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난 말이야 사실
정희정
있지 난 말이야 사실
짙은 어둠이 물든 새벽에
주황빛 가로등이 밝혀준
길가의 벤치에 앉아
오지 않을 너를 기다렸어.
쌀쌀한 바람만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가로등 불빛만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
한참을 아주 한참을..
고개를 푹 숙인 채 땅을 바라보다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오지 않을 너를 기다렸지
그리고 난 거기서 네가 아닌
그리움을 만났어.
결국 그리움만 찾아오는구나
서글펐어.
난 그곳을 울면서
유유히 떠나버렸지.
있지 난 말이야
이젠 너를 다 잊었지만
그날의 내가 기다린 공간은
내 마음에 남겨두었어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가끔 그 공간 안에
나를 두곤 해
그곳에서 그리움을 기다려.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땅을 바라보다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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