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나를 믿을 수 있게 된 계기

by 하티

예전의 나는 나를 잘 믿지 못했다.

마음을 먹어도 오래가지 않았고,

결심해도 금세 흔들렸다.

"이번엔 꼭"이라고 다짐했던 말들이

몇 번이고 허물어지다 보면

그 다짐을 했던 나 자신이

가장 의심스러워졌다.


남들보다 부족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본 경험이 부족했던 거다.




나를 믿게 되는 건

갑자기 찾아오는 계기가 아니었다.

누가 용기를 불어넣어줘서도,

큰일을 해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건 아주 작은 약속을

조용히, 묵묵히 지켜낸 시간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도 한 줄 쓰자.

잠들기 전 책 한 장만 읽자.

이 약속을 어기지 않기로 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나만 아는 작고 단단한 루틴.




어느 순간,

습관처럼 해오던 그 반복이

내 안에서 신뢰로 바뀌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 정자체를 연습했고,

스스로 정한 기준대로

하루를 채웠다는 사실 하나가

나를 붙잡아주었다.


‘나는 나를 속이지 않았다’는 감각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다.




가끔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게 서운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노력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이건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었잖아."

"처음의 마음은, 나를 지키기 위한 거였잖아."


그리고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다시 나를 믿을 수 있었다.




이제

무엇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를 먼저 본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보다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내가 나와의 약속을 얼마나 지켜왔는지를.


그걸 알고 있는 내가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누가 대신 날 믿어줄 수 있을까.


내가 걸어온 길을 믿는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시간을 견디고 쌓아온 나 자신을.


그리고 오늘도,

그 믿음을 이어가는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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