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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19. 2024

엄마가 죽어버리면 좋겠어

다가오는 네 문장들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싶다...... 

낮밤이 바뀐 아이는 어제 잠들지 않았다... 저녁 9시. 주말에 연신 아이를 함께 돌보면서 애써준 남편의 건강이 무척이나 염려되던 나는 그이를 얼른 귀가시켰다. 물론 그이를 귀가시키기 위해 아이를 달래야 한다. 정음은 부쩍 아빠를 찾는다. 내내 아빠를 찾고 아빠를 보고 싶어 한다... 



그이 귀가 후. 또 시작되었다.. 그 새를 못 참고 아이는 아빠를 찾아대기 시작했다. 나는 달랬다. 아빠는 회사도 가야 하고 퇴근하고 나면 부랴부랴 너를 보러 오기 위해 연신 피곤함을 이끌고 달려온다고. 그만큼 너를 사랑하는 아빠라고. 세상에서 이런 아빠가 없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그러니 아빠에게 쉴 시간을 우리가 주면 좋겠다고. 아빠가 건강을 잃게 되는 건 아이가 바라는 진짜 마음이 아닐 것이라고. 



아이는 이해하는가 싶더니 그냥 자신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말한다. 나는 아이와 잠깐의 부드러운 실랑이(?)를 벌인다. 그렇게 3시간이 흐른다. 12시가 지나고 새벽 1시가 되어가기 전.... 나도 지쳤던 걸까. 



엄마가 어떻게 해 주면 좋을까

엄마가 없으면 좋겠어 

엄마가 죽어버리면 좋겠어. 

......



아이의 문장은 다시 폐부를 찌른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다만 불안할 뿐이다. 아이의 정신상태에 이상이 생긴 걸까. 아니면 예전에 잠시간 구박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저 미움을 호소하는 걸까. 그래 다 좋다. 날 미워하는 건 도리어 마음 편한 일이다. 너무 착하고 철도 많이 든 아이였기에.......



어젯밤 아이의 문장은 정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엄마 나 버리고 갈 거잖아

엄마 죽어도 괜찮아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어

아빠랑 잘 살 수 있어

아빠만 있으면 돼

간호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엄마가 미친 거 같아요. 엄마가 미쳐버리고 있어요

아빠. 아빠 아빠! 

.......



남편을 불렀다. 남편이 달려왔다. 남편이 걱정된다..... 그는 지금 최대치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남편의 오열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있기에. 내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아이의 불안함을 고조시키는 트리거가 되고 있는 같아서. 주 간병인으로서 아이에게 내 존재 자체가 큰 자격상실이라 남은 가족들의 애씀을 무쓸모하게 만드는 거 같아서.... 걱정이 된다. 마음이 미어진다. 피눈물이 난다... 




두 사람을 지키고 싶은데, 그러기에 내가 너무........................... 부족하다................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소아암 중 악성이라 불리는 수모세포종. 악성 뇌종양에서도 항암 방사선 그리고 추후 조혈모세포이식까지. 갈 길이 멀다. 앞만 보고 좋은 마음으로 희망적으로 달려도 모자랄 이 난국에 나는..... 입원 2주가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재활이고 영양을 챙겨주고 아이의 청결과 심적 안정을 시켜주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었을까....




같은 병을 먼저 겪은 어떤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본인의 자녀 케이스를 설명해 주셨다. 개두술 이후 일종의 정신 불안 증세를 동반하는 건 일반적이라고. 자신의 아이도 그랬다고. 수술초반밤낮 바뀜 불안정 성격변화 등 평상시와 다른 모습 보이는 건 흔한 일. 현재 전원을 고려 중인 삼성서울로 입원한다면 다행히 동시에 소아정신과 협진 및 아이와 면담검사 통해 약물치료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언제나 들으면서 아쉬운건 왜 이런 이야기를 본 수술을 한 병원의 관계자들에게 듣는 것이 아니라 환자 가족들의 알음알음 정보를 통해 알아야 하는가. 조직 검사결과가 나왔음에도, 나왔다는 설명 조차 내가 먼저 계속해서 물어야 그제서야 대답해 주는 이 곳은 도대체 어디인 걸까. 이후 치료 및 대응에 대한 그 어떤 상담 없이 그저 나이롱 환자 처럼 내내 2인실 입원 하며 약이나 먹이게 하는 이 곳은 어디란 말일까.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그들에게 그저 직장이자 일터인 곳. 그 이상의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병원.... 아이의 말에 무응답 무대답 무표정인 몇 간호 및 의료인들의 태도........ 예민해진 나. 한껏 곤두선 나. 내내 분노가 가시지 않는 나... 



