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둥둥

by 꽃뜰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었으면 어때요.

지금 제 마음은 하늘로 둥둥 인걸요. 하하"


서연이 지수 남편의 말을 가볍게 받아넘긴다.

사십여 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나 한 달에 한 번

함께 라운드를 하며 회포를 푸는 지금이 너무 좋단다.


"하하 맞습니다. 과거가 무슨 소용입니까.

지금이 중요하죠. 하하"


지수 남편이 동의한다.

오리집에서의 식사가 끝나가고,

지수 남편은 잠시 밖으로 나가더니

돌아와 자리로 앉으며 말한다.


"여기서 그냥 헤어지긴 너무 아쉽네."


지수 남편 친구가 바로 그거였다는 듯 동조한다.


"그래. 어디 가서 우리 좀 더 이야기하자."


지수가 재빨리 거든다.


"넵 근처 조용한 카페로 안내하겠습니다. 가요~"


지수를 따라 오리집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거대한 카페가 나온다.

사람도 별로 없다.


한적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

작은 룸으로 들어간 그들은 다시

그들만의 공간을 차지한다.


“두 분이 부부가 아니라는데에 저는 정말 놀랐어요."


지수가 입을 연다.

지수 남편은 지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남편 친구가 서연의 어깨를 다시 감싼다.


"지금이 저는 참 좋습니다."


지수가 끼어든다.


"하하 그 말은 계속 들었어요.

아니 그럼 사십여 년 동안 두 분이 한 번도 안 만났어요?"


"네. 그렇죠. 저는 미국에 있었거든요."


"아, 우연히 길에서 부딪칠 수도 있는데

아예 다른 나라에 있었군요."


"그렇죠. 우리나라에 오자마자 그녀 소식을 찾았죠. 하하"


"가족 모두 돌아오신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아, 그럼 지금까지 사십여 년을 함께 산 아내는 어쩌고요."


"하하 어쩌긴 무얼 어째요. 저는 수십 년간 살아온 지금의 아내도 사랑합니다."


"에이 그런 말이 어딨어요."


앗, 이번엔 서연이 끼어든다.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저도 지금의 제 남편을 사랑해요."


"아이, 어떻게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해요. 그건 거짓말입니다."


"아뇨 아뇨. 그거 가능해요. 그냥... 다른 감정이어요."


'헉. 말도 안 돼. 어떻게 그게 가능해.'


지수는 속으로 도리질을 한다.


바로 그 순간,

남편 친구는 서연을 확 끌어안더니

살짝 입맞춤을 하며 속삭인다.


"이렇게 다시 너를 느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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