 해군의 공식 화가가 되어 흑해, 발트해, 지중해, 북극해로 떠난 여러 해군 탐험에 동행합니다. 그는 해군 장교, 제독, 차르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으며 시놉 전투, 세바스토폴 공성전, 크림 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도 그립니다. 

또한 크리미아, 아르메니아, 터키 및 기타 국가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1848년 영국인 관리인 줄리아 그레이브스와 결혼하여 슬하에 네 명의 자녀를 둡니다.

+ 후기(1850-1875)


1877년 줄리아 그레이브스와 이혼하고 1882년 아르메니아 미망인 안나 버나지안과 결혼합니다. 1900년 사망할 때까지 다작을 그립니다. 일몰, 달빛, 안개, 무지개 같은 대기 효과가 있는 바다 풍경을 더 많이 그립니다. 

또한 아라라트 산, 반 호수, 아르메니아 대학살 등 아르메니아를 주제로 한 그림도 많이 그렸습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많은 영예와 상을 받았으며 그의 작품도 널리 전시되었습니다. 그는 1900년 페오도시아에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아이바좁스키가 19세기 중반 러시아 예술이 낭만주의에서 고유한 러시아 스타일 리얼리즘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낭만적인 해상 풍경화를 그려서 비판을 받습니다.



* * *


+ 회화 스타일


1. 해상 풍경화

17세기와 18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의 해양 화가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바좁스키는 디테일과 정확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배, 항구, 해전의 사실적인 장면을 그립니다. 그는 어둡고 차분한 색상을 사용해 깊이감과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2. 빛의 표현

물과 하늘에 대한 빛과 색의 효과에 더 집중하여 잔잔한 장면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을 극적으로 대비시킵니다. 피사체의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밝고 따뜻한 색상을 사용합니다. 또한 투명도와 광채를 내기 위해 여러 겹의 페인트를 칠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3. 낭만주의 스타일

그는 낭만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했으며, 주로 사람이나 동물이 없는 바다 풍경을 그렸습니다. 자연의 조화와 통일성을 강조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개인적으로 힘들고, 고민이 많을 때, 아이바좁스키의 바다 그림을 보면 이상하게 어두운 현실과 희망을 동시에 느낍니다. 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란 바다. 그 위를 항해하는 배,라는 나의 삶. 점점점 

출처: Wiki






"오늘은 기쁜 날, 모차르트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이 곡은 여러분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기운을 북돋아주는 마법을 펼쳐 보일 것이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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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년 1월 27일 모차르트의 탄생, 268년 전 오늘 모차르트가 태어났다. Happy birthday dear Mozart _하루키

Mozart - Symphony No. 41 in C major, "Jupiter" - IV. Molto allegro (Bohm)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Ivan Aivazovsky

[2] Artnet: Ivan Aivazovsky

[3] artincontext: Ivan Aivazov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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