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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r 16. 2020

이 순간, 천국이 아니고 무엇 일지를

This is Heavenly.. Heaven... 

나는 그날 천국 같은 안락함을 느꼈다. 

지옥과 천국은 바로 옆에 있었다. 


- 천국이 내려오다 - 





건강검진을 위해 저녁 6시부터 금식을 했다. 

그리곤 떠올리기만 해도 약간의 메슥거림이 올라오는 대장내시경 약을 마시기 시작했다. 약 3리터 정도의 물을 2시간에 걸쳐서 마셨을 거다. 쌍둥이들의 저녁을 그이와 함께 먹이는 동안 어느새 반응이 오는 건지 아니면 마음 탓이었던 건지, 평소보다 뭔가를 배에 많이 넣은 기분 탓에 울렁거림이 계속되었다. 



그때, 더부룩하니 물배로 차오른 배를 만지며 아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오늘따라 온순하게 밥을 먹는 쌍둥이들, 심지어는 혼자 잘 떠먹으려 애쓰다가 반찬을 흘려버리고 마는 둘째 둥이가 기특해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옆의 세 남자들이 기특해 보였다고나 할까.



아빠와 목욕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 둘 거실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전부터 약간의 반응(?) 이 올라오더니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던 나였다. 급기야 타이밍(?) 이 겹쳐서 첫째가 화장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과 맞물려 나는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엄마를 찾는 아이가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여기 있다는 소리에 냉큼 아이가 화장실로 달려왔다. 그때부터였을 것 같다. 내가 비로소 '천국'이라 느꼈던 그 느낌이 이 글을 쓰는 새벽까지도 지속된 것은... 



- 엄마, 어디 아파?

- 아냐. 민아.. 저기.. 엄마가 좀 움직이기 힘든데 혹시 옷 혼자 입을 수 있어? 옷 가져와 볼래, 엄마가 봐줄게

- 응. 근데 엄마, 하늘나라 가는 거야? 

- 아니야... 그럴 리가. 근데 왜 갑자기 하늘 나라야?

- 엄마 아파?

- 괜찮아. 엄마가 하필 지금... 이렇네. 미안해 민아. 옷 가져오면 엄마가 알려줄게. 




아이가 옷을 가져왔다. 그리고 혼자 입기 시작했다.

옷이 손에 들어가지 않지만 하나씩 지도편달(?)을 하며 코칭하듯 아이에게 옷 입는 법을 알려 주었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엄마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옷을 입으려 하는 첫째... 그 장면은 분명 우스운 장면일 수 있으나 나는 이상하게 뭉클한 기분에 사로잡혀 버리고 말았다. 다시 말하자면 아이의 '마음' 덕분이었을게다. 나를 생각하는 그 순도 100퍼센트의 '사랑'의 마음 덕분에... 




- 와.. 우리 아들 다 컸네. 혼자 이제 옷도 입네

- 근데 엄마 하늘나라 언제 가?

- 민아.. 아까부터 왜 그런 소리 해? 책에서 봤어? 아니면 만화에서 그런 게 나왔어?

- 하늘나라 가있는 사람이랑은 못 보는 거랬어. 

- 아... 책에서 봤구나. 아니야 엄마.. 그런 거 아니야. 

- 지금 안가? 

- 물론이지. 절대 갈 수 없지. 가긴 갈건대... 아주 아주 오래 있다가 갈 거야. 우리 민이가 어른 되면 갈 거야.

- 그래도 가는 거야?

- 음... 응. 가긴 가야지. 언젠가는. 

- 지금은 아니지?

- 그럼. 지금은 아니지. 절대 못 가지. 절대 안 가지... (너희 두고 못 가지) 

- 고마워 엄마. 

-... 나도 고마워. 정말로...



우리들의 저녁은 그렇게 평온했다. 석양이 지면 언제 하루가 가나 싶었던 그때와는 많이 다른 '나'를 느낀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첫째 아이는 처음으로 혼자 옷을 '완벽히' 입어주었다. 