향후 우리 정음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성자 및 척추 MRI 등 몇 십분 긴 터널 같은 공간에 갇혀서 검사 같은 걸 하게 될 때 아이의 불안감이 있다는 것도 그 어머니를 통해 예상한다. 양성자는 예컨대 30회 정도 통잠 재우지 않고 그냥 참고하기도 했다는 것.  기타 대뇌 부분 MRI 및  PET 같은 검사는 통로가 짧아서 아이로서는 꽤 잘 버티는 수준이지만 척추 MRI는 긴 통로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고 소리도 커서 총 40여분 중 한 20분 지나면 공황처럼 힘들어하기에 척추는 주사약을 쓰고 재우고 찍는다는 것... 1.2차 이식 때 고용량 항암제가 워낙 독하기도 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 분리 불안이 고조될 수 있다는 이야기 등. 






어제가 지나가고 새벽 5시.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이에게 야채죽과 달걀찜. 소고기뭇국과 골드키위를 먹였다.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 내 공원을 잠시 돌면서 아이에게 대화를 내내 나눴지만 소통은 되지 못한 채 연신 계속해서 아이의 문장은 뾰족하고 날카롭고 불안하고 안타깝고 말미엔 나를.............. 숨죽이게 만들 뿐이었다. 



엄마랑 같이 있는 게 싫어

엄마가 죽어도 괜찮아 아빠만 있으면 돼 

아빠 불러줘 아빠. 아빠. 

의사 선생님 불러줘.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엄마는 미치잖아. 내가 안 자면 엄마는 나 버리고 갈 거잖아.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동시에 전원을 위한 서류 준비가 내일 다 될 수 있는지. 내일은 뭘 먹일지. 오늘 간식으로는 김치만두와 녹차프라페와 스타벅스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 했는데 그걸 잘 먹일 수 있을지. 전원을 잘할 수 있을지. 시간 갭을 최대한 두지 않고 소프트 랜딩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아이가 바랐던 병원에서의 또래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다 했을 때 잠시 나를 보며 고맙다고 했던 아이의 문장을... 다시 들을 수 있을지. 내가 그렇게 미웠는지. 예전에 육아하다 너무 지쳐서 짜증을 자주 냈던 내 못난 모습을 자책하며 동시에 아이가 그 시절 구박받았던 기억을 고대로 기억하고 일종의 복수를 해 주시고 있는 건 아닐지. 속마음이 아닐 거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내가 보이지 않는 게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이제 어떤 식으로 간병을 진행시켜야  할까... 남편은 점점 더 건강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정말이지 너무 걱정이 되는 이 와중에. 








신은..... 내게 아주 커다란 미션을 내려 주셨다. 

나는 아이를 잘 지킬 수 있을까....

'그런 말'을 하는 아이 곁에서, 참다가 도망쳐 나온 이런 나는........... 잘 지킬 수 있을까. 



모르겠다.... 

오늘 밤은 어떠할까.......... 오늘은 견딜 있을까. 오늘 아이를 불안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커피를 100잔을 마셔야 할까.... 마시는 커피라도 얼마든지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아이는 또 불안해하면서 잠들지 못할 것 같은데. 그럼 나도 함께 잠들지 않겠다 했는데도 아이는 연신 믿지 못한 채 내게 말을 건넨다. 



엄마랑 같이 있으면 무서워 

아빠 불러줘. 아빠랑 같이 있을래. 아빠. 아빠. 아빠....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어.

아빠. 아빠. 아빠. 아빠. 


....


정음아. 그래도 아빠가 네 아빠라서 너무 다행이지... 네 아빠 같은 사람이 없으니까...






다가오는 아이의 문장에 오늘은 이렇게 대처해 보려 한다. 


그렇구나. 그래. 그런데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지금은 아니거든. 정음이 건강해지고 나면 원하는 데로 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 줄래...

지금 네가 원하는 데로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정음이 탓이 아니야. 


우리의 탓이 아니야......

이 모든 시간은. 

우리의 탓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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