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lotte Feb 07. 2022

불행과 행복 사이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감정들이 찾아올 때,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흘러가는 감정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눈앞에 있는 내 마음을 손에 쥐고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 그렇게 물 웅덩이 앞에 앉아 가만히 나를 비춰보고 있으면, 내가 꿈꾸는 모습이 슬며시 자리하곤 한다. 따듯하면서도 여유롭고, 자유롭지만 나 하나는 책임질 수 있는, 특이한데 또 그 모습이 멋진, 그런 이상한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익숙함 속에서 찾게 되는 행복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찾아오는  같다. 평온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감과는 확연히 다른. 그래, 불행하니까 행복할  있다는 말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불행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모습처럼. 나는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은 삶을 살려 애쓰고, 경험하며 소망한다. 어떨  눈물이  만큼 버겁지만,  어떨   시간들을  견뎌냈다는, 버텨왔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다행히도 좋아지는 상황 때문인지,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힘들었던 시간이 없었으면 행복한 눈물도 흘릴  없었겠지.


감사하게도 요즘 그런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들을 발견해주고, 누구보다도 내 행복을 바라는 이들 곁에서 마음 놓고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쌓여가고 있다. 빛나는지도 모르고 지나친 지난날들을 아름답게 기억해주고, 상처 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며, 부족했던 진심을 더 큰 마음으로 안아주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불행하지만, 행복하게. 텅 빈 길 위에 홀로 서 있지만, 따듯한 노을을 바라보며 행복해질 수 있는 오늘.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방안 가득 들어오는 햇살처럼 내 위로 스며드는 내일 아침을 기다리며.

이전 17화 밤공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