둘째가 나올 무렵엔 다행히 배의 상태(?)가 가라앉아준 덕분에 화장실에서 나와 무사히 아이의 옷 입음을 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늘 그러하듯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과 한바탕 이불 놀이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잠이 든 세 사람, 그리고 아이들 곁에 같이 누워 있었으나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통에 쉬이 잠들지 못한 내가 있었다. 



나를 중간에 끼고 양 옆에 누워 있는 쌍둥이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의 호흡 속도에 맞춰 같이 숨을 쉬어 보았다. 어른보다 약간 빠른 듯 느껴진 그 숨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떤 강렬한 느낌에 사로 잡혔다. 그리고 생각했다. 



- 여기가 천국이구나....라고. 




편안한 바람이 부는 해 질 녘, 사랑을 떠올리기 좋은 시간... 천국 같은 순간..




오늘 하루의 일상은 핸드폰의 브런치 알림글의 조회수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날이었다. 

새로운 구독자분들, 라이킷을 보내주신 분들, 공감을 보내며 응원의 댓글을 보내주시는 분들 등, 감사하게도 부족한 퇴사 에세이(?)에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 주시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들 한 분 한 분께 진심 어린 감사와 댓글을 적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고마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무엇이 아쉬워서 우울해야 하는 걸까 라고. '우울할 틈 없이' 매 순간 '천국'에 있는 느낌으로 산다면 그게 바로 삶의 본질 아니겠느냐고도...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아끼고 서로 나눠 썼다. 누구나 살기 어려웠지만, 서로를 도왔다. 

그렇기에 모두가 친절했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제까지 살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 


- 천국이 내려오다, p.41 - 




나는 조금씩, 이제까지 살던 세계와는 다른 세상으로 진입한 기분에 빠져들고 말았다. 

오전과 오후의 서평을 기록으로 남기는 시간들 속에서, 아이들과의 늘 똑같은 일상의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도 우리가 동시대를 함께 살아 있음을, '여기'에 함께 '있음'을, 부재가 아닌 곁에 함께 있는 모든 곁의 존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다 보니 생기는 현상 이리라. 스스로 농담 어린 말을 주고받으며 피식 웃고 마는 거울 속의 나를 발견했으니까.. 



- '천국'에 있다는 건 '헤븐'과 어울리네. 고맙네... 




흐르는 강물처럼... 언제부터 달고 살기 시작한 이 문장을, 가끔 아주 길게 생각할 때가 있다. 




코끝의 행복이 보이는 것 같았고, 그것은 나로서는 '천국'이었다. 

하늘나라에 가는 아주 먼 훗날의 나를 미리 걱정하며 울상인 아이의 순도 100퍼센트의 사랑, 같이 아이들을 보살피려 애쓰는, 새벽 출퇴근에 마음이 짠해지는 배우자, 장난이 심해지는 요즘이지만 그것도 건강하다는 반증일 수 있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고 우는 지금 곁의 아이들, 생각이 나면 꺼내볼 수 있는 책들이 가득한 책장,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과 열 손가락, 떠오르는 글감, 차오르는 마음들... 나는 문득 오후에 읽고 기록으로 남긴 'Having'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구와 함께 이미 시작된 '오늘'을 향하는 태도를 그렸다. 



“Icarus with his melted wings plunges into the sea, 

but the farmers go on plowing without paying Icarus any mind. 

How do you react when something happens that was going to happen? 

Your attitude at these times determines your future.” 


- Quotes from Guru -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을 그대로 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 현재와 목이 말라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는 지금  

이 순간들이 천국이 아니고 무엇 일지를... 



나의 배는 계속 항해 중이다. '천국'을 향해서.... 바라던 그 천국에 도달하기를... 



# This is Heavenly... Heaven. Ha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